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7. 11:18ㆍ아시아권
가을에 단풍과 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중국의 구채구가 있다.
여간해선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중국은 자신이 없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데다 영어가 정말 호텔이나 공항 정도 빼고는 정말 통하지 않는 나라.
그나마 대도시는 훨씬 나을테지만 소도시나 시골일 경우엔 음식을 사먹기 조차도 난감하다.
난 음식적응이 꽤 우수한 편인데 유독 중국음식은 힘에 부친다. 종류도 너무 많고 이름도 감이 잘 안잡히고,
돼지비게는 왜 그리 여기저기 많이 들어 있는지...
교통편도 문제다. 시간이 많지않은데 이동거리는 멀고 교통편이 만만치않다.
시간이 많이 허락된다면 이또한 시행착오와 실수를 각오하고 덤벼볼텐데 휴가를 많이 낼 수없는 남편과
힘들면 투정하는 투덜이 아들녀석과의 동행인지라 그냥 패키지로 정해버렸다.
처음 도착지는 사천 ( 쓰촨 )성 성도 ( 청뚜 )시이다. 삼국지의 촉한의 무대이다.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의 사당이 있고 삼국시대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금리거리가 있다.
금리거리엔 먹거리가 풍부해서 이것저것 골라 맛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사천성의 대표요리중 하나인 훠거 ( 샤브샤브의 일종 )를 맛보았다. 양고기와 쇠고기, 각종 야채와 어묵
등을 펄펄 끓는 육수에 데쳐먹는 요리이다.
성도에서 구채구까지는 자동차로는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지라 고민 끝에 비행기로 구채구 공항까지
이동하는 여행사를 택했다.
사실 시간이 많으면 버스로 이동하며 쓰촨성의 쑹판현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구채구 공항은 해발 약 3500미터에 위치해있어서 공항에 내리자 바로 두통이 오고 가슴이 답답해왔다.
고산증 증세가 조금씩 시작된 것이다.
우린 미리 고산증에 대해 조사를 하고 시판하는 비아XX 제제 들이 고산증 예방에 쓰인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미리 챙겨갔다. 이 약에 집착하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용도로 쓸 목적으로 준비했지만 좀
기분이 이상했다 ㅋㅋ
처음 케이블카를 타고 간곳은 황룡으로 해발 4000미터에 위치해 있어 숨이 차고 두통이 심해 예방약을
복용했는데도 정말 힘들었다. 관광지 곳곳에 소형 산소통을 판매하고 산소를 공급받는 오두막이 있을 정도로
높은 곳이었고 호흡곤란과 두통, 메슥거림등 고산증 증세는 우릴 괴롭혔다.
우린 약을 먹었으나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애한텐 좀 불안해서 약을 먹이지않았더니 이녀석의
증세가 제일 심했다. 온통 찡그리며 사진 찍기도 거부하고 너무 힘들어하더니 급기야는 극심한 두통에
울기까지 했다.
관광이고 뭐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산소통을 사서 아이한테 대주고 겨우 달래면서 하산을
했다. 아이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를 보고 한 노부부가 그래도 이런 여행들이 나중에 아이한테는 큰
자산이 되어줄거라며 위로를 해주셨다.
정말 그래주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꽤 데리고다닌 편인데 그런것들이 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바탕이 되어주길 바란다.
석회질이 녹아있어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물빛을 간직한 황룡은 관광을 포기하고 케이블카 탑승을 아예
하지않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다가가기 힘든 숨어있는
보물이었다.
우리팀중에도 황룡 관광을 포기한 분들이 있었다.
고산증으로 너무 힘들었던 황룡의 모습
다음으론 구채구이다. 해발 2800미터에서 3800미터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위치한 구채구는 쓰촨의 장족 자치구에 위치해있는데 골짜기 안에 9개의 장족 마을이 있어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어 개인적으로 여행할 수 없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관광버스를 타고서만 입장해서 관광하도록 되어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어우러진 골짜기의 조화가 마치 그림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지역은 관광수입으로보나
담고있는 수(水)자원으로 보나 중국정부의 보배임에 틀림없다.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크고 작은 폭포와 호수, 단풍과 하늘...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다.
구채구의 호수
구채구 낙일랑 폭포
진주탄 폭포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장족들은 일처다부제로 살아간단다.
옛날 티벳족이 융성한 시기에 당나라와의 전쟁을 하러왔다가 패하고 눌러앉은게 지금 이 지역의
장족들이고 그러다보니 여자의 숫자가 적어 일처다부제가 되었다고 한다.
대개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편의 형제들 모두랑 잠자리를 하여 누구의 아이인지 구분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살아간다고 한다. 여자의 방앞에 모자가 걸려있으면 다른 남자들은 그날은 포기하고 돌아간단다.
평화로운 공존의 방법을 터득한 그들...
그러나 나이많은 형수와 새파랗게 어린 시동생과의 조합이라니...물론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지만...
남자들은 가족 부양의 책임도 없고 재산 상속도 딸한테 이루어지는 모계중심 사회이다.
우리네 사고방식으론 이해가 안되지만 그땅에 오래 살아온 그네들은 환경과 상황에 맞게 이루어진
방식으로 오랜기간 내려온 전통이다.
장족들은 겨울엔 집안에서 가축을 키운다. 2~3층의 집을 짓고 아래층엔 가축을 윗층에서 사람이 살아간다.
내눈엔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며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가축들한테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애정을
쏟는걸로 비쳐졌다.
요즘은 냄새가 많이 나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가축들을 밖으로 내보내게 하고
있다고 한다.
장족 마을엔 마을 여기저기 깃발과 색색의 천들이 휘날리고 있다.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이 깃발들이
종교적 의미를 가졌으리라 본다.
티벳 불교 - 라마교를 믿는 그들의 마을엔 사원이 가운데 자리잡고 마니차 ( 회전 법륜통 )가 걸려있어
오며가며 돌린다고 한다. 이 법륜통을 한번 돌리는게 경전을 한번 읽는거랑 같다고 생각하는데 법륜통
속엔 경문이 들어있고 문맹이 많은 그들을 위한 삶의 지혜요, 배려이다.
장족에 대해서 더 많은걸 공부하고 왔다면 더 많은 것을 얻어갈텐데... 확실히 자율 여행에 비해 준비도
소홀하고 가이드한테만 기대는게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시 비행기로 성도로 이동하여 낙산대불을 관광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돌아
오려는 날 눈이 내려 구채구 공항에 비행기 착륙이 불가능했다.
성도에서 오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성도로 가야하는데 착륙이 안되니... 할일없이 공항에서 하루 종일
대기했다.
공항근처엔 작은 식당만 두어개 있을뿐 아무것도 없는 산속이고 아주 작은 공항이어서 구내에도 편의시설
이라곤 잡화를 파는 조그만 가게와 컴퓨터 몇대가 전부인 작은 피씨방이 전부였다. 남편과 아이는
시간을 보내느라 피씨방으로 갔는데 그나마 인터넷이 너무 느려 답답해하고 있었다.
너무 심심해서 좁아터진 공항구내를 이리저리 걸어다녔더니 숨이 찼다. 이 공항도 높은 곳이라 아주 천천히
걸어야 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 되었으나 더이상의 기다림으론 성도에서 한국가는 비행기를
놓칠 판이라 여행사에선 사람들을 모집하고 버스를 수배해서 육로로 성도로 가자고 했다.
그 와중에도 여행사는 불가항력의 기후에 의한 사태이니 서울로 돌아가 문제삼지않겠다는 서명을 받아냈다.
여행사마다 난리법석이라 버스도 기사도 부족했다. 겨우 수배한 버스는 낡은 스쿨버스였다.
불편한 자세로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지만 어쩌랴...집으로 돌아가긴 해야겠으니.
눈이 와서 길이 안좋아 버스는 제 속도를 못내고 꾸불꾸불 산길을 느림보로 내려갔다.
처음엔 밖이 보여 결국 쑹판의 모습을 보는구나 하고 좋아했지만 산속의 해는 짧았다.
이내 어두워지고 불편한 버스는 지루하고 고되기만 했다.
중간에 쉬느라 들른 가게는 말로만 듣던 칸막이와 문이 다 없는 전형적인 중국의 그 유명한 화장실이었다.
그나마 남녀 구분이라도 해놓았으니...
하긴 성도 공항 화장실도 문의 높이가 반 밖에 안되어 일어서면 내뒤에 줄서있는 사람과 정면으로 얼굴을
대하는 희한하고 민망한 경험도 해보았다.
식사때가 되어 들어간 식당은 미리 예약된 식당이 아니고 중간에 들른거라 음식이 더 형편 없었다.
마침 가지고 있던 김과 컵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10시간 걸려 성도에 도착해서 호텔에 드니 새벽 3시가 넘었다. 6시에 일어나 식사하고 공항으로 가야
한단다. 잠을 자는건 포기고 좁은 버스안에서 고생한 팔다리와 허리만 좀 폈다가 일어나야했다.
호텔은 이번 여행중 가장 좋은데...ㅠㅠ
낙산대불은 한숨속에 날아갔고 그나마 사고없이 집에 무사히 가게된 것만 다행으로 여겨야 했으니...
밤에 이동하기엔 상당히 위험하고 험한 길이었고 버스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낡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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