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6. 11:27ㆍ아시아권
워낙 많이 걷고 피곤한 탓에 전날보담은 잘잔편이지만 그래도 새벽에 깨버렸다.
정선이가 깰까봐 살금살금 다녔지만 그래도 나땜에 정선이도 잠이 깨버렸다.
새벽부터 도란도란 수다꽃이 피어나고... 친구랑 여행하니 이런점이 또 좋다.
밤중에 정선이가 잠든 것같아 욕조에 물을 받아 비치해있던 스파제까지 풀어 반신욕까지 했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렸다니 역시 이 호텔이 좋은 호텔인가보다. 방음이 우수하잖아.
아침식사는 여유잡다가 늦게 내려가니 자리가 없다. 할수없이 야외석으로 안내되어 아침부터 뜨끈하게 적도의 날씨를 체감하며 식사를 마쳤다.
얼른 짐을 꾸려 체크아웃하고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러 나섰다.
처음 일정은 면세점.
명품들만 즐비하니 아무리 Duty Free 이지만 내겐 여전히 거의 그림의 떡이다.
뭐 그리 비싼지...
그래도 친구들은 목걸이, 귀걸이 하나씩들 산다.
다음은 점심도 먹을겸 파라곤 쇼핑센터를 향해 출발.
걸어가는 길에 싱가폴의 유명하다는 길거리 간식인 식빵 아이스크림을 먹어주었다.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팔고 계신다. 장사가 제법 잘된다.
외국에 돌아다녀보면 노령인구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참 많이 목격하게된다.
사실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노년층의 경제적 자립도가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너무 일찍 은퇴를 강요받는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또 능력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할 일이 너무 적다.
하긴 젊은이들도 일거리가 없어 아우성이니...
아이스크림은 유명세에 비해 그저 그렇다. 난 한번도 못먹어본 두리안 맛을 골랐는데 향이 정말 특이했다.
오랫동안 그향을 기억하길 강요 (?)한다. 두어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이 없어지질 않았다. 아이스크림이 이정도니 생과일은 어떻겠는가.
어느 특급호텔에선 두리안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나 어쩐다나.
길거리에 거대한 쇼핑몰이 즐비하다. 이많은 쇼핑센터들이 별탈없이 잘 돌아간다는게 신기하다. 그렇게도 장사가 잘되나..
내가 남의 나라 장사까지 걱정해줄 필요까진 없지만.
일본계 백화점에 화장실을 가자고 들어갔다가 싸고 예쁜 샌들에 눈이 팔려 모두 하나씩 골랐다.
어떤 사람이 쓴 싱가폴 여행후기에 신발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아 5켤레나 샀다는걸 읽은 기억도 나고.
쇼핑센터 지하 푸드코트에 가니 한국 음식점도 있다. 걷느라 목이 말랐던 우린 물냉면을 한그릇씩 먹었다. 조미료 맛이 진하게 나고 별로 시원하지않은 냉면이었다.
쇼핑을 밝히는 여자들 같으면 쇼핑센터에서 더 시간을 보낼테지만 우리 친구들은 쇼핑엔 별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로. 택시를 타고 머라이언 파크로 갔다. 강가에 별로 크지않은 머라이언 상이 물을 뿜고 서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한가로이 사진을 찍고있는 작은 그냥 공원이었다.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로 수수한...
덥기도 하고 목도 마르고 커피빈이 있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다음은 보트키, 클락키를 향해 출발.
모든 일정을 동선까지 고려해 짜서 예쁘게 프린트해서 나누어준 정아가 자신있게 앞섰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난 지나가는 사람한테 방향을 물었고 가르쳐준 방향대로 걸었다. 너무 덥고 발이 아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걸어도 보트키 비슷한 동네는 나타날 기미가 안보이고...이건 좀 아니지 싶어서 또 한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이사람 표정이 오묘하다.
안되겠다 싶어서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리겠냐니 대답이 걸작이다. " Big far away "
포기는 빨리 해야한다. 길을 건너 에스플러네이드 (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공연도 하고 극장도 있는 파인애플처럼 생긴 건물이다 ) 앞으로 가면 택시가 잡힐 것 같았지만 역시 손짓으로 택시를 잡을 수는 없었다.
이럴땐 항상 유용한게 인포메이션 센터다. 물어보니 한층 내려가 건물 밖으로 가란다.
이나라는 택시스탠드가 항상 큰 건물 뒷편에 있다.
보트키는 생략하고 클락키로 바로 갔다. 덥고 지치고...
강을 따라 예쁜 카페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분수대에서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고.
한가로이 구경하다가 원래 예약해둔 시간보다 좀 일찍 식당으로 가보니 웬걸 예약자가 두명이나 더 있다.
정선이 남편이 친한 친구가 싱가폴에 가 있으니 꼭 연락해서 함께 식사라도 하라는걸 몇번 사양하다가 할수없이 그러기로 한건데... 또 한명은 누군가.
점보 레스토랑은 싱가폴에서 유명한 씨푸드 레스토랑이다. 각종 후기에 빠지지않고 나오는.
우린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두었는데 하루 늦춰서 재예약을 부탁 드렸더니 사람이 늘어나 있다. 혼자 나오시기 멋적어서 동행을 하셨나보다.
좀 긴장되고 어색하지만 할 수없지. 나오신 분들 ( H 건설 주재원 분들인 것 같다 )과 가장 멀리 떨어져앉아 나오는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 정말 큰 맛조개 요리, 샥스핀 수프, 새우요리, 칠리크랩 등등 체면불구하고 맛있게 먹었다. 아, 그리고 Sour sop이라 부르는 열대과일 음료까지.
정아는 워낙 나보다는 사교적인데다 자기 남편과 공통점을 가진 그분들과 열심히 대화해주느라 애쓰고 있지만 난 뭐 모르는척 음식에만 열중했다.
너무 신세진게 미안하다고 식사후 맥주는 우리가 한잔 사겠다고 근처 카페로 갔다.
( 사실 개인적으로는 접대하시느라 피곤하신데 빨리 헤어져드리는게 더 나을 것 같았지만.. 뭐, 아줌마들하고 대화하는게 재미있으시겠는가. ) 하우스맥주를 하는 곳이라 여러가지 다양하게 시켜봤다.
어두워지니 클락키의 강변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좀더 분위기있고 활기찬...
이젠 여행을 접을 때가 왔다. 호텔로 가 맡긴 짐을 찾고 공항으로 출발.
공항에서 쵸콜릿을 사며 남은 동전을 알뜰하게 없애버리고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무리한다.
얘들아 우리 참 좋았지?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다시 엄마로, 아내로, 주부로, 직장인으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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