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러시아 캄차카 여행 1

2019. 9. 5. 00:00유럽여행



언젠가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러시아 캄차카 여행이 여행 카페에 떴다. 또 남편 설득 작업 시작, 이번엔 아주 수월하게 남편도 동의해서 마음 변하기 전에 냉큼 여행을 신청했다. 원래 일본 여행이 전문인 여행사 겸 카페인데 태국 치앙마이 풍등 축제에 한번 따라갔다온게 인연이 되어 가끔 기웃거리다 캄차카 여행 소식에 설레어 바로 덜컥 신청을 한것이다.

다녀와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 좀 더 알아보고 좀 더 공부해볼걸 하는 후회가 좀 됐다.  이 카페로서도 캄차카는 처음 시도해보는 여행지라 일정이랑 내용이 어설프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엔 갈 수 없고 여름에만 열리는 캄차카 여행이라 우린 8월 말에 여행을 갔다.

귀국 비행기 시간이 늦은 밤에 도착이라 차를 가지고 공항으로 갔다. 평일 아침이라 공항은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가 탈 항공은 이름도 생소한 오로라 항공, 아에로플로트 러시아 항공사의 자회사라고 한다. 비행기도 작아서 3명씩 앉는 좌석이 2열로 있었다. 두시간 조금 더 걸려 러시아 하바롭스크 공항에 도착했다. 하바롭스크엔 비가 오고 있었고 습도가 높아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웠다. 한글이 씌어있는 낡은 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중고 버스를 수입한 모양인데 퀴퀴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비행기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남는다고 마트에 내려주었다. 슬슬 구경을 하다 맥주 두캔과 물, 스넥 조금을 샀다.  저녁 식사는 사슬릭과 샐러드, 비트 수프로 했다. 보드카를 시켜줬는데 알콜 냄새가 엄청 진하게 났다.

일행이 모두 19명이라 제법 대부대이다. 식사후 숙소로 가는 길은 차가 엄청 막혔다. 길에 보니 중고 일본차가 아주 많았는데 우측 핸들인 차도 많이 보였다. 일본 중고차를 그대로 수입한거라 그런 모양인데 러시아 사람들은 개의치않고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호텔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난다 ㅠㅠ 

다음날 캄차카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보니 두껍고 긴 온수관이 노면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있는게 신기했다. 땅이 넓어 굳이 지하로 감출 필요도 없고 혹한기에 고장이 나면 땅을 파고 수리하기도 힘드니 그냥 지상으로 노출시킨게 아닌가 싶다. 이동하는 짧은 시간중에도 하바롭스크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을 했다. 하바롭스크 주는 면적은 남한의 7배나 되지만 인구는 130만이고 그중 하바롭스크 시의 인구가 70만이라고 한다.  하바롭스크 시는 러시아 극동 지방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로 1649년 이곳을 발견한 탐험가 하바로프의 이름을 다서 도시의 이름이 붙여졌다.  기차역 앞을 지날 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해 얘기해줬는데 가격이 비행기보다 비싸다고 했다. 3등칸은 6인씩 9줄이 있는 구조이고 2등칸은 4인실, 1등칸은 2인실, 특등칸은 샤워실이 따로 있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전구간은 좀 힘들테고 일부 구간 만이라도 타보고 싶다.

 

 

 

하바롭스크 공항

비트 수프와 샐러드

 

 

하바롭스크에서 캄차카 반도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즈키 엘리조보 공항까지는 두시간반 쯤 걸렸다.

역시 작고 좁은 비행기였는데  비행 도중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 우리 자리가 상당히 뒷쪽이었는데 화장실에서 가까워 화장실 가는 줄이 내 옆으로 늘어서 있곤 했다. 한 7~8세로 보이는 러시아 계집애가 화장실 가는 줄에 서있어 귀엽다고 웃어주었는데 날 보더니 제대로 눈을 찢는 시늉을 해보이는게 아닌가. 난 깜짝 놀라 설마하는 심정으로 그앨 다시 쳐다봤는데 이번엔 눈을 뒤집어 흰자만 나오게 하더니 곧바로 눈알을 가운데로 모아 사시를 만들어 보이고 어린애가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짓나 싶게 비죽비죽 비웃음을 지으며 정확하게 날 빤히 쳐다봤다. 소름이 쭉 끼치며 심한 모멸감이 느껴지는게 무슨 악마의 새끼를 보는 기분이 들고 ...ㅠㅠ 

어른들이 하는걸 보고 따라한거겠지만 잇따라 한 세가지 행동이 너무나 명확하고 징그럽게 기분이 나빠서 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진짜 그 순간만 생각하면 러시아라는 나라 자체가 싫어질 정도로 끔찍하고 우울한 경험이었고 아무 생각없이 귀엽다고 웃으면서 쳐다보다 순식간에 당한거라 더 기가 막혔다. 이 일이 있고나니 여행내내 기분도 좋지않았고 그래서 더 즐기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캄차카의 상징인 곰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연어를 입에 물고 있는 곰의 동상에는 " 이곳에서 러시아가 시작된다 " 라고 씌어있다고 한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즈키 공항의 짐 찾는곳은 건물 내가 아니라 비닐하우스 같은 분위기의 가건물이다

공항 밖에 나오자마자

 

 

곰 동상 앞에서 인증샷

 

 

관광지에 가면 꼭 등장하는 세계 각 도시의 이정표

도쿄 바로 밑이 서울이라고 한다

러시아 문자는 너무 특이해서 발음이 상상이 안가는데 그래도 도쿄와 서울은 좀 낫네 ㅎ

멀리 보이는 산들이 다 화산들이란다. 구름이 예쁘고 하늘이 유난히 높아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국토 면적을 가진 러시아는 무려 11개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고 그 중 동쪽 끝에 자리잡은 캄차카는 시간이 가장 빨라 러시아의 시작이라고 한다. 캄차카는 불의 땅, 연어의 고향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 보다 약간 크고 160여개의 화산이 있고 그 중 활화산도 29개나 된다니 과연 불의 땅이라는 별명을 가질만 하다.  화산 활동으로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10도 정도로 러시아 다른 극동 지역보다 온화한 편에 속한다. 킹크랩과 곰새우, 연어 등 풍부한 수자원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태평양 연어의 20%가 캄차카로 와서 알을 낳아 연어가 풍부하고 연어의 종류도 10종류가 넘는다. 

캄차카는 지정학적 특징 때문에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소련 붕괴 이전에는 이곳에 핵잠수함 기지가 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최근 들어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어 관광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페트로파블롭스크는 캄차카 반도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18만명이다. 북극과 가까이에 위치해 있음에도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아 겨울에도 얼지않는 부동항이어서 러시아의 북극해 진출을 위한 군사적, 상업적 중요 거점이 된다. 성경에 나오는 성인인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이름에서 따와 도시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캄차카 민속 공연을 보러 민속 마을인 카이늬란 ( 곰이 사는 집 )을 방문했다. 카이늬란은 허허벌판에 있었는데 멀리 보이는 산이 꼬략스키 산이라고 했다. 마을 입구에 곰이 한마리 있는 우리가 있어 잠깐 구경을 했는데 덩치가 매우 큰데 아주 좁은 우리에 갇혀 있어 마음이 안좋았다.

 

 

 

카이늬란 앞은 끝없이 펼쳐진 초지였다

 

 

 

캄차카 원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꼬랴크 족의 노래와 춤, 악기 연주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꼬랴크 족은 캄차카 북쪽 오호츠크 해안을 따라 고대 꼬랴크 문화를 형성했고 사냥과 유목 생활을 했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순록을 키우며 살았다고 하는데 자체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점차 사라져 이제는 모국어를 이해하는 수가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호떡같이 생긴 빵과 차, 무하라고 부르는 염장 연어와 감자를 넣은 수프를 맛보여 주고 꼬랴크 노래와 율동을 직접 해보라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자연과 야생동물을 모티브로 한 노래와 춤은 날것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꼬랴크족의 춤과 노래

 

야생 동물의 모습이나 움직임을 춤으로 형상화

 

 

 

굳이 율동을 가르쳐주어 따라하게 되었다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는데 다른 넓은 좌석이 남아 있는데도 우릴 식당  한쪽 구석 좁은 테이블에  옆사람하고 답답하게 끼어 앉게 세팅을 해놓아 일행중 한사람이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 부부는 마음이 약해 불만이 있어도 잘 표시를 못하지만 내가 봐도 식당 측의 처사가 심하다고 느껴졌다. 한국인 단체 손님은 어딜 가나 자주 찬밥 취급을 당해 어쩌다 패키지 여행을 가면 기분이 나빠지곤 했었다. 

좌석을 바꿔주고 식사를 했다. 비린내가 나는 수프와 감자, 피자 비슷한 모양의 음식, 파이 같은게 나왔고 또 보드카가 나왔다.  기분도 이미 상한탓인지 음식은 별로 맛이 없었고 그닥 질이 좋은 음식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보드카는 워낙 센술이라 냉동실에 하루 보관했다 마시는게 좋다고 한다.


저녁 식사 식당 앞,  어디서나 화산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