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3 -페루 쿠스코

2011. 12. 29. 19:42남미여행

 

9월 24일 금

 

쿠스코로 출발하기 전날 밤에 현지 여행사 대표가 전화해서 볼리비아 비자를 받아야 하니 쿠스코에

도착하면 그것부터 진행하자고 했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라파스 공항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는데...

그는 이미 입국해놓고 공항에서 받는게 어디있냐, 자기가 알아보니 비자는 꼭 필요하다, 만약 비자가

없다고 비행기 탑승도 거부당하면 어쩔거냐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마음이 약해진 우린 혹시 모르니 안전하게 미리 받자고 동의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서둘러 씻고 5시 20분 픽업 버스 타고 다시 훌리아카 공항으로

출발했다.

푸노를 떠나며 뒤돌아보니 고산증 때문에 별로 한게 없는 것 같아 서운했다.

 

 

                                          쿠스코 공항

 

 

7시 30분 비행기 타고 쿠스코 공항에 도착하니 8시 30분.

짐을 찾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쿠스코 관광지도를 얻을 때까지도 기분이 좋았다.

쿠스코와 마추픽추 투어엔 한국어 가이드가 나온다니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픽업나온 사람이 없다. 조금 늦는거겠지.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쿠스코 일정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현지 여행사 대표한테 로밍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함흥차사.

십여분 이상 지나 다시 전화하니 시위 때문에 공항으로 차가 못들어오고 있단다.

거짓말. 공항 앞엔 피켓든 사람이 이십여명 서있고 주차되어있는 차도 수십여대가 넘는다.

다들 태우고 떠나고 있다.

기다리시기 힘드니 공항청사 2층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란다.

1시간을 부글부글 끓다가 다시 통화하니 이번엔 공항에서 차가 나가는 출구 쪽으로 오란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시 나와 겨우 만나니 영어는 단 한마디도 못알아듣는 기사만 달랑 혼자다.

우릴 태우더니 차를 길에 세워놓고 한참 여기저기 볼리비아 영사관 위치를 묻는 눈치다. 겨우겨우 헤매며

영사관에 도착해 문의하니 영사관 비서는 필요 서류 일체를 불러주고 오늘 안에 못해오면 내일은 토요일

휴무이니 알아서 하란다.

육로가 아닌 공항으로 입국하면 바로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하자 50대로 보이는영사가 나타나 절대로

그렇지않다며 꼭 여기서 받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오로지 미국시민만 공항에서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단다. 나원참 더러워서...

비행기 탑승이 거절되면 라파스행 비행기를 놓치게 되고 그러면 우유니 일정은 물거품이 되고 육로로

이동하여 칠레 입국을 해야하는데 향후 모든 일정이 다 꼬이게된다.

 

12시 반이 되어서야 가이드가 나타났다.

브라이언. 서툴게나마 한국말을 조금 하는 가이드.

늦게 나타난게 미안한지 열심히 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도와주기 시작했다.

리마에있는 여행사 대표와 통화해 필요서류인 라파스 호텔 예약 확인서, 비행기 티켓 사본을 부탁한 후  

근처 인터넷카페를 찾아가 이메일로 받아 프린트 아웃하고 황열병 예방접종서, 크레디트카드, 여권을

복사해 사본을 만들고 사진을 챙기는데 피가 말랐다.

모든 서류를 꾸리고나니 1시쯤 되었다. 영사관 점심시간은 2시반까지란다.

비는 시간을 이용해 점심을 겨우 먹는데 스파게티가 위장속에서 곤두선다.

소화제 두알을 삼키고 다시 영사관으로.

 

 

                    점심 먹은 레스토랑에서는 전통 악기를 연주해주었다. 기분좋게 들을 정신이 없었지만.

                         식당 앞에선 전통 복장을 한 여인이 맞이 해주었다

    휴대용 산소캔 광고 -  고산 지대 답게 이런 광고가 있다 ( 중국 구채구 여행 때 사용해본 경헙이 있다 )

 

 

 

영사관 앞엔 커다란 개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고 배낭여행자로 보이는 서양애들 두쌍이 서있었다.

페루나 볼리비아엔 왜 그렇게 길에 돌아다니는 큰개가 많은지 큰개 공포증이 있는 난 머리가 쭈삣쭈삣

서서 괴로웠다. 나중에 볼리비아 가이드한테 들은 얘긴데 이 개들이 주인없는 거리의 개가 아니라

엄연히 키우는 개란다.

다만 묶어놓지않았을 뿐 각자 주인과 집이 버젓이 있는 아이들이란다.

자유로운 영혼의 남미 개님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영사관 문은 열리질않는다.

마추픽추행 기차를 3시반에 예약했다며 우리 가이드 브라이언은 안절부절.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댄다.

한참후 그 비서가 택시를 타고 나타나고 업무 시작.

서양애들 비자는 바로 내주더니 우리한텐 너희 트래블 에이전시랑 통화를 해야겠다며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브라이언을 불러 만나게해주자 영사와 비서는 매우 화가난 어조로 브라이언과 한참을 얘기

하더니 겨우 비자를 준다.

알고보니 브라이언이 리마 영사관과 자기 삼촌 ( 페루 내 고위 공직자란다 )한테 전화해서 근무시간에

일 안하고 전화도 받지않는다고 해서 무언가 질책을 받아 화가 난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놈의 볼리비아 비자를 받아든게 4시 10분.

기가 막혔다. 오늘 하루 일이 뭐 이리 꼬이는지.

기차표 바꾸랴, 스케줄 바꾸랴 브라이언은 여행사측이랑 전화통을 붙잡고 산다.

 

 

 기차역에 잠깐 들러 기차표를 바꿨다. 페루 레일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입구가 너무 허름해서 깜짝 놀랐다.

 

 

 

대성당을 보러 가는 길에 대학교 앞을 지나는데 길거리에 돌멩이들이 널려있고 길이 막힌다.

정말 시위가 있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빈부의 격차도 있고 임금투쟁, 실업문제 등등 페루에도 산적한 사회불만이 많으니

시위는 자주 있는편이란다.

 

 

 

                                            화가 나서 퉁퉁 부은 내모습

 

아르마스 광장 ( 푸노도 쿠스코도 중심 광장의 이름은 아르마스다 )으로 가서  서둘러 대성당에 입장했다.

영어 가이드를 붙여줘서 스페인식 발음의 영어로 설명을 들으며 성당을 구경했다.

1/3 ~1/4 쯤은 알아들었을까.

발음도 그렇고 너무 자세한 설명이 지겨워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중요한 대목은 되물어보며 따라다녔다.

 

성당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 무척이나 넓었다. 사진 찍는게 금지되어 너무 아쉬웠다.

화려한 금장식이나 은장식 - 금은 king 또는 예수, Male에 해당하고, 은은 마리아, Female에 해당

한단다. 수많은 거울 장식과 삼나무 ( cedar ) 를 조각하여 만든 내부는 콜로니얼 형식의 건축기법이고

대성당의 자리는 원래 잉까 ( 황제 )의 궁전 자리에 스페인 침략자들이 재건축을 한거라고.

그외에도 들은 얘기는 아주 많은데 다 기억해내기가 힘들다.

 

대성당하고 이어진 돌로된 길이나 돌로 쌓은 벽은 잉까시대에 만든 그대로다. 오직 왕만 다닐 수 있었던

길이었다는데 왕의 위엄을 느끼게 해준다.

 

 

                     돌로 만들어진  왕의 길 - 오직 왕 ( 잉까 )만이 이 길을 지날 수 있다

 

         크기가 각각 다른  돌을 깎아서 접착제 없이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이 없게 쌓은 놀라운 벽

 

단 50명의 스페인 군사가 수천명의 잉카인들을 학살하여 그 일대가 시체로 뒤덮였었단다. 처음

잉카인들은 스페인 병사들을 보고  하얀 피부 때문에 신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경배하며

원하는 금도 내어주었단다.

참 허무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저 무지한 스페인 병사들은 예술적 가치가 드높은 금세공품들을 약탈하여

운반하기 쉽게 모두 녹여 금덩어리로 실어가고....왕도 죽이고.

 

시멘트나 석회 등을 하나도 쓰지않고 종이 한장, 칼날 하나 들어갈 수 없게 딱 맞추어  쌓은  석축

그 중 12각의 돌은 터치하면 1년동안 행운이 있단다.

당연히 터치하고  인증샷.

 

 

                          행운의 12각 돌을 터치하며

         관광객이 모이는곳엔 이렇게 사진찍게 해주고 팁받는 사람이 있게 마련.

                                      관광객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우리도 의무를 다해본다.

 

 

저녁식사는 츄라스코. 남미식 꼬치구이인데 크기가 엄청나다.  쇠고기, 돼지고기, 햄, 소의마음  (ㅋㅋ 

브라이언의 설명인데 아마 염통을 말하는 듯하다 ) , 그리고 산더미 같은 감자. 먹는거 좋아하는 나도

반도 못먹겠다.

 

 

 

 

                      저녁식사를 하고나니 깜깜한 밤이다. 쿠스코 관광은 망쳤다.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이 제대로 찍히질 않았다.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이채로워 한컷.

                      


 이젠 기차를 타러 출발. 기차타러 가는데 두시간 걸린단다. 기차역 ( 오얀따이땀보 역 )에 도착해

기차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꼬까차 한잔을 했다.

 

 

 

 

                              오얀따이땀보 역의 티켓 판매소 앞. 밤이라 텅 비어있다.

                                     마추픽추를 향한 기차 안에서

 

 

                      


 

기차타러 오는 길에 또 3800미터 정도의 산을 하나 넘었단다. 그래서 해발 3400 미터의 쿠스코 보다는

머리도 좀 아프고 어질어질 했나보다.

기차로만 마추픽추에 가야하는건 차로 가기엔 길이 너무 험하고 산에 강도나 도둑이 많아 위험해서란다.

그럼 쿠스코서부터 기차를 타면 좋을텐데 그러기엔 기차삯이 너무 비싸 다들 차로 중간역인 오얀따이땀보

역까지 와서 기차를 탄단다.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기차시간은 밤 11시 10분 출발. 거기서부터 1시간 40분 가량 걸리고.

너무 늦은 밤이다 . 밖으로 멋있는 경치를 기대했는데... ㅠㅠ

깜빡 잠이 들었다. 깨보니 기차 안엔 불이 꺼져있고 차창 밖엔 희미하게 절벽 같은 것이 보인다.

또다시 어렴풋 잠이 들었다.

가면서보니 중간중간 역이 아닌데도 기차가 잠시 정차해서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를 보내고 다시 움직인다.

레일이 단선인가보다.

 

잠을 깨니 마추픽추역 (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역 )이다.

호텔 주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다행히 브라이언과 호텔 주인이 무거운 가방은 들어주었다.

잠이 설깬채로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캄캄한 길을 숨이 차 헐떡거리며 브리이언을 따라갔다.

언덕을 한참 올라 조그만 호텔에 들어서니 여태까지완 정말 다른 수준의 작은 모텔이다.

너무 늦어서 먼저 예약한 호텔은 예약이 취소되고 다시 예약이 잘 안되어 남은게 이것밖엔 없었다는

믿기 힘든 변명을 들으며 불평할 수도 없을만큼 지쳐 쓰러져 잤다.

 

 

                         형편없는 숙소에 누워있는 지쳐버린 남편. 거의 체념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