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월 베트남 사파 트래킹 1

2014. 12. 29. 01:53아시아권


아들아이와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카페에서 진행하는 여행이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거라 별 준비도 필요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떠나는거라 남아있는 남편과 딸한테는 좀 미안했지만 일년동안 재수를 하느라 고생한 아들과 나름 뒷바라지한 내가 수능이 끝나고 가는 여행이라 조금 떳떳한 (?) 면도 있었다 ㅎㅎ

아침 10시반경 베트남 항공을 타기로 해서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 함께 갈 일행을 기다렸다. 그런데 반가운 인물이 보인다...  이집트 여행 때 가이드를 해주었던 가이드 천이 이 여행에 참가한 것이다. 아이구 ~~ 반가워라 ㅎㅎ

사람들이 모여들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저마다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느라 여념들이 없다...

하노이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대를 거치는데 공무원들이 어찌나 늑장을 부리는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뒷줄에 서있던 어떤 남자는 급기야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ㅠ 짐을 찾으러 가보니 짐도 늦게 나와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비행기도 작고 공항이 붐비지도 않던데...

하노이의 올드쿼터로 이동해서 Day Use Hotel ( 하노이에서 사파로 이동하는 기차는 밤 9시 50분 출발하는지라 씻고 잠시 쉴 수 있게 잠시 이용할 호텔을 예약해두었다고 한다 ) 로 갔지만 공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아이만 잽싸게 샤워하고 씨클로 투어를 하러가기 전 나까지  씻을 여유는 없었다. 

씨클로 투어를 하며 하노이의 올드 쿼터를 구경했는데 공해가 너무 심해 매연을 맡으며 하는 투어라 즐겁지만은 않았다. 씨클로를 운전해주는 아저씨가 자꾸 말을 붙이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좀 답답했다. 투어가 끝나고 팁으로 1불을 주었는데 이 아저씨가 더 달라고 계속 조른다. 그런데 이렇게 조르고 재촉하는 사람한텐 더 주기 싫어지는게 내마음이다.

베트남 북부지방에서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종합예술의 형태인 까쭈 ( Ca Tru ) 라는 민속 음악 공연을 잠시 관람했다. 검은 의상을 입은 세명의 여성들이 특이한 모양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씨클로 투어

 

까쭈 공연 

 

 

 

저녁 식사를 하러 홍강 ( Hong ) 근처의 가정식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강이 잘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식사를 차려주었는데 어두워서 강의 전망이 잘 보이지않아 조금 아쉬웠다.  그린파파야 샐러드와 청경채 쇠고기볶음, 생선, 닭고기, 쌀밥..등을 하노이 맥주 한잔과 먹었다. 환전을 하고 슈퍼마켓에 잠시 들렀지만 시간도 별로 없고 살 것도 별로 없어 패스.

기차역으로 가서 라오까이 ( Lao Cai ) 행 기차를 타니 4인 1실의 침대칸이다. 부부팀과 한조가 되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공간이 협소해서  진행팀이 더 잡아둔 방에 가방 한개를 실었다. 62세와 58세라는 이 부부의 부인되시는 분이 감기 기운이 있다면서 일찍 불을 끄고 조용히 주무셔서 우리도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있었다.

기차는 매우 느리고 몹시 흔들렸다. 자주 깨며 조금 잤는데 새벽 4시에 결국 못견디고 일어났다. 살금 살금 일어나 밖으로 나와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대충 화장을 하니 부부팀도 기상을 하셨다.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주신 사과즙과 요거트를 얻어 먹었다. 

 

 

 

4인 1실의 야간기차

아이가 위층, 난 아랫층에 누웠다. 각자 불도 킬 수 있고 낡은 기차지만 그래도 침구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라오까이 역 앞

 

 

 

원래 아침 6시에 라오까이에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는 1시간이 넘게 연착이 됐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사파 ( Sa Pa ) 로 50분 정도 이동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십여년전 사파에 와봤다는 분이 요즘 사파 지역에 관광객이 늘었다더니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일단 숙소인 빅토리아 사파 호텔에 체크인을 해서 짐을 맡겨놓고 아침 식사를 하고 트래킹을 하러 가기로 했다. 

사파는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20세기에 여름 휴양지로 개발한 도시라 시내 중심지 곳곳에 콜로니얼 양식의 건물이 보인다. 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 성에 속하며 해발 1650 미터의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사파는 다양한 산악 부족들의 도시로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총 12개의 부족이 거주하고 있다.  소수민족 중에서도 흐몽족과 자이족, 레드자오족이 가장 많은 편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체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이며 산속 계곡에 있으므로 연중 안개속에 파묻히는 날이 많다.  

 

 

 

빅토리아 사파 호텔 입구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우릴 반겼다

사파 지역 지도

 

 

사파 타운 중심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블랙 흐몽족 ( Black H'Mong ) 이 사는 라오차이 ( Lao Chai ) 마을을 향해 가려는데  알록달록한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커다란 바구니를 멘 현지인들이 줄줄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트래킹을 쫓아다니며 돕기도 하고 물건도 판매를 한다고 한다.

시내를 벗어나 산비탈과 계곡을 개간해서 만든 다랭이 논들이 그림같이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게 즐거워졌다. 안개가 뒤덮였다 개였다하는 산등성이의 다랭이논들이 정겹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산 부족들의 지혜와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과 애환이 느껴져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블랙흐몽족은 사파지역에서 가장 많이 살고있는 소수민족으로 깟깟마을이나 라오차이 등에 거주하고 사파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53% 를 차지하고 있다. 몇번에 걸친 염색 작업을 해서 검은색에 가까운 색깔의 상의, 토시 등의 의상을 착용하며 이같은 염색옷은 보온의 효과와 더불어 제충의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아이 뒤로 사파 시내의 성당이 보인다

사파 지역의 현지 가이드

 

커다란 바구니를 지고 따라오던 흐몽족 여인들

베트남의 소는 우리나라 소와 다른 모양이다

다랭이 논

길에서 본 아기 돼지들

 

마를 어귀에서 만난 어린아이들, 맑은 눈망울이 귀엽다

그저 사방을 구경하며 천천히 즐겁게 걷는 트래킹 , 너무 힘들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즐거운 길이다

다랭이논의 곡선이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구름과 안개가 낀 마을,  금방 개었다 금방 흐렸다 변덕이 심하다

 

 

마을 앞 개울의 물빛이 아주 곱다

 

 

아주 험한 산길도 아니고 논 사잇길, 들길을 따라 걷다가 작은 마을이 나오면 마을 구경을 하고 마을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채소 볶음과 닭고기, 두부요리, 쌀밥 등이 나왔는데 그리 맛이 있진 않고 소박하고 평범한 맛이었다.

자이족 ( Dzay )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고  레드자오족들이 많이 사는 따반 ( Ta Van ) 마을까지 트래킹을 했다.

레드자오족 ( Red Dzao ) 은 이마 앞머리를 밀고 눈썹도 밀어버리며 빨간색 두건을 쓰고 다니는 이 부족은 13세기 무렵 중국에서 건너온 부족으로 도교와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이 붉은색 두건은 레드자오족의 상징이며 여러가지 장신구를 걸어서 무게가 9Kg 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다시 숙소로 되돌아오니 오후 5시쯤 되었다. 세시간 남짓 걷고나니 기분도 상쾌하고 땀도 적당히 났으므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했는데 그린파파야 샐러드가 마음에 들었다. 진저 레몬티를 한잔 마시며 호텔 로비의 페치카 앞에서 사람들이랑 수다를 떨다 하루를 마감했다.

 

 

 

 

마을 식당에서 먹은 조촐한 점심 식사

옥수수를 말리고 있는 가게

유독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블랙흐몽족 아주머니한테 기어이 작은 천가방을 사주고야 말았다

아주머니와 한컷

기념품과 음료수, 온갖 잡화를 팔던 가게

 

따반 마을의 평범한 집

역시 바구니에 물건을 넣어 지고 다니는 레드자오족 여인

아기를 등에 업고 다니는 모습이 웬지 반갑다

따반 마을의 초등학교

 

저녁 식사

 

 

다음날은 아침 9시부터 트래킹을 시작했다.

깟깟 마을 ( Cat Cat ) 과 신차이 마을 ( sin chai ) 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먼저 깟깟 마을로 갔다.  입장료를 받는 마을 입구에 기념품과 수공예품등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잠깐씩  눈요기를 하며 지나갔다.  소박한 민속 공연을 하는 작은 공연장에 들러 잠시 구경을 하고 작은 폭포와 개울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 트래킹을 이어갔다.  멀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는 판시판 산을 배경으로 산길을 걷다가 다시 예쁜 다랭이논을 배경으로 하는 마을길도 걷고 마을 가게에서 아몬드를 사서 먹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이 따라다니기도 하고  신차이 마을 까지 몇시간을 즐겁게 트래킹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케이블카를 공사중이었다.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공사를 해야하는 명분은 많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운 옛모습은 점점 사라질테지.

 

 

 

저 산등성이 어느쪽까지 케이블카를 공사중이라 한다

깟깟 마을로 가는 이정표

 

깟깟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나름 알려진 관광지라 기념품 가게와 노점상들이 있다

정교한 염색을 한 후 널어놓은 핸드메이드 제품들

 

냇가에 블랙흐몽족 여인이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앉아있다

 

어디선가 염소떼가 갑자기 나타나 황급히 길을 비켜주어야 했다

아기자기한 깟깟 마을 풍경

 

이제 점점 더 높은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판시판 산인건지... 날이 점점 더 개어 땀이 날 정도로 날씨가 좋아졌다

신차이 마을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모습

 

 

사파 타운에서 좀 늦은 점심 식사를 했는데 돼지 바베큐와 치킨, 순대 등 푸짐한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 전까지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기로 했는데 이정도 가벼운 트래킹으로는 성에 차지않는 등산파들은 근처 함롱산 공원으로 갔고 아들녀석도 그리로 따라갔다. 나머지 쇼핑과 맛사지 파들은 삼삼오오 흩어져서 시내 상점과 카페들을 구경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의류를 저렴하게 파는 가게가 있어 우르르 몰려가 흥정도 하고 트래킹화 싸게 파는데가 있다며 같이들 가보기도 했다. 작은 카페에서 이름모를 식물로 만든 차를 마셔보기도 하고 발 마사지도 받았다.

저녁은 시내 성당 앞에서 모여서 타운의 레스토랑으로 같이들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잠시 들어가 구경을 한 현지인 집의 아이들

점심 식사로 먹은 통돼지 바베큐

찻집 아저씨

 

 

아이가 다녀온 함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