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7. 11:23ㆍ아시아권
추석엔 어디 여행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무척 중시하시는 시아버님 때문에 엄두를 못냈었다.
이번 연휴도 그냥 흘려버리지말고 한번 혼날 각오로 아버님께 말씀드려보자고
남편을 꾀었다.
어차피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갈거니 혹시 허락해주시지 않을까 했던 내 예상이
적중해서 허락이 떨어졌다.
야호 ~ 아버님도 여행가시고 싶었던거야...
길지않은 연휴이니 북경과 상하이를 가기로 했다. 패키지 여행이라 긴장도 되지않고
미리 여행지에 대해서 공부도 별로 하지않았다.
중국어는 한마디도 못하고 한자도 번체가 아닌 간자를 사용하니 필담도 자신없고
가이드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했다.
북경 공항으로 가지않고 천진 공항에 첫발을 내딛었다.
천안문 광장, 명과 청나라의 황궁인 자금성,서태후의 여름별장인 이화원, 명,청왕조의
황제의 제단인 천단 공원, 각종 맛있고 독특한 먹거리가 많은 왕부정거리, 만리장성
등이 우리가 다닌 주요 관광지였다.
우선 천안문 광장에서 걷는데 과연 세계 최대의 광장답게 너무 커서 어머니께서
걷기에 벅차셨다. 6.4 천안문 사태의 중심지에서 1989년 민주화를 외치며 스러진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숨결을 느껴보려 했지만 무심한 인파에 이리저리 치이기만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넓은 광장을 보며 잠시 공포감을 느꼈다.
정말 사람이, 숫자가 무기인 나라...
자금성은 명과 청 왕조의 황궁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궁궐인데 현재는 고궁박물원이다.
유네스코 새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수많은 문 가운데 오문 ( 午門 )은 오직 황제만
사용했고 지금도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이화원에선 좀 충격을 받았다. 서태후가 피서와 요양을 하기 위해 지었다는 여름별장
으로 원래 평지를 흙을 파내 곤명호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만수산을
만들었는데 특히 호수는 인공호수라는데 그 규모가 매우 컸다.
서태후의 강력한 권력과 이기심이 놀라웠다. 청제국을 반세기동안 지배했던 여걸로
원래 서열이 낮은 후궁 출신인 그녀가 아들 동치제가 황제가 되자 섭정을 하며 권력을
장악했다. 섭정기간이 끝나고도 국사를 장악하고 아들이 죽자 3세인 조카를 양자로
들여 황제 ( 광서제 )에 앉혀 다시 섭정을 하고 후에 황제를 연금하고 독살까지 한
강력한 여성 지배자였다.
만리장성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스며있는 듯 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성은 명대에 지어진 것인데 북방의 유목민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일하던 사람들이
죽으면 그자리에 묻혔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다.
많이 걸어야 해서 어머니는 밑에서 기다리셨다. 당신이 힘이 들기도 하시지만 무엇
보다 일행이나 우리한테 폐를 끼치시기 싫어서였다. 마음이 안좋았다.
왕부정거리에서는 이것저것 군것질도 하고, 북경오리도 맛보았다.
발 맛사지를 받는데 아들녀석이 간지럽다고 큰소리로 웃어 일행 모두가 따라 웃기도
했고, 서커스도 구경했다.
옥류관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황해도 수안이 고향이신 아버님은 조금 심경이 복잡
하신 듯 했다. 북한 식당에서 북한의 노래와 쇼를 관람하고 평양냉면을 드시며 남겨
두고 오신 할머님이 떠오르셨겠지.
우리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巴士라는 글자가 보이고 다른 버스에도 쓰여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외래어인 버스라는 발음을 중국어로 음을 표기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재미있었다.
만리장성에서는 어머니는 차에서 기다리셨다
자금성
이화원
옥류관 앞에서
옥류관의 공연
비행기로 상하이로 이동했다. 상하이는 마치 북미의 대도시 같은 분위기가 날 정도로
거대한 빌딩숲을 이룬 현대적인 도시였다.
우선 동방명주탑을 찾았다. 259미터나 높이 솟은 이 탑은 방송수신용 탑이라는데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황포강과 함께 상하이의 전경이 보였다. 토론토
의 CN 타워처럼 유리로 된 바닥이 있어 사람들은 즐거워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난
다리가 후들거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도 방문했다. 좁고 허름한 골목에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버님은 천천히 그리고 꼼꼼이 살펴 보셨다. 아이들한테도 설명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으셨다.
아큐정전 ( 阿Q正傳 )을 쓴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무덤과 기념관이 있는 루쉰 공원
( 홍구 공원 )으로 가서 윤봉길 의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윤봉길의사의 의거지이기도 한 이곳엔 윤봉길 의사의 호를 따서 매정이라 명명한 정자
와 돌로된 비가 있었다. 이곳에서 윤봉길 의사가 아내와 어린 두아들에게 보낸 친필
서한을 읽었는데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동방명주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앞에서
윤봉길 의사를 기념하는 정자 매정 앞에서
윤봉길 의사 기념비
항주로 이동해 서호 ( 西湖 )를 구경했다.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미인 서시
를 기념해서 서자호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서호의 아름다움은 시인 소동파가 항주
지사로 임명되어 갯벌을 정리하고 제방을 쌓으며 더해졌고 시를 지어 널리 알려졌다.
동파육과 일명 거지닭 ( 진흙을 발라 구운것 )이 유명하다하여 먹으러 갔으나 내 입맛
에는 맞지않았다. 우선 비쥬얼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비게가 덩어리로 있는 동파육도
싫고 부리까지 달려있는 거지닭은 좀 공포심까지 생기게 했다 )
송성가무쇼는 서호를 배경으로 한 송나라의 역사와 전설과 송나라의 민족영웅의
이야기를 가무극으로 보여주는 뮤지컬로 웅장하고 화려한 쇼였다. 중간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들이 나와 아리랑을 공연했다. 마음이 찡했다.
서호 용정차는 아주 유명한 차 ( 茶 )로 차 농원을 방문해서 조금 구입했다. 설명을
듣고 마셔보니 글쎄... 향과 맛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를 둘러봤다는데 의미를 둔 여행이었다
서호 용정차 농원에서
항주 서호
장난스런 표정의 우리 가족
뒤의 어린아이 석상의 포즈를 따라하는 아들녀석
송성가무쇼 공연장 앞에서
송나라 때의 거리를 재현한 송성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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