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월 북인도 라다크 3 투르툭, 누브라 밸리

2018. 8. 8. 22:35아시아권

 

 

이번 여행 중 가장 높은 고도의 까르둥 라를 지나 라다크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인 투르툭으로 가는 날이다. 여전히 두통이 있고 속이 불편하여 가지고 간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아침 식사로 먹었다. 솔직히 식사가 입에 안맞을 수 있으니 먹을걸 좀 챙겨오라는 천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누룽지와 컵라면을 챙겼었다. 하긴 천이랑 여행을 몇번 했어도 이런 얘기 별로 안하는 편인걸 알기에 좀 걱정이 되어 챙기게 되었지만... 암튼 챙겨간 비상식량을 이렇게 알뜰하게 먹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늘 음식은 현지 적응을 꽤 잘해온 편이었는데.

레에서 투르툭까지는 240 Km 거리이지만 워낙 길이 좋지않아 8~9시간 이나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었다.

중간에 통과하는 까르둥 라 패스 ( Khardung La Pass ) 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로 해발 5606 미터이다. 갈길이 멀어 까르둥 라에서는 지체하지않고 넘어가고 돌아올 때 인증샷을 찍기로 했다. 어차피 길은 하나라 돌아오는 길에도 거쳐야하는 관문이다.  까르둥 라 뿐 아니라 투르툭까지 가는 길이 비록 장거리 이동이었지만 내내 경치가 아름다워 힘들어도 즐길 수 있었다.

중간에 도로 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 한참을 서있게되어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다른 차에서 내린 사람들 구경도 했는데 앞쪽에 서있던 차에서 한국인 팀을 만났다. 레에 그림 전시를 하러온 사람들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한참을 서있다 길이 뚫렸다.

 

 

 

 

 

벌써 꽤 고도가 높아져 우리가 올라온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힘좋은 사륜구동 짚으로도 힘겨운 길인데 오토바이 탄 사람이 혼자 올라오고 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도 찍고 신선한 공기도 쐰다

 

 

 

 

쉬는 포인트가 비슷하니 바이크족을 만났다

 

개천이 흐르는 곳에 휴게소 같은 작은 간이 식당이 나왔다

 

 

무조건 좋아하는 가이드 천과

식당 이름이 노르부인게 재밌어서. 아마도 흔한 이름인가보다

 

 

 

 

 

 

 

 

 

 

길이 막혀서 차가 끝도 없이 줄서있다

차가 선 김에 사진도 찍고

 

 

 

 

 

다시 서둘러 투르툭으로 이동해 도착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투르툭의 게스트 하우스로 차가 게스트 하우스까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차는 마을 어귀에 주차를 했고 우린 미리 챙겨놓은 하룻밤 사용할 짐을 각자 들고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윗마을로 향했다.

투르툭 ( Turtuk ) 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있는 무슬림들의 마을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국경 분쟁이 극에 달했던 1948년에 파키스탄의 영토였던 이곳이 인도로 편입된 후 군사분계선 안이어서 민간인 출입이 계속 금지되었으나 2010년부터 비로소 공식적으로 방문이 허용되었다.

투르툭에서는 주로 보리와 메밀, 살구를 재배하고 있으며 워낙 오지 마을이라 게스트 하우스도 없었다가 최근에 몇개 생겼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걸 매우 싫어해서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으면 사진 찍는걸 아주 조심해야한다고 천은 미리 경고했다.

투르툭 마을은 마을 전체에 저녁 7시 45분부터 전기가 들어오고 새벽이 되면 전기가 나가버리는 시간제 전기 공급이 되는 진짜 오지 마을로 뜨거운 물 샤워 따위는 생각도 못하는 게스트 하우스가 우리 숙소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집 앞 마당에 커다란 쿠션에 거의 누워있는 외국인 투숙객들이 보였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에서 온 젊은 애들이었다. 나른하게 누운채 여긴 천국이야,  환영한다고 얘기하며 음식도 유기농이라고 만족해 하고 있었다. 당연 유기농이겠지... 이런데에선 농약이 비싸서 안쓴다고 하니 뭐...ㅎ

 

 

 

 

 

차는 이곳까지만. 여기부터 마을까지는 걸어야 한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 앞 텃밭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기분좋게 맥주를 마셨다. 고산증세 때문에 맥주 한모금 조차 입에 대지않다가 2800 미터로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기분이 좋았고 컨디션도 좋았다. 게다가 전부터 꼭 한번 가보길 원했던 파키스탄 훈자 마을이랑 비슷한 분위기이고 아니 유명세 때문에 훈자마을은 옛모습을 잃었다 하고 오히려 투르툭이 더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으므로 이곳에 와있다는 사실에 좀 들뜨기도 했다.

그런데 ... 2800 미터 역시 높은곳이었다 ㅠㅠ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맥주 두 캔을 채 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속이 몹시 좋지않고 어지럽고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얼른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 기절하듯 잠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리고 마치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여기저기 아파 아침에 함께 하기로 한 동네 탐방 산책도 빠지고 누워서 쉬었다. 나 뿐만이 아니고 여전히 고산증 증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몇명 더 있었다.

좀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가까운 마을 산책을 나섰다. 동네 아줌마들이 보리인지 밀인지 모를 것을 추수하고 있었는데 몰래 도촬을 시도하다 딱걸려 혼쭐이 났다.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몹시 성을 내는 아줌마들이 무섭고  미안해서 우물쭈물 도망을 쳤다. 너무 멀리 찍혀 얼굴도 알아볼 수 없구만... 서툰 도둑은 도둑질은 해보지도 못하고 들키기만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카페에 가니 천이랑 다른 사람들이 산책을 마치고 쉬고 있었다. 생강을 넣은 뜨거운 차를 한잔 시켜 마시니 속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저녁에 좀 춥게 입고 밖에 한참 앉아서 식사도 하고 맥주를 마셨던데다 고도까지 높았으니 그리 탈이났던게다.

투르툭 마을의 일정은 이렇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아쉽게 끝이 나고 있었다. 일행중 한분이 학용품과 옷가지 등을 가져와서 마을 아이들한테 나눠주고 싶다고 해서 게스트 하우스 마당에 동네 아이들을 모았다. 지우개 색연필 연필 쵸컬릿 사탕 어른들을 위해선 목도리 모자 등도 준비해서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도 사진 찍히는걸 싫어하더니 공짜 앞에선 사진 찍히는 것도 개의치않는 마을 사람들 ㅎㅎ

 

 

 

게스트 하우스 2층인 내방 창에 아침이 찾아왔다

 

수확하고있는 동네 여인들

 

 

투르툭 마을의 구멍가게,  일행 중 사진의 고수가 찍은사진

 

 

 

동네 길 나뭇가지에 빨래를 널어 말리고 있다

관광객이 최근 늘었다고 이런 것도 만들어놓은게 재미있다.

 

카페에서 생강차를 마시며 잠깐 쉬고

마을 아이들이 모였다 ( 일행이 찍은사진)

일행이 찍은 사진

 

 

 

점심 식사까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고 출발해서 3시간 쯤 이동하니 누브라밸리 ( Nubra Valley ) 의 훈드르 마을에 있는 캠핑장 숙소에 도착했다. 흰색 텐트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캠핑장 주변은 산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고 무엇보다 하늘이 아름다웠다. 텐트 안엔 침대와 기본적인 시설이 있고 텐트마다 개별 화장실도 갖추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이곳도 전기를 제한적으로 공급해준다고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충전식 램프가 있어 완전히 암흑이 되진 않으니 다행이었다.

 

 

 

투르툭 마을을 아쉽게 떠났다

 

 

훈드르 마을의 캠핑장

텐트 안에는 침대가 있고 텐트와 연결된 개별 화장실도 있다

온수는 아주 잠깐만 나왔다

 

 

 

늦은 오후에 낙타 타기 체험을 하러 캠핑장 근처 샌드듄으로 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곧 일몰 시간이 다가오므로 비가 멎기를 기다리지않고 포기하고 숙소로 되돌아왔다.

저녁 식사후 같이들 모여앉아 이얘기 저 얘기 나누고 맥주를 마실 사람들은 맥주를 마셨다.

나중에 여행에서 돌아와서 본 톰 크루즈의 영화 미션 임파시블 6 의 촬영지로 투르툭과 누브라 밸리, 또 그 근처의 시아첸 빙하가 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고 몹시 반갑기도 했다 ㅎㅎ

 

 

 

 

다음날 새벽의 캠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