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8. 22:30ㆍ아시아권
밤새 개 짖는 소리에 잠을 깨서 잠을 못이뤘다. 커다란 개들이 밤새 거리를 활보하며 싸우고 떼로 몰려다녀 야간 외출은 삼가라는 인솔자 천의 말대로 개들이 싸우는 소리, 계속 짖어대는 소리로 공포심이 생길 정도로 시끄러웠다.
겨우 잠이 다시들까했는데 이번엔 노래하는듯한 예배 시간 알림인 아잔소리가 나를 각성시켰다. 시계를 보니 3시 40분이 좀 넘은 시간... 아이고 부지런한 무슬림들 ㅠㅠ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한분이 보이질 않는다. 그분의 룸메이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부를 전했다. 밤새 토하고 힘들어 했다는것. 오늘 가야할 해발 4218 미터의 판공초를 가기도 전 벌서부터 고산증 증세가 심각한 분이 생긴거다.
천은 그분한테 오늘 판공초 호수를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도록 했다. 닥터가 방문할테니 진찰도 받고 무조건 쉬라고 했다.
산소 탱크에 의료진 ( 의사는 아니지만 고산증이 심할 때 응급조치를 해줄 수 있는 인력 ) 까지 한명 대동하고 판공초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레를 출발하고 얼마 안가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초소 같은 것 이 나왔다. TCP 라 쓰여있어 뭔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Traffic Control Point 라는 의미였다. 이곳에서 가이드 록상은 우리 여권을 걷어 Police Permit 을 받았다.
국내 여행인데도 여권 검사를 따로할 만큼 정치적,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풀 한포기 보기 힘든 척박한 지형이다
사륜구동 지프를 순서대로 열을 맞춰 타고 이동
공사용 트럭만 간간이 다니는 한적한 길이다. 한여름인데 눈마저 보인다.
그러나 가이드 록상은 올해엔 눈이 아주 적다고 한다
판공초 호수로 가는 길은 창라 패스 ( Chang La Pass ) 라는 고갯길을 지나는데 이곳이 해발 5360 미터이고 가는 내내 꼬불꼬불 구비길에다 아득한 낭떠러지와 비포장길이 즐비한 험난한 고행길이었다.
우리 차를 운전해준 기사는 노르부라는 이름의 라다크 청년으로 말이 없고 수줍음을 잘타는 사람인데 하루종일 라다크 음악을 틀어줬는데 하도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에 반복이 심한 후크송이라 몇곡은 나도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가 됐다.
좁고 구불구불한 낭떠러지 길에서 경적을 울리며 추월을 할 때는 너무 아찔하고 등에 식은 땀이 흘렀고, 고도가 점점 높아지니 두통은 점점 심해지고 숨이 너무 찼다. 여행을 떠나기 전 시아버님 병간호를 하느라 힘들어서 감기가 낫지않아 기침을 하고 있었던지라 천식 증상까지 나타나 더욱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황량한 산길에 화장실이 있을리 만무하니 가다가 차를 세워주면 바위 뒤에 숨어 볼일을 봤다. 그리도 황량한 바위들 틈새에 수줍게 피어있는 이름모를 보라색 꽃이 대견했다.
원래 판공초 가는길 주위엔 여름에도 눈이 쌓여있는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올해엔 유난히 눈이 없다고 가이드 록상이 말했다.
창라 패스 가장 높은곳에 도착하니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 뜨거운 밀크티 한잔씩 마시는데 유당불내성이 있는 난 설사할까 두려워 우유가 들어있는 밀크티를 맛만 보고 말았다 ㅠㅠ
그러고보면 난 참으로 여행에 적합한 체질이 아니다. 장이 예민해서 긴장하거나 조금만 이상한걸 먹어도 설사를 하고, 배가 냉해서 에어컨을 많이 쏘이거나, 날씨가 차갑거나, 찬 음식을 먹어도 설사를 하고, 집을 떠나면 잠을 잘 못자고 시차 적응도 잘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좋으니..ㅎㅎ
창라 패스를 넘어가니 소를 방목하는 초지도 보이고 이끼들도 보였다.
창 라 카페테리아
드디어 판공초 호수 ( Pangong Tso Lake ) 에 도착했다. 호수의 일부는 인도령이고 나머지는 중국령으로 창쳉모 산맥과 판공 산맥으로 둘러싸여있는 큰 염호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해서 유명해졌다.
일단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고 호수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머리도 아프고 숨도 차고 식욕도 별로 없는데다 음식도 마음에 들지않았다. 뷔페식 차림이었는데 다른건 손을 대기가 싫었고 수제비 비슷한게 보여 좀 떠다 먹어봤는데 그것도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런 오지 마을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난 뜨거운 물을 얻어 컵라면을 먹었다.
어디 여행가서 엔간하면 음식 적응은 잘하는편인 내가 라다크에서는 몇끼째 먹기가 힘들다. 고산증 증상 때문에 속도 같이 불편해서 조금만 향이 이상하거나 식재료가 이상해보여도 속이 뒤틀리고 먹기가 힘들다.
식당이 있는게 용하긴 하다만 음식이 영 입에 맞지않는다. 고도 때문에 더하리라.
식사후 호수로 가서 사진도 찍고 호숫가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많이 걸을 수가 없었다.
동행한 의료요원이 산소포화도를 재줬는데 90이 정상 수치라는데 난 68이 나왔다. 70~75 정도인 사람들이 많고 난 낮은편에 속했다. 아주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점심 식사를 거른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산소마스크 신세를 가장 먼저 진 사람은 일행중 막내인 새내기 대학생 S 였으니 고산증은 나이도 체력도 아닌 누가 더 심할지 예측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판공초 ( Pangong Tso ) 호수는 인도의 절경을 영상으로 담아내 유명한 영화 세 얼간이의 엔딩 장면에 나와 더 유명해졌는데 해발 4350미터에 위치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거대한 염호로 하늘호수라고도 불린다.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해서 여행을 하려면 따로 퍼밋을 받아야한다. 호수 면적 중 인도가 1/3, 중국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세얼간이 포스터
세얼간이의 포즈처럼 찍어주겠다고 영업하고있는 사진사
가이드 록상이 한가로이 앉아있다
말 수 적고 수줍음 많이 타는 우리 차 기사 노르부와 한컷
레로 다시 출발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 5시간여를 힘들게 달려온 판공초에서 다시 같은 길을 5시간 달려 숙소로 돌아갈 일이 아득했다. 그래도 밖의 경치를 보며 노르부가 틀어주는 라다크 노래를 들으며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워낙 위험한 급커브와 경사길이어서 곳곳에 붙여진 경고문이 재미있었다.
그 중 메모해둔 몇개의 경고문
Drive , Don't fly
Fast won't last
No hurry, No worry
Slow drive Long life
Be soft on my curve
The safe way is the only way
군데군데 포장이 깨져 파괴된 도로 위로 물이 흐른다. 힘겹게 이동을 해 다시 창라 패스에 도착해서 인증샷을 찍었는데 누구한테 부탁할 것을 셀카로 찍었더니 사진을 망쳤다 ㅠㅠ
창 라 패스
다들 고산증에 힘들어했다. 나 역시도 너무 힘이 들었다. 저녁에 레에 도착하고 난 서둘러 약국으로 가서 천식에 사용하는 인할러( 흡입기 ) 를 구입했다. 알러지 천식 증상이 가끔 생겨 사용해봤으므로 처음엔 기관지 확장제 성분의 인할러를 달라고 하니 의사의 처방 없이 줄 수 없다 했다. 할 수 없이 내가 약사인데 줄 수 없겠냐 묻자 아예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니 필요한걸 찾으라고 약 진열대로 안내해준다. 기관지확장제와 스테로이드가 섞여있는걸 골라 구입해서 숨이 몹시찰 때 흡입을 하니 한결 부드러웠다.
힘든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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