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겨울 대륙종단

2011. 12. 26. 20:00북미

 

장시간의 여행이니만큼 밴을 렌트하여 토론토를 출발하여 뉴올리언즈를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차로 약 일주일 정도의 장거리 여정은 아이들한테 너무 힘드니 편하게 차 안에서 눕기도 하고 포터블 DVD

플레이어도 챙겨주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도 보고 짐도 편하게 맘껏 챙겨실을 수 있도록.

영하 18도의 꽁꽁 얼어붙은 토론토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가다가 미국 국경을 넘을 무렵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심해지기전에 얼른 남하해야했다. 만약 너무 심해지면 적당한데서 숙박해야겠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선

좀더 내려갈 수 있기를 바랬다. 원래 미국대륙 횡단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나 다른 여건이 아직은...

언젠가 꼭 한번 해볼 생각이다.

 

이번엔 종단을 한번 시도해봄으로 그 갈증도 조금 달래고 이참에 가보고싶었던 뉴올리언즈도 한번 가보는게

이번 여행의 목표다. 물론 종단이라는 거창한 말에는 어폐가 있는것이 토론토 출발이니 엄밀하게 얘기하면

반만 종단이다.

 

우리가 차로 거쳐내려간 중요 경로는

오하이오주 --> 켄터키주 --> 테네시주 --> 미시시피주 -->  루이지애나주의 순서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의 하이웨이는 차도 많지않고 더구나 겨울철 관광비수기이니 한가롭고 쓸쓸하기까지 했다.

주 경계선을 지나칠 때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나름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려 애썼다.

 

                                                 

 

                                  오하이오주 경계선에서  ( 주 경계선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켄터키주

 

                                                                     미시시피주

 

 

그렇게 추웠던 토론토에서 잔뜩 껴입고 온통 황량한 겨울 풍경만 보며 떠났건만 점점 위도가 내려가면서 푸른 빛의

연이 창밖에 나타나는게 신기했다. 마침내 이틀만에 최종 목표지 뉴올리언즈에 도착하니 반팔차림의 사람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부터는 뉴올리언즈도 이상한파로 추워졌다.

먼저 아들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뉴올리언즈 동물원에 갔다.

어느 여행지에 가든 동물원과 수족관은 필수코스인 우리 가족...

 


 

                                                          뉴올리언즈 오드본 동물원

 

 

 

 

 

 

 

                                                 동물원에서 거미줄 모형에 갇혀버린 아이들

                             

 

 

다음으로는 뉴올리언즈의 명물 마르디그라 축제의 퍼레이드카 박물관이다.

정식명칭이 무언지 잘 기억이 나질않는다.

축제시즌이면 그 화려한 퍼레이드를 볼 수 있을텐데 지금은 보관해놓은 축제용품과 퍼레이드카만 볼 수 있다.

 

마르디그라 ( Mardi Gras )축제는 기독교의 사순절 시기에 가면을 쓰고 즐긴 축제에서 유래한거라는데

지금은 재즈와 함께 뉴올리언즈의 대표가 되었다.

관광객도 많지않고 썰렁했지만 아이들이 재밌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맘껏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늘 재미있는 사진을 연출하는 개구쟁이 아들녀석

 

 

 

 

 

                                     정말 뒤의 여자가 부는 나팔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
 

뉴올리언즈 마르디그라 축제의 퍼레이드카 박물관 

 

 


  

 

                                             

뉴올리언즈의 명물 생굴요리와 잠발라야를 먹어보러 사람들이 추천해놓은 레스토랑에 갔다.

시내의 프렌치쿼터 지역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재즈바가 즐비한 거리에 있는데 어디선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블랑쉬가 나타나 줄 같은 분위기였다. 음울하고 위험해보이는 마론브란도와 함께...

그러고보면 대낮인데도 나른하고 퇴폐적이면서 활기라고는 조금도 없어보이는 느낌의 거리였다.

그냥 내 선입견일까...

골목마다 빈 술병이 뒹굴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여기저기 재즈가 울려퍼지며 서서히 활기를 되찾겠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뉴올리언즈에 정착한  흑인들은 프랑스의 영향력과 그들의 애수를 버무려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낸듯하다.

아무튼 명물이라니 먹어봐야지.

맛있는 소스에 찍어먹는 생굴과 걸쭉한 스프종류인 검보, 볶음밥의 일종인 잠발라야를 시켰다.

난 개인적으로 검보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루이 암스트롱이 활동했다는 재즈의 고향인 이곳에서 재즈 연주도 듣고 싶었지만

밤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술집에 가는건 안된다는 남편의 반대에 포기했다. 아쉽지만...

사실 너무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거리를 보며 밤에 돌아다닐 자신감이 좀 없어지긴 했다. 소심한 나...

 

이틀간 악어로 유명한 이 지역의 늪지대등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이제 다시 북상이다.

남하할 때와 다른 루트인 조지아주쪽으로 북상하여  또하나의 큰 남부도시인 애틀란타에 들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인 애틀란타에서 영화의 흔적을 찾아보려했지만 시간부족으로 패스하고

유명한 공원인 스톤마운틴파크 ( Stone Mountain Park )를 찾았다.

세계 최대규모의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크기의 암석 ( 높이가 200미터나 된다 )에 제퍼슨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잭슨 장군을 새겨 놓았는데 역시 남부의 영웅들만 새겨놓은게 흥미롭다.

 

남부의 도시에선 나같은 외국인이 어줍잖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독특한 멋과 문화가 느껴진다.

식당에 가보면 북쪽에서 잠시 살아본 나로서는 확실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메뉴와 말을 해보면 억양이나 악센트도

다르고...

말투도 확연히 느리다. 뉴욕 쪽의 사람들은 아주 빠른 속사포의 깍쟁이 말투라면  이곳 사람들은 영어 못하는 나도

알아듣기 좀 나은 느린 말투이다. 하다못해 걸음걸이까지도 확연히 달라보인다.

 

거대한 규모의 한인슈퍼에도 가보았다. 애틀란타에 이렇게 많은 교민이 살고 있는줄 몰랐다. 슈퍼마켓이 어찌나 큰지

정말 깜짝 놀랐다.  LA나 뉴욕, 뉴저지, 토론토 그 어디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더구나 한인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아주 많이 이용하는 슈퍼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생기고 흐뭇했다.

역시 남하할 때와 다른 루트인 피츠버그 쪽으로 북상해서 토론토로 복귀했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여정이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문화적 탐방도 하고 싶었지만 남편도 시간이 많지않고 아이들도 별로 흥미없어해서 이쯤에서

접는게 아쉬웠다.

 

돌아와보니 토론토는 역시 꽁꽁 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