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2. 02:40ㆍ아시아권
난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해보게 되었다.
무슨일이든 첫, 처음 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얼마나 신선한가...
또 얼마나 떨리는가...
첫사랑, 첫키스,첫만남.....
내나이 서른셋 이미 아이도 둘이었다.
여태까지 약국에만 매달려 ( 음..솔직히 좀 찔린다. 사실 하루종일 근무해본적이
거의 없다. 공부든 뭐든 핑계를 만들어 밖으로 많이 돈편이라...) 가까운 국내말고
는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해봤으니 드디어 해외진출이다 으하하하 ...하며
신나게 준비를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행선지 따위엔 관심도 없고 그저 해외나들이라는 단어 하나에
만 집중해서 기뻐했다.
남편이 골라온 여행지는 괌이었다. 내가 결혼한 1987년 당시엔 신혼여행도
제주도가 대세인 시절이었다. 해외 신혼여행은 들어본적이 없었다.
참 그러고보니 내가 나이가 많긴 하다.
그러나 몇년 지나면서 하나둘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어났다.
괌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괌을 선택했던건 가깝고 경제적 부담도 적어서였던 것 같다.
남편이 미리 여행지에 대해서 많이 조사하고 꼼꼼이 챙기는 타입은 아니다.
나역시 그당시엔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한 여건도 계기도 없었다.
어쨌든 행복하게 짐을 챙기고 준비를 시작했다. 수영복도 챙기고 여름옷도 챙기고...
얼마나 가방을 쌌다 풀었다 했던지.
가만...생각해보니 영어도 문제였다. 괌은 미국령인데 영어를 못해 망신당하면
어떻게 하지...창피를 당할순 없어...난 작은 여행용 포켓 대화북도 마련해 틈틈이 읽었다.
처음 공항에 내려 입국할 때부터 세련되게 통과하도록 잘 준비해야지.
처음해보는 해외여행이라 패키지여행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뭐든 내가 해야하는
걸로 착각을 했던 나.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고 설레임과 흥분,긴장이 뒤섞인 복잡한
상태조차도 달콤하게 느껴지며 괌에 드디어 입성했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별로 말을 시키지않는 직원을 보며 다행이다싶어 활짝 웃으며
짐을 찾으러 Baggage Claim 으로 갔다. 갑자기 뒤통수를 후려치는 한마디...
가방...가방...
공항에서 일하는 멀쩡한 외국인이 한국말로 가방..가방을 외치고 있었다.
한국인이 너무 많이 여행을 오는곳이고 영어로 얘기하면 잘 못알아들으니 꼭
필요한 단어를 그들이 습득한 것이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너무 실망이었다.
내 설레임과 긴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난 정말 한국어가 전혀 통하지않는 미지의 세계를 꿈꿨는데...
조금은 울고싶은 마음도 들고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은 허탈함도 생기고...
복잡한 마음의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은 시작이 되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흐르고 수많은 여행지를 다녔지만 첫여행에서 맛보았던
쓰라린 (?) 상처는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곧 여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가이드가 데려가주는 관광지의 이모저모
를 즐기게 되었고 가이드의 설명을 수업 듣듯이 열심히 들었다.
전설이 숨어있는 사랑의 절벽에 있는 사랑의 종 앞에서 사진도 찍고 깎아지른듯
한 절벽의 절경을 감상하고 투몬베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즐겼다. 재프스 해적
동굴에서 전쟁이 끝난지도 모르고 28년간 혼자 숨어서 살았다는 일본병사의
얘기에 기가 막혀했다.
말타기 체험도 하고 기념품가게에 들르면 기념품도 샀다.
사랑의 종
옵션관광도 따라나서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어느 Private Beach 에 가서 바베큐를
먹으며 해변을 즐겼다.
원주민들이 열어주는 조촐한 쇼도 보고 남국의 태양을 만났다.
수영하고 담을 쌓은 우리 부부는 해양스포츠에 도전할 엄두는 못내겠기에 고른
옵션이었다.
이곳에서 개그맨 최양락씨 부부를 보았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옵션관광을 따라
온 것이었다.
실물로는 처음보는 해먹이라 이것도 신기해서 한컷
아이들을 맡기고 둘만 나선 여행이어서 마치 신혼여행을 다시 온 것처럼 신선했
고 또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여행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기억은 이제 별로 남아있질않다.
'아시아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 구정연휴 오사카, 교토 (0) | 2011.12.27 |
---|---|
2007 중국 구채구 (0) | 2011.12.27 |
2003 구정연휴 홍콩, 마카오, 심천 (0) | 2011.12.24 |
2009 싱가폴 여행 2 (0) | 2011.11.06 |
2009 싱가폴 여행 1 (0) | 2011.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