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5 - 볼리비아 라파스 첫날

2011. 12. 29. 19:43남미여행

 

 

 

9월 26일 일

 

쿠스코 --> 라파스  ( 약 1시간)- 아에로수르 ( Aereo Sur ) 항공이용

 

정말 까다로운 체크인이었다. 줄이 왜이리 안줄어드나 했더니 체크인 하기전 미리 한 옆에서  가방

검색을 했다.

캐리온도 아니고 부칠 짐인데도 일일이 가방을 열어보고 물어보고...더블체크, 더블체크...

지겨울 정도다. 못사는 나라가 엄청나게 까다롭군. 아니 저희 나라에 돈쓰러 가주는 관광객한테 왜

이리 까다롭게 구는거야... 슬그머니 부아가 나려고한다.

 

이번 여행 전에 남편이 Priority Card 라는걸 만들어와  공항의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인천 공항에서 시간이 없어 사용하지못하고 토론토에서 잠깐 이용해보니 별로였다.

그런데 쿠스코 공항의 라운지는 크지는 않아도 스시이며  맛있는 음식이 많고 인터넷잘되는 좋은

라운지였다.

사람이 참 별거 아닌 일에 나빴던 기분이 스르륵 풀려  다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뭐 화를 오래 내고 있어봤자 힘만 들고 남은 일정이라도 없던 기분까지 내서 잘 치러내야 했으니까.

 

남미에선 공항마다 공항 텍스를 따로 내야했다. 별도의 창구가 있어서 승객이 따로 줄서서 내야했다.

귀찮은 시스템이다.

라운지 좋다고 기분내고 있다가 시간이 다되었는데 깜빡 잊고 텍스 1인당 12불 씩을 안내고 뛰어갔다가

퇴짜를 맞고 정신없이 텍스내고 달려서 검색대 통과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티티카카 호수는 크긴 컸다.

그렇지만 나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황량한 땅이 웬지 모르게 슬펐다.

기대와 불안감이 믹스되어 뱃속엔 가스만 부글부글 찼다.

남미에 가면 강도도 많고, 좀도둑도 많고, 믿을 수 없는 사람 천지이고...

내가 미리 공부한 인터넷 사이트는 주로 배낭 여행자들이 즐겨보고 정보를 올리는 사이트라 지레 겁부터 먹고 

미리 자물통과 작은 와이어,옷 속으로 찰 수 있는 복대를 마련해두었다. 

신용카드와 현금은 복대에 미리 차고 당장 쓸 약간의 현금만 꺼내어 쓰기 쉽게 해놓았다.

많은 사람들의 조언대로 외화를 바로 찾는 현금카드도 만들고.

게다가 밤버스는 더 위험하니 작은 가방도 절대로 몸에서 떨어뜨리지 말아야한다, 

모르는 사람이 등이나 어깨에 뭐 묻었다며 닦아준다고 수선피우며 가진걸 털어간다,

갑자기 뒤에서 목조르기를 하고 가진걸 털어간다 등등...

들은게 많아 불안하고 고산지대에 험한 지형이라고 미리 읽은 것이 많아 아는 것 만큼  걱정이 되었다.

 

드뎌 라파스에 도착,  볼리비아의 입국심사를 받았다.

그 빌어먹을 쿠스코 영사의 장담과는 달리 라파스 공항에서도 돈을 내고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쿠스코에선 비자피가 무료이고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이곳에선 꽤 비쌌던 것 같다.

그래도 돈이 좀 들더라도 그렇게 마음 고생하지않고 시간 버리지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쿠스코 일정도 정상적으로 했을테고 리마 대표랑 언성 높일 일도 없었을텐데...

한 나라의 영사라는 사람이 자기네 비자에 대해 그렇게 잘못 알고 있다니 정말 화도 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ㅠㅠ

 

여기서부터는 공항 픽업이 없다. 알아서 예약된 숙소까지 가야했다.

후아후아 ~~ 아랫배에 힘을 주고 택시 승강장으로 가니 택시가 많다.

남미의 택시는 미리 흥정을 해야 한단다.

미리 조사해둔 대략의 요금을 맞춰보고 호텔 주소를 보여주고 출발.

 

라파스 공항은 4082미터의 고지대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도답게 어질어질하다. 

 공항이 더 높은 지대에  있는지 시내로 가는 길은 차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은 해발 6400미터의 일리마니 산이다

                      우리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본 라파스의 풍경

      

 

가난한 나라답게 산동네가 많은게 특징이었다.  택시 기사는 복잡한 시내길을 들어서 좁은 길을 돌아

우리가 묵을 호텔 앞에 내려주었다.

너무 복잡한 길이라서 처음엔 주눅이 들었다. 게다가 호텔 앞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흥을 돋구고 있어서 시끄럽고 어수선하니 위함한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호텔 데스크에선 내게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그리곤 데스크 직원이 2시에 로비로 내려오라고 몇번씩

당부를 했다.

방으로 들어가 읽어보니 볼리비아내  투어를 맡은 여행사에서 환영의 인사말과 라파스 시내투어,

달의계곡투어와 우유니 투어 일정을 소개한 글이었다.

연락처와 메일주소도 적어주고 궁금하면 연락하라고, 오늘 오후 2시에 시내투어를 위해 픽업할 것이며

내일 우유니 버스를 타기위해선 저녁 8시에 픽업할 거라고 쓰여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여행자를 안심시키는 편지와 데스크 직원한테도 더블체크를 시키는 배려가 고맙고 기뻤다.

당연히 리마 여행사랑 비교가 되었다.

뭐하나 글로는 커녕 말로라도 알려주는게 없는 여행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같은 나라

사람....뭐 이런가.

간단히 점심을 먹고 2시에 로비로 가니 정시에 픽업하러 가이드가 왔다.

사실 시내 투어가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한가.

쓸데없는 건물이나 보여주고 설명만 잔뜩 늘어놓고... 대부분은 그렇다.

 

그런데 선입견을 버리게 해준 라파스 시티 투어였다.

우선 볼리비아라는 나라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인지라 달랑 우리만 데리고 다니니 질문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설명을 들어도 뻔하지않고 재미있었다.

가이드가 설명도 아주 잘하고, 자기나라가 처해있는 현실, 문제점, 빈부격차 등 흥미로운걸 보여주고

얘기해주니 재미있을 수 밖에.

태권도 얘기 - 운전 기사가 자기도 태권도를 한다길래 무슨 띠냐고 묻자 자랑스럽게 초단 밑의 빨강과

검은 줄이 섞인 띠라고 했다. 우리 아들은 검은 띠라고 하자 놀라며 그럼 사범이야고 해서 웃었다.

아니 우리 아인 아직 열다섯살이야. - 도 하고 현대 자동차, 삼성 핸드폰과 컴퓨터, LG 텔레비젼 등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어 어깨도 으쓱했다.

미리 공부 좀 더 해왔으면 가이드의 유익한 설명이 더 귀에 잘 들어왔을텐데... 아쉽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들리는거다.

 

볼리비아도 우리나라 처럼 독립하는 과정에서 내전의 아픔을 겪었고 주위 나라들과의 영토 싸움에서

패전해서  페루, 칠레, 브라질, 파라과이 한테 많은 영토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원래의 영토에서

거의 1/2 수준으로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원래 볼리비아도 바다를 접한 항구를 가진 나라였지만 영토분쟁의 패전으로 바다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

버린 내륙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해군이 해체되지않고 저 넓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해군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되찾을지 모르는 바다를 지키기위해...

 

국가도 힘이 있어야 과거의 영광을 지킬 수 있는거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가이드 아저씨의 모습에서 진한

안타까움이 배어나옴을 느꼈다.

 

유명한 마녀시장 ( Witch 's Market ) 부터 가봤다.

라마 태아를 말린 것, 두꺼비 말린 것, 곤충 말린 것, 동물의 박제, 이상한 약초들 희한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고  표정을 알 수 없는 여인- 주로 할머니들 -  들이 앉아 있다.  

이 라마의 태아 미이라는 주로 집을 이사하거나  차를 새로 살 때 행운을 비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부정을 막아주는 일종의 미신행위에 필요하다. 우리나라 돼지머리나 북어가 생각났다.

 

 

                                     아르마스 광장 의 대성당

                    성당 입구에 주저앉아 무언가 깊은 상념에 젖은 인디오 여인

                   마녀시장의 좌판에 라마의 태아 미이라를 진열하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이나 현대적인 복장을 한 비지니스맨들과 현격한 격차를 보여주는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마녀들의 거리를 보여주고 나더니 이번엔 라파스에서 가장 활발한  시장을 보여준다.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과일파는 곳, 채소 파는 곳, 곡물 파는곳 등등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이상하게도 섞여있지않고 한 장소에 한가지 품목씩 모여있다. 이 골목에선 채소만, 다른

골목은 과일만 이런 식이다.

시장의 상인은 모두 여자들만 있다. 가이드는 남자들은 운전만 해주고 파는건 여자라며 볼리비아는 남녀의

일이 구분되어있다고 한다.

 

 

 

 

 

 

 

다음엔 산 프란시스꼬 광장을 잠시 보고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사가르나가 거리를 소개해주고 마리스깔

산타 크루스 대로를 보여준다.

라파스에서 드문 깨끗하고 잘 정돈된 아름다운 거리였다. 

거리 한구석에 약에 취한 듯한 배낭여행자로 보이는 히피애가 보여 짐짓 물어보자 가이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밤에는 술과 약에 취해 돌아다니다 낮엔 저렇게 길바닥에 누워있는 정신나간 히피들이

많다며 한심하다는 듯한 제스추어를 한다.

물가가 싸니 여행자들이 장기적으로 체류하며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이드 아저씨는 자기나라에 대해 자부심도 강해보이고 영어도 잘하고 아주 인텔릭해보인다.

 

 

                                    라파스 시티투어의 애국자 가이드 아저씨

                                      

무리요 광장에서는 이곳에서 부터 시내의 거리를 재는 중심지가 있다며   기념촬영을 해주었다.

우리나라는 광화문 광장이 아마 중심지 일거다.

볼리비아 독립의 영웅  무리요를 기념하는 광장으로 동상도 서있고 많은 시민들이  소풍을 나와있다.

가족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어린아이들은 비둘기 모이를 주고,  말그대로 평화로운 휴일 공원의 모습이다.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을 들어보아도, 우리가 직접 보아도 볼리비아라는 나라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느나라나 있는 수준의 범죄는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인터넷이나 가이드 북에서 염려하는 수준보다는

안전해보였다.

선입견이라는게  사람을 이리도 긴장시켜서 지레 범죄가 많고 위험한 나라처럼  생각해 지나다니는

선량한 시민들을 우범자 처럼 생각한게 미안했다.

광장과 가까운 곳에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대극장, 박물관들이 있는데 박물관은 휴관이었다.

 

 

                                               시내 중심지 표식

 

 

  

무리요 광장 앞의 공원 - 시민들이 평화롭게 휴식을

                          대통령 집무실 - 볼리비아 국기가 보인다. 규모가 그리 크진않았다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키는 경비병들

                    .

 

깨끗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찬 신시가지 쪽엔 사무실들과 예쁜 카페들도 보였고 여태까지완 정말 다른

분위기의 부유층만  사는 동네도 구경시켜주었다. 따로 경비초소들이 곳곳에 서있는 그 지역엔 그나라 화폐

개념으로는 천문학적인 숫자인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을 호가하는 주택들이 즐비하다. 마치 헐리웃의 비버리

힐즈를 연상케 하는 호화로운 부촌으로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부촌의 초입 - 사설 경비 초소가 보인다   

 

라파스는 해발 3200미터에서 4100미터까지 고도가 다양한 도시이다. 경사가 심한 도로로 연결되어 4000미터 가까운 높은 지역엔 우리나라 달동네처럼 빈민가가 자리하고 있고 3000미터 부근 되는 낮은

 지역엔 부유층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기후도 고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서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이 평균 6도 가량 따뜻하단다.

같은 도시의 남쪽에 자리잡은 부유층이 사는 동네엔 연중 꽃이 피어있고 가난한 지역인 높은 동네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부유층이 사는 동네인 Zona Sur 지역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달의계곡이라는 특이한 지형의 계곡이 있다.

 

 


 

주로 진흙으로 이루어진 계곡인데 비가 올 때마다 진흙이니 빗물이 흡수되어 그 지형이 변한다는 신기한

곳이었다. 고도가 높아 매우 건조해서 진흙이라도 평소에는 단단하게 굳어져 있어 걸어다니는데도 문제가

없다.

이지역은 비의 침식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마치 달의 표면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풀 한포기 보기 힘들고 매우 특이한 모습이었다.

정말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에 넋이 나가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다음으로는 높은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게 해주겠다며 서울로 치면 남산공원 같은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공원의 이름은 생각나지않지만 탁트인 전망이 아주 시원하고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빈민가는 너무 위험해 보이는 축대위의 집도 보이고 환경이 좋지않아 보였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임금이나 생활수준이 너무 낮아 사회 문제가 크게 되고

있다고 고뇌에 찬 얘기를 한다.

그곳에선 대통령 궁도 보이고 새로 지었다는 축구경기장도 보였다.

가이드는 남미 사람답게 축구를 아주 좋아하나보다. 우리나라의 축구에도 관심이 많았고 자기네 축구장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며 축구장이 배경이 되게 사진도 찍어주었다.

솔직히 축구장은 상당히 작은 규모였으나 자존심이 상할까봐 멋있다고 칭찬해주었다.

우리나라 잠실이나 상암을 보면 너무 부러워 할텐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있는 공원

                              축구 경기장

                        어느 나라나 가난한 이들은 산동네에 모여 살고 있다

 

 


다음으로 하엔거리라고 식민시대의 스페인 풍의 거리를 구경했다. 옛모습이 잘 보존되어 예쁜 건물도 많고

작은 박물관도 있었다.

독립영웅이 살던 집도 그대로 보존되어있고 붉은 색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집들도 있고 그림같이 예쁜 거리였다.

 

 

 

 


 

시티투어를 마치고 가이드는 내일 저녁 8시에 호텔로 픽업하러 오겠다고 하고는 우리를 호텔에 내려주었다.

한국음식을 일주일이나 못먹은 우린 가이드북에서 찾아낸 한국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남편은 원래 토종 입맛의 소유자인데다가 특히 밥만을 고집하는 사람인지라 음식이 입에 맞지않아 거의

식사를 잘 못하고 있어 택시를 타고 찾아가기로 했던거다.

헐...택시까지 타고간 그 식당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일요일이어서 쉬나보다.

할 수없이 입소문이 나있다는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송어 요리를 시켜먹었는데 밥이 아른거리며 더

맛이 없게 느껴졌다.

 

고도 때문에 어질어질하고 머리도 자주 아프다.

자꾸 꼬까차만 마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