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월 그리스 1 아테네

2019. 7. 2. 13:57유럽여행

 

 

 

 

2년전 여행카페에 그리스 여행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던중 예기치않게 갑자기 이사를 하게되어 마음이 너무 복잡하여 부득불 여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워낙 계획성있게 일을 하는편이 아닌 우리 부부는 한번 이사를 해볼까하다가 덜컥 집이 팔리고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집을 구하고 수리를 하고 이사까지 정신없이 진행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사는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좀 즉흥적인게 너무 많긴 하다 ㅋ

암튼... 그렇게 한번 놓쳐버린 그리스 여행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던 터라 현충일 전후로 주말을 끼고 다시 한번 추진을 하자하니 남편의 허락이 떨어졌다. 가이드북을 사고 인터넷 블로그를 뒤지고 ... 또 새로운 여행이 시작이다.

우선 남편 직장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않고 단시간의 여정을 위해 항공편은 좀 많이 비싸지만 터키항공을 택했다. 늦은밤 출발이라 금요일 근무후 떠날 수 있고 아테네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밤비행기라 최대한 자보려고 애를 썼는데 그래도 난 틈틈이 꽤 잤지만 남편은 잘 못잔 눈치였다. 바로 앞자리의 외국인들이 다른 사람이랑 좌석을 바꾸더니 본격적으로 수다를 떠는데 너무 매너가 없었다. 다들 불을 끄고 조용히 가고 있는데 밤새도록 큰소리로 떠들고 웃고..ㅠㅠ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인 그들은 세명 다 체력왕에 수다킹들이었다 !!

이스탄불에서 환승을 하는데  우리가 가진 pp 카드나 다이너스 카드로 입장할 수 있는 공항라운지가 없었다. 신공항이라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넓고 깨끗한데 라운지가 없다니...몹시 아쉬웠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까지는 고작 한시간여 거리이고 시차마저 없는게 예전에 상당기간  동일 문화권이었다는 사실이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

아테네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하는데 EU 여권을 가진 사람과 비 EU 국 사람들의 심사대가 다른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창구가 너무 조금밖에 없어 심사가 엄청 오래 걸렸다. 막상 차례가 되서 해보니 별반 묻는 것도 없고 바로 도장만 찍어주는건데 오로지 열린 창구는 적고 사람은 너무 많아 그렇게 오래 걸린것이다 ㅠㅠ

유심카드를 사고 ( 시내에서 사는 것보다 선택의 폭도 좁고 훨씬 비싸다 ㅠ )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아테네 공항에서 시내 일정지역까지는 택시비가 정액제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택시 기사는 계속 우리한테 이것저것 말을 시켰는데 친절하다고 봐야할지 ㅎㅎ  너무 말이 많고 피곤할 지경이었다. 주의사항도 많이 일러주고 택시비 바가지 쓸테니 조심하라며 자기 전화번호까지 적어주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호텔에선 바로 체크인을 해주었다. 방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고 간단한 주방도 있었다.

방안에 캡슐 커피도 비치되어 있고 직원도 아주 친절하고 첫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고민하다가 제일 붐비는 관광지에서 아주 약간 떨어진 전철역 근처에 예약을 했는데 잘한 것 같다.

직원에게 식당을 물어보고 우선 호텔 근처에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수블라키 ( Souvlaki )와 그릭 샐러드를 시키고 그리스 브랜드인 Fix 생맥주까지 함께 먹었는데 음식이 느끼하지않고 아주 입맛에 잘맞았다.

 

 

 

 

 

밤잠을 몹시 설쳐 피곤해하는 남편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이 다되어간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는 없지... 우린 일몰과 야경이 아름답다는 리카비토스 언덕 ( Lycabettus Hill ) 을 보러가기로 했다. 교통이 애매하기도 하고 오르막길이 제법 된다고하니 택시를 잡아타고 언덕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달려 가다보니 언덕길이 꽤 가팔라서 택시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비도 싼편이고 안전하니까 우린 택시를 잘 이용했다.

Teleferic 이라고 씌여있는 케이블카 승강장은 택시를 타지않았으면 찾기 힘들뻔한 위치에 숨어있다시피 했다. 유럽에 가면 흔히 볼 모습의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니 해발 295 미터인 이 언덕이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360 도 도시 전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망대 곳곳에 지도와 설명이 있긴 했지만 수많은 낙서에 뒤덮여 아무것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가다 봐도 도시 전체가 낙서로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언덕 위에 작은 교회와 탑이 있어 구경하고 일몰까진 시간이 한참 남아 언덕 위에 자리한 카페 겸 식당에 가보니 벌써 좋은 자리는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도 남은 자리 중 제일 나은곳에 자리를 잡고 그리스 전통음식인 무사카 ( Moussaka ) 와 맥주를 시켰다. 무사카는 다진 쇠고기와 토마토 양파, 가지 등을 켜켜이 쌓고 소스를 얹어 구워낸 음식으로 내입맛엔 괜찮았다. 어떤 사람들은 느끼하고 별로라고 하는데 가지를 좋아하는 난 괜찮았다.  유명세를 타고있는 카페인지라 손님들이 계속 밀어닥치고 카페 직원들은 좀 불친절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직 해가 질 기미가 보이지않아 눈치가 보인 우린 아이스크림까지 더 시키며 버텼다.

 

유럽쪽에 가면 흔히 있는 케이블카 입구

리카비토스 언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시내 전경

 

 

언덕 위에 있는 작은 교회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고 우린 하산을 서두르기로 했다. 저녁이 되자 날씨가 좀 쌀쌀하기도 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려가면 케이블카도 택시도 언제 타게될지 까마득할 것 같아 아름다운 석양을 끝까지 보지않고 내려왔다. 덕분에 케이블카도 바로 탔고 택시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젠 낭만도 좋지만 실리를 택하는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다. 나이를 먹긴 먹었네..ㅎㅎ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조금 더 마시고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날 우린 아침부터 국립 고고학 박물관으로 갔다. 여러 유물들이 방대하게 전시되어 있어 흥미롭게 감상을 했다. 워낙 박물관은 별로 좋아하지않는 남편과의 동행인데다 아직 시차의 여파로 피곤해서 자세히 보진 못하고 박물관을 나섰고 박물관 바로 앞의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기로스 ( Gyros ) 와 샌드위치, 그릭 커피와 카모마일 티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판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된 조각상

헤라클레스가 그려진 항아리

 

기로스

 

 

플라카 지구로 가서 번화한 카페와 쇼핑의 거리를 구경하고 올리브 비누와 해면 등 몇가지 쇼핑도 했다. 도시 여행에 원체 흥미가 없고 쇼핑을 귀찮아하는 남편과 번화한 거리 구경을 하자니 나도 덩달아 심드렁해져서 좀 돌아다니다 숙소로 귀환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햇볕이 워낙 강하고 더워서 힘이 들기도 했고.

 이번 여행에선 남편이 유난히 잠을 설쳐서 지친 모습이라 숙소에서 또 낮잠을 잠깐 잤다. 반대로 난 다른 여행보다 유난히 잘 잤다 ㅎㅎ

 

 

플라타 지구에서 가까운 하드리아누스의 문

플라카 지구

숙소에서 누워쉬는 남편 ㅋ

내가 좋아하는 납작 복숭아

 

 

저녁엔 꼭 맛보고 싶었던 문어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문어 요리 발음도 교정해주고 식당도 가르쳐 줬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츠타포디를 먹고싶다하니 흐타토디 ( Chtapodi , 그리스어로 문어라는 뜻 )가 더 맞는 발음이라고 얘기해주며 그냥 Grilled Octopus 라고해도 다 안다고 ㅎㅎ 

친절한 직원이 가르쳐준대로 Fisherman's pasta 라는 식당으로 가서 구운 문어와 차지키 소스 ( Tzatzii ), 해물 파스타를 시켜 Bulk wine 과 함께 먹었다. 음식은 괜찮았으나 한병 마실 자신이 없어 잔으로 시킨 와인은 정말 맛이 없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