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싱가폴 여행 1

2011. 11. 6. 11:23아시아권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우연히 들른 친구 약국에서 계획했던 여행이 다른 친구의 사정으로 취소되었다고 아쉬워하는 얘기를 듣고 지나는 말로

" 그럼 나랑 갈까 ... "

불과 10여분만에 일사천리로 시작되었다.

다른 두명을 더 섭외하고, 항공편과 호텔에...

연휴라 대기명단에 올랐다며 조바심치던 그친구는 여기저기 압력넣어줄 빽을 찾아냈고..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졌다.

나말고는 다 약국에 매인 몸들이라 광복절 연휴에 맞추어 최대한 빡빡한 일정을 짜낸 친구 덕에 강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월요일 이른 아침에 돌아오는...  ( 정아는 일정표를 예쁘게 만들어 나눠주었는데 월요일 아침 공항 도착후  " 출근 " 이라고 써놓아 남편이랑 한참 웃었었다  )

 

6시간이나 걸리는 꽤 먼거리였다.

더구나 내 좌석은 복도쪽이 아니었다.

옆에 앉은 키큰 흑인 아저씨는 알러지가 있는지 쉴새없이 재채기와 코를 풀어대며 열심히 영화에 몰입해주시고 있고,

너무 심하게 훌쩍이니 신종풀루에대한 공포심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암튼 그 덩치 큰 옆좌석 남자 땜에 많이 불편한 자세로 6시간을 버티는라 지쳐가다 겨우 도착.

새벽 1시 ( 우리 시간으론 2시 - 시차 1시간 )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잡아타니 정신이 없다.

짐을 싣던 택시기사가 갑자기 뭐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뿔싸 내가 운전석에 편안히 앉아 친구들을 돌아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ㅋㅋ

싱가폴도 운전석이 오른쪽인줄 몰랐다.

그래도 그렇지 핸들이 안보이다니...

한바탕 웃음바다. 여기가 처음이라고 얘기했더니 운전기사가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 You are a good guide ! "

여행을 떠나면 항상 미리 공부하고, 조사하고, 계획 세우는게  취미인 내가 이번엔 친구에게 전적으로 맡겨버리고 따라간지라...게다가 그친구는 싱가폴이 3번째였다.

 

호텔에 도착해 예약해둔 방을 달라하니 이웃한 방이니까 원하면 두 방이 연결되어 통하게 해준다는것이다.

그렇게 해달라하고 올라가서 우리가 묶어놓은 고리를 풀고 두방사이의 문을 열어버리니 아주 편하고 좋다.

좀 있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연결해주러 오겠다는 거다.

우리가 벌써 해버렸다 했다. 약간 놀라는 눈치? ㅎㅎ 하여간 한국 아줌마들의 놀라운 적응력이란... 짐풀고 씻고나니 3시가 넘어버렸다. 잠 시간을 너무 놓쳐버렸다 ㅠㅠ

원래 집 떠나면 잘 못자는 난 자는둥 마는둥 아침이 되어버렸다.

 

아침식사는 호텔뷔페식이다. 음식이 깔끔하고 괜찮다. 원래 특급호텔인데 프로모션이 걸렸는지 싸게 잘 예약해서 흐뭇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청소를 하는 중이다.

미리 청소하지말라는 사인 버튼을 눌러놓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청소하고 있던 메이드가 룸키를 보여달란다. 열려있던 방에 들어오는거니 방주인인지 확인하는거겠지.

타월을 채워놓지 않아 달라하니 뭐라고 얘기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참을 되물으니  " later " 였다. 근데 정말 희한한 발음이다. 도무지 그런 발음은 처음이다. 이게 바로 싱글리쉬인가보다 ㅋㅋ

얼른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관광하러 나서야하는데 정아가 너무 분주하다.

도대체가 짐을 쌌다, 풀었다 정신이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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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착한 곳은 차이나타운. 어릿어릿하다 유명하다는 비첸향 육포집엘 덜컥 들어가버렸다.

촌스런 아줌마들 시식 한번 해보고 바로 구매 감행.

얼마나 한심한 짓을 했던지... 1.2Kg이나 되는 짐을 하루종일 들고 어떻게 돌아다니냔 말이다.

암튼 아침부터 푹푹 찌는 적도의 더위를 몸으로 느끼며 스리마리암만 사원으로 갔다.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하는 힌두 사원인데 신도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구역이 많았다. 옆으로 돌아들어가 특이한 조각상들을 사진찍어야지하고 있는데, 무서운 얼굴을 한 관리인이 쫓아와서 마구 화를 내고 우리더러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는데 곧 이유를 알고 진심으로 미안했다. 육포가 들어있는 새빨간 쇼핑백을 버젓이 들고 힌두 사원을 돌아다니는 무식한 짓을 감행했으니... 너무 미안하다고, 몰라서 그랬다고, 사과하자 무서운 얼굴로 자기한테 사과할 필요없고 신에게 용서를 빌라고 했다.

정말로 미안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육포집으로 가서 저녁 때 다시와서 찾겠다고 하고 그 애물단지를 맡겨버라고나니 좀 몸과 마음이 가볍다. 잠시 차이나타운 헤리티지센터에 들어갔다. 10불이나 하는 입장료에 비해 볼게 별로 없다. 중국인들이 싱가폴에 와서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소규모 박물관인데 여긴 비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센토사섬으로 출발.

하버프론트 역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 섬에 도착.

케이블카는 가격에 비해 거리가 짧고 시시하다. 케이블카 표사며 미리 함께 사둔 표로  "이미지 오브 싱가폴 " 이란 제목의 싱가폴의 역사와 여러 민족의 전통적인 생활 모습 등을 보여주는 일종의 전시 박물관을 구경했다. 차이나타운 의 그것보단 좀 낫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머라이언타워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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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언은 싱가폴의 상징 동물인데 상반신은 사자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이다. 어디든 머라이언이 보이고 기념품에도 머라이언이 조각되어있다. 37미터의 타워에 올라가면 입속에서와 머리위에서 밖을 조망할 수 있다.

솔직히 좀 실망.

항상 그렇지만 여행하다보면 입장료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구경거리가 의외로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어쩌랴. 어쨌든 돈을 내고 입장해봐야 좋은지 별로인지 알 수 있으니...

색타일로 예쁘게 장식한 기다란 분수대에서 아이같이 발을 담그고 좀 쉬다가 실로소 비치로 무료 트램을 타고 이동.

열심히 선크림을 발라대며 비치에서 발리볼을 하고 물놀이를 하는 젊은 애들을 보니 새삼 우리가 나이먹었음을 실감한다.

우린 햇볕이 무서워 열심히 블럭하고 있는데 그애들은 작렬하는 태양아래 온몸으로 놀고 있다.

날도 덥고 목도 말라 그늘에서 맥주 한잔씩하고 아줌마들 특유의 수다꽃을  피우다 이번엔 모노레일을 타고 섬을 빠져나왔다.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귀환해서 맡겨놓은 육포를 찾고 발마사지집을 찾았다.

4명이니 좀 깎아달라고 하자 10% 깎아주고 어깨 맛사지를 15분 더 받기로 했다.

너무 선선하게 나오니 조금 후회되기도... 좀더 깎아볼걸.

저녁식사는 싱가폴이니 해산물로. 15불이나 되는 거금의 택시비를 주고 찾아간 씨푸드 레스토랑의 비싼 랍스터 가격에 놀라 그냥 셋트메뉴로 했다. 그래도 비쌌다...ㅠㅠ

값에 비해 음식 맛도 별로였다. 싱가폴의 랍스터는 빵가루같은 것을 잔뜩 뿌려 튀긴 요리로 꽤 느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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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코스. 유명하다는 래플즈호텔의 롱바에 가서 칵테일 싱가폴슬링을 마셔봤다.

여기가 원조라니 꼭 가봐야한다나.

법이 업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폴에서 유일하게 바닥에 땅콩껍질을 마구 버려도 된다는 걸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테이블마다 껍질 땅콩이 놓여있고 바닥엔 땅콩껍질이 쌓여있다. 핑크색의 예쁜 칵테일을 한잔씩 들고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우리의 고단했던 하루가 마감되어가고 있다.

 

첨언. 호텔로 돌아와보니 그렇게 희한한 발음으로  " later " 를 외쳐대던 그 메이드 타월 채워놓는걸 잊어버리셨다. 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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