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8. 22:22ㆍ아시아권
아침 비행기인지라 일찍부터 인천 공항에 모여야 했다. 작년에 가려다 시댁 조카의 결혼식과 날짜가 겹쳐 포기했던 라다크 여행이어서 올해 여행 공고가 뜨기도 전부터 기다려왔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시아버님이 갑자기 척추관 협착증에 허리 디스크 파열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셔서 한달여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도 하시는 바람에 병원 수발을 드느라 올해도 못가면 어쩌지하고 노심초사 했었다. 다행히도 수술 경과도 좋았고 여행 출발 열흘을 채 안남기고 퇴원을 하셨다. 조금은 걱정도 되었지만 남편이 병원 수발 들며 수고했으니 기분 좋게 여행 다녀오라고 적극 밀어주어 떠나기로 했다.
공항에서 반가운 얼굴 가이드 천을 보니 이제 여행을 가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게다가 전에 중국 실크로드 여행길에서 만났던 분도 있어 반가웠다. 여행 카페를 통해 모집이 된 우리 일행은 인솔자 천을 포함 모두 13명이었다.
일단 델리까지 8시간여 가고 다음날 라다크의 주도인 레 ( Leh ) 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열몇시간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건만 그래도 비행시간 8시간이 결코 만만하진 않았다. 영화도 보고 억지로 눈을 붙이기도 하며 버텨보니 어느덧 델리에 도착했다. 서울과 시차는 세시간 반, 북한처럼 30분이 들어가는 시차는 처음 경험이라 신기했다.
입국 심사대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심사를 받다 퇴짜를 맞는 사람도 보이고 제법 까다로운 편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인도라는 나라가 만만치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암튼 공항 밖으로 나와보니 후끈한 기운이 온몸에 느껴지며 마치 더운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천의 얘기로는 델리 공항이 이렇게 현대적으로 바뀐게 그리 오래되지않았다고 ... 얼마전까지 공항 밖으로 나오면 길에 소가 누워있고 삐끼들이 아우성이었고 공항도 아주 좁고 지저분했다고 한다.
공항에서 아주 가까운 뉴델리 지역의 호텔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했다. 뷔페식의 식사는 그냥저냥 괜찮은 편이었다.
다음날 레로 이동할 비행편이 아주 이른 시간이어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역시 여느 여행 때처럼 너무 일찍 2시반에 눈이 떠졌다. 네시반 출발을 하기로 해서 조금 더 잤어도 좋았건만 ㅠ
호텔에선 너무 일찍 떠나는 우리 팀을 위해 도시락을 싸주었다.
국제선과 달리 인도 국내선 항공은 수화물이 15 Kg 까지만 무료인지라 수화물의 오버차지를 해야했다. 요금 자체는 비싸지않았지만 오버차지를 받는 직원들의 업무처리가 매끄럽지않고 우왕좌왕 엉망이었다. 나를 포함 일행 중 몇명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겨우 처리가 되었다. 놀라운건 부피가 정말 작은 배낭 하나만 가져온 여성분이 있어 오버차지를 하고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름 여행 좀 다녔는데 여전히 짐을 싸는 스킬이 영 시원찮고 조금 불편한걸 못참아 이것저것 가방에 채워넣는 내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우리가 가야할 게이트는 아주 멀었다. 정말 한참을 걸어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승객 중 Kim 을 찾고 있었다. Kim 은 아주 흔한 성이라 이름을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내가 맞단다. 무슨일이냐 물어보니 내 수화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규정에 어긋난 어떤 것이 짐속에 있다며 확인을 위해 따라오라고 했다. 직원을 숨차게 따라가며 서울에서 올 때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무엇이 문제냐 물으니 그 직원은 자긴 모른다고 했다. 보딩 시간은 얼마 안남았는데 멀고먼 거리를 뛰다시피 가서 보안구역에 들어가보니 가방이 여러개 있고 나처럼 소환된 승객들이 몇명 있었다. 내 가방을 찾으라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 가방은 없었다.
내 가방은 여기에 없잖아 ! 도대체 내이름을 제대로 확인한거냐? 한국인은 Kim 이 많다. 너희들 다른 Kim 을 찾았어야 하는것 아니냐?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먼거리를 돌아간게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다. 직원들은 당황하더니 다시 나를 게이트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조금 따라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보딩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난 다리도 아프고 너무 힘들다고 숨찬 목소리로 얘기하니 공항 구내를 다니는 카트에 태워주었다.
게이트에 다시 돌아오니 모든 승객들이 다 타고 인솔자 천만 근심스럽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화통이 치밀어 이게 뭐냐고 항의를 해보았지만 시간이 없어 제대로 사과도 받지못하고 무조건 탑승부터 해야했다. 게이트 앞에 서있던 권위주의적 표정의 그 직원 놈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신경질을 내며 내 불만을 묵살해버렸다. 아이고 열받아 ㅠㅠ
비행기 좌석을 찾아가 앉으니 옷이 땀으로 다 젖어있었다. 천은 처음에 힘들게 액땜했으니 이번 여행 내내 좋은 일만 있고 순조로울거예요 하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너무 지치고 짜증이 났다.
한시간 이십분여 비행기를 타고 레에 도착했다.
레 공항은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고 규모는 지방의 버스 터미널 수준으로 아주 작았다. 같은 인도 국내임에도 마치 다른 나라에 입국하듯이 신고서를 제출하고 절차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우리가 방문할 지역은 파키스탄 중국과 접경지대이므로 인도정부로부터 통행 특별허가를 받아야한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지 가이드 록상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세명씩 한조로 총 5개조로 나누어 사륜구동 SUV 차량에 나누어 탔다. 험한 산길과 비포장도로가 많은 험한 여정이라 이번 여행 내내 이런 형태로 여행을 하게된다.
워낙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레에 도착한 시간도 아침이었다.
숙소에서 얼리 체크인을 해줘 잠시 쉬다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 앞 풍경
좋은 위치 말고는 딱히 내세울게 없던 숙소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라다크의 중심 도시인 레 (Leh) 는 해발 3500미터에 위치해 인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1962년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으로 국경이 폐쇄되어 신장 위구르의 카슈카르와 티벳, 인도의 카슈미르를 이어주는 남부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진 불교도시가 되어버렸었다. 중국과의 국경 분쟁 때문에 인도의 군사 전초기지로 유지되다가 1974년에서야 다시 관광객들에게 개방됐는데 1년중 6~9월에만 여행이 가능하고 그 나머지 기간에는 숙소나 식당도 문을 닫고 들고나는 육로가 막혀버릴 만큼 오지이다.
라다크 ( Ladakh ) 는 고갯길의 땅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 말 뜻 그대로 지리적으로 폐쇄적이어서 오랫동안 문명의 손길을 타지않고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오지였다. 티벳 불교를 믿으며 티벳 방언을 쓰고 티벳의 문화와 풍속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그야말로 리틀 티벳,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지역이 바로 이곳 라다크이다. 북쪽으로는 카라코람 산맥, 남쪽으로는 그레이트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넓은 지역으로 그 사이를 잔스카 산맥과 라다크 산맥이 가로지르는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 중 가장 높은 고원지대이다.
우린 이미 해발 3520 미터나 되는 고지대인 레에 항공 이동을 해왔으니 고산 적응을 위해 오후에도 가벼운 일정만 소화하기로 했다. 위치가 좋은 대신 시설이 좀 떨어지는 우리 호텔은 식사도 영 시원찮았다. 맛이 그다지 좋지않은 식사를 대충하고 호텔에서 가까운 환전소로 슬슬 걸어갔다. 모두들 가지고 간 미국 달러로 인도 루피화를 환전하고 근처 시내를 잠시 구경했다. 길거리에 펴놓고 파는 살구도 조금 사먹고 시장 구석의 길거리 찻집에서 파는 짜이도 한잔씩 마시고 시내 약국에 가서 고산증 예방약이 필요한 사람은 샀다. 판매하는 약이 궁금해서 따라가보니 내가 준비해간 다이아목스였다.
또 인도에서 유명한 히말라야 화장품 가게에 가서 수분 크림과 작은 샴푸를 샀다. 가격대비 제품의 질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별로 맛이 없던 호텔 식사
레의 시내
살구가 많이 난다고 하더니 과연 길거리에서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장 좌판에 앉아 마신 짜이
우리나라에서 호떡 사먹듯이 거리에서 구워파는 난을 사서 뜯어 먹으며 걸어 다녔다
거리에서 자유로이 걸어다니는 소를 보니 이곳이 인도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ㅎㅎ
길에 누워 자고 있는 개들이 유독 많다
호텔로 돌아와 좀 쉬고 한시간 정도 거리의 헤미스 곰파 ( Hemis Gompa ) 에 다녀왔다. 헤미스 곰파는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으로 이 사원의 이름을 따서 지역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라다크의 남걀 왕조 때 번성한 홍모파의 중심 사원이며 환생한 스님인 린포체가 대대로 주지를 세습하는 중요 사원이다.
전형적인 티벳 스타일로 지어진 건축물로 아름다운 벽화가 많다.
또 이 사원은 인도에서 티벳으로 처음 불교를 전한 티벳 소승불교의 창시자 파드마삼바바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축제 기간엔 건물이 다 덮힐 만큼 거대한 탕카 ( 탱화 ) 가 공개된다고 한다.
곰파 입구
곰파에 다녀온 후 두통이 시작되어 타이레놀을 먹었다. 미리 다이아목스를 복용했음에도 고산증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컨디션이 나빠 보였다.
'아시아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7월 북인도 라다크 3 투르툭, 누브라 밸리 (0) | 2018.08.08 |
---|---|
2018 7월 북인도 라다크 2 판공초 호수 (0) | 2018.08.08 |
2018 6월 일본 닛코, 니가타 2 (0) | 2018.06.13 |
2018 6월 일본 니가타 , 오제 국립공원 1 (0) | 2018.06.12 |
2017 12월 베트남 남부 3 달랏 (0) | 2017.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