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말 플로리다,미서부,하와이 2

2011. 12. 26. 16:00북미

 

 

 

올랜도에서 비행기로 LA로 건너갔다.

서부 여행은 자동차로 장거리를 운전해야 해서 미니밴을 렌트했다. 포드에서 만든 차인데 빨간색으로

빌렸다. 밴은 처음 운전하는거라 조금떨렸다. 물론 주로 남편이 운전하고 난 지도 담당이지만...

촌스럽게도 밴 앞에서 기념촬영도 했다 ㅎㅎ 처음 해보는거니까.

아침부터 하루종일 운전해서 저녁이 되어서야 아리조나주의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여행 비수기라 휴게소에 가면 호텔 할인 쿠폰북이 널려있다. 플로리다에서도 그랬고 가는데마다

알뜰하게 쿠폰북을 챙겨서 할인을 받고 작은 전기 밥솥을 갖고 다니며 밥을 해먹기도 했다.

1년반 미국살면서 여행다니며 터득한 노하우이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 여행을 꽤 많이 다니니  전부

사먹으면서 다니면 파산했을거다 ) 아들녀석과 남편은 완전 토종 입맛이라 메뉴 고르기가 까다롭다.

게다가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먹을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있고 제대로된 레스토랑에 정신없는  아이들

데려가기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허구헌날 패스트 푸드만 먹을 수도 없고.

그래서 집에서 떠날때 아이스 박스에 밑반찬 등을 챙기고, 여의치 않으면 미리 여행지의 한인 슈퍼마켓을

검색해서 도착하면 먼저 장부터 봐서 아이스 박스를 채운다. 

 

 

 

 

                                           그랜드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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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밴 앞에서 촌스럽게 기념촬영


 

 

하루 종일 구경하고 하루 묵고나니 다음날은 눈이 내렸다. 눈을 보기가 쉽지않다고 우리보고 럭키하다고

관광지 직원이 말해주었다. 그러고보니 눈이 오지않은 풍경과 설경을 다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우리의 흥분과 기쁨과 관계없이 아이들은 엉뚱한 소리로 김을 뺐다.

얘들아 너무 멋있다..내려서 사진찍자...엄마,  꼭 내려야해?

아직 슈퍼는 멀었나요?

흠...아이들은 디즈니에서만,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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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타주로 넘어가 브라이스캐년 ( Bryce Canyon ), 월넛캐년 ( Walnut Canyon ), 자이언캐년 ( Zion Canyon )을 차례로 방문했다. 미국의 3대캐년을 차례로 본 것이다.

브라이스캐년은 붉은 빛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고 월넛캐년은 정말 호두같은 느낌이 있었고 자이언캐년은

남성적인 웅장한 멋이 있었다.

 

 

                                                              월넛캐년 앞에서


 

 자이언캐년 입구

 

 

 

 

 

 

브라이스캐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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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스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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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주로 넘어가 후버댐을 들렀다. 다음엔 라스베가스이다.

사막에 세워진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호텔 숙박비와 호텔 뷔페가 싸다. 각 호텔들이 저렴하게 해주는 대신 오랫동안 머물며

카지노에서 돈을 써주길 바라는 이유이다.

우리도 럭셔리한 호텔에 묵었다. 뷔페도 즐기고...음식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들키면 경찰이 잡아갈 일이지만 우린 아이들만 호텔 방에 남겨두고 카지노에도 잠깐 다녀오고

라스베가스 쇼도 구경했다.

우리 애들은 얌전한 편이어서 좋아하는 비디오를 틀어주면 정말 말썽없이 둘이 잘 있는다.

미국에선 미성년자만 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누가 신고하거나 들키면 바로 구속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부부는 겁도 없었다.

어쨌든 하늘의 심판 (?)이 우릴 가만두지 않았다.

30분 정도 밖에 머물지 않았던 카지노에선 새로산 청쟈켓을 잃어버렸고 골라서 입장한 라스베가스 쇼는

하필 비쥬얼이 화려한 멋진 쇼가 아니고 말로 웃겨주는 토크쇼였다 ㅠㅠ

영어가 짧고 웃는 정서가 다른 우린 왁자지껄 웃는 다른 이들의 눈치만 보다 나왔다.

 

 

 

                                                                                  후버댐 앞에서


 

                                                              라스베가스 호텔 앞에서

                 아이들은 호텔 욕조에서도 참 즐겁게 논다 - 목욕후 기분좋은 우리 딸

 

 

                                                         호텔뷔페에서 기분좋게 먹고있는 둘째

 

라스베가스가 싫어져 서둘러 떠나 데스밸리 ( Death Valley )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사막이라 흥분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하루만에 둘러보고 나오로 했다.

몇시간을 달리는데 둘째녀석이 차안에서 갑자기 토했다. 먹은게 안좋은건지 멀미를 하는건지...

차를 세우고 아이를 진정시키고 토한걸 닦고 있는데 아무 인적없던 곳에 갑자기 경찰차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도와줄까 하며 그 경찰은 차 안을 살폈다.

그순간 머리가 쭈삣서며 너무 두려웠다. 몇시간 동안 인적없던 곳에서 만난 경찰의 친절은 고마움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다. 우린 아무 문제없다, 고맙다 하고는 쏜살같이 그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들어가니 작은 마을 같은 것이 나오고 개스 스테이션과 간단한걸 사먹을 수 있는 가게들도 나왔다.

우린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잠시 쉬었다가 되돌아 나왔다. 차에 기름을 넣을까 잠시 망설였는데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패스했다. 그러나 이게 실수였다.

달려도 달려도 차한대를 볼 수 없고 기분나쁜 사막만 사방에 보이는데 설상가상 휘발유 사인이 나오는게

아닌가. 겨우 만난 주유소는 비수기여서인지 문을 닫아 버리고 주유기엔 체인이 채워져 있었다.

비상사태다. 남편이 핸들을 넘겨받더니 가장 경제 속도로 달리겠다고 했다.

주위는 어두워지고 있는데  등에선 식은 땀이 흘렀다.

이때만 해도 인터넷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난 모든 여행정보를 AAA ( 자동차여행회원 사이트에 회원으로

연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원하는 지도와 여행관련 할인서비스, 여행책자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우리에겐

아주 유용했다 ) 에서 얻은 영문책자를 뒤져내어 얻은 것이라 이렇게 비시즌일때 유의사항까지는 미쳐

챙기질 못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깜깜한 사막길을 두시간 가까이 달리다가 마침내 주유소 사인을 발견한 순간

만세를 부를 뻔했다.

 

 

                                                          데스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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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LA로 귀환해서 한국음식점에 가서 갈비와 된장찌개를 먹는데 온가족이 너무 행복해했다.

한인타운 구경도 하고 이번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갔다.

올랜도에서 일부러 남겨놓았다가 여기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따라다니느라 고생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로 일정을 잡은 것이다. 확실히 올랜도보다 동양인과 흑인이 많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폴로 13호 모형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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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 스튜디오 구경후 나오다가

 

 

LA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한국인이 하는 베트남 식당의 쌀국수였다.

원래 국수를 좋아하는데다 처음 먹어본 국물의 형이상학적인 맛에 홀딱 반해 귀국하면 베트남 국수집을

차려야겠어라며 돌아와보니 서울엔 이미 체인점이 입성해있었다.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 둘째녀석의 유모차가 망가졌다.

다행이다. 끝까지 잘 버텨줘서 유모차에게 고마웠다. 정말 알뜰히 쓰고 돌아가게 되었다.

우린 이제 하와이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