2018. 8. 8. 22:45ㆍ아시아권
새로운 차와 운전기사들을 배정받아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
카길 주변을 흐르고 있는 강은 사루라는 이름의 강으로 잔스카 강의 줄기인듯한데 파키스탄으로 흘러간다고 했다. 파키스탄과의 국경이 멀지않다.
해발 2700 미터 정도의 카길을 떠나 처음으로 만난 작은 마을은 드라스 ( Drass ) 라는 곳으로 해발 3200미터 정도의 고산 지역으로 사람이 살고있는 곳 중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추운곳이라고 했다. 몇년전 영하 60도를 기록했다고 열심히 설명해주는 니사르라는 이름의 운전기사 아저씨는 스리나가르가 집이라고 했는데 말수가 적고 수줍어 했던 노르부와 달리 설명해주는걸 즐기는 눈치라 나도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카길은 겨울에 보통 영하 20도에서 25도정도인데 멀지않은 드라스는 영하 60도까지도 떨어지다니 놀라웠다. 드라스에서 잠시 쉬며 마을 구경도 잠깐하고 기름에 볶은 땅콩도 사먹었다. 잠깐의 자유시간에 마을 사람들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투르툭 마을에서 한번 혼난 후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일행 중 사진의 고수 한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개의치않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찍어 부러웠다. 추운 마을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건지 실제로 그런건지 춥게 느껴져 경량 패딩을 겹쳐입었다.
드라스는 1999년 파키스탄이 무력도발을 해서 일어난 카길 전쟁의 격전지로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매우 가까운 지역이라 인도의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험준한 산들이 둘러싼 길을 한참 가니 카슈미르 영토분쟁 지역답게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고 또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카길을 흐르는 사루강
동네 사람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않아 날 찍는척 하며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함 ㅎ
카길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길에 거쳐가야할 소나마르그 ( 손막 Sonamarg ) 에 가려면 조질라 패스 ( Zojila Pass )를 지나야 하는데 이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Zoji La 라고 표기하는게 맞다. 인도 북부어로 La 는 고갯길, 산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조질라 패스라고 알려져 있으므로 나도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조질라 패스는 해발 3529 미터의 높이로 주변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비포장에 좁고 아찔하기 그지없는 인도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위험한 공포의 도로이다. 안전을 고려해 5월말에서 10월말까지만 통행이 허용되는 이곳은 도로가 오픈된 시기에도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되어있다. 카슈미르와 레를 잇는 중요 도로로 과거부터 교역을 한 실크로드의 중요거점이었다.
우리가 이곳을 지날 때엔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여서 비포장도로인 길이 진흙탕이 된곳이 많았고 도로 공사를 하고있는 구간도 많아 정체가 더 심했다. 게다가 설상가상 길이 아주 좁아 큰차가 서로 마주치면 도저히 통과가 안돼 몇대의 트럭들이 아찔한 낭떠러지 길에서 후진을 차례로 해서 비켜주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몇번이나 있어 심장이 쫄깃하다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지경으로 공포감이 조성됐다. 난 평소 우리나라 버스나 트럭 기사들이 세계에서 운전을 가장 잘한다고 믿어왔으나 이날 북인도 지역의 트럭 기사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아니 무조건적인 존경심이 생겨났다. 어마어마하게 대범하고 테크닉도 뛰어난 간 큰 사람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사진을 찍는데 처움엔 너무 무서워 차창문을 열지도 못하고 찍다가 나중에 겨우 창문까지는 열었지만 오금이 저려 차에서 내릴 용기는 나지 않았다 ㅠ 서로 비켜주느라 한참 서서 기다릴 때에도 난 차에서 기다렸지만 내려서 아찔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겐 불가능한 일...
길옆에 서있는 경고 표지판에 쓰여있는 문구에 무척 공감이 갔다.
Speed is knife to cut life
카길의 관문을 떠나며
앞에 보이는 험준한 산을 넘어야 소나마르그로 갈 수 있다
조질라 패스 표지판
험하다고는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일행이 찍은 사진
안개가 심하게 껴서 공포심이 배가되었다
일행이 찍은 사진
일행이 찍은 사진
일행이 찍은 사진
공포의 조질라 패스를 넘으니 아름다운 마을 모습이 나타난다
날씨가 궂어 안개와 구름이 껴서 시야마저 좋지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만년설과 아름다운 계곡이 조화를 이루어 경치는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고 벌벌 기다시피 공포와 신비의 조질라 패스를 넘어 내리막길에 들어서니 저멀리 아름다운 풍경속에 소나마르그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나마르그는 해발 2800 미터에 위치하며 인도의 알프스라는 별명답게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후를 자랑하는 도시로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인도인들의 유명한 여름 휴양지이다. 아름다운 계곡과 짙푸른 목초지,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이곳에서 하루 쉬어가며 가벼운 트래킹을 할 예정이었다.
일단 뷰가 좋은 계곡 앞 호텔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했다.
호텔 모습
우리가 묵은 방 앞엔 계곡물이 흐른다
계곡물이 넓어진 하류쪽 작은 섬에 말을 방목하는 모습
좀 쉬었다가 트래킹을 하기로 했는데 천은 오전 내내 내린 비로 산기슭이 너무 진흙밭이 되었다고 일정을 바꿔 지난번 비 때문에 못탔던 낙타 대신 승마 체험을 하자고 했다. 난 낙타 체험 때 입으려고 가져온 헌바지로 잽싸게 갈아입고 말을 타러 갔다.
평지에서 타도 무서울 지경인데 산기슭에서 말을 타다니 겁이 덜컥 났다. 천한테 잠깐 승마에 대한 주의사항과 요령을 배웠는데 허리를 곧게 펴야하고 허벅지로 말을 조이며 타야한다는걸 강조했고 그리곤 곧바로 말을 타고 출발을 했다. 몇명의 마부들이 따라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겁이 나는건 어쩔 수 없다. 말이 키가 크니 그 높이도 무섭고, 비탈길이라 더 겁이 나기도 했고, 설상가상 다른 사람이 탄 말이 내 말을 자꾸 괴롭히자 이녀석이 그녀석한테서 도망치려는 듯 자꾸 달리기 시작해 너무 무서웠다. 게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렇지않아도 미끄러운데 내리막 비탈길에서도 이녀석이 달리니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말이 경주마처럼 빨리 달린건 분명히 아니었을텐데 내겐 그런 속도감으로 느껴지며 완전 패닉에 빠질 지경이었다. 어찌나 고삐와 말안장의 쇠로 된 손잡이를 꽉 쥐어 잡았는지 승마체험 한시간반을 마치고나니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까져서 엉망이 되었다 ㅠㅠ
아낌없이 헌바지를 버리고 ( 전에 모로코에서 낙타를 타고난 후 냄새나는 헌바지를 버렸듯이 )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나니 전신이 욱신욱신 아파왔다. 그토록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을 했으니 아플만도 하지... 타이레놀을 먹고 침대에 깔려있는 전기요를 따뜻하게 키고 쉬었다.
일행이 찍은 사진
아침에서 호텔에서 바라본 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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