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월 노르웨이 4 니가스브린 빙하

2017. 9. 7. 01:00유럽여행

 

 

차 때문에 걱정이 되어 그런가 한밤중에 잠이 깨서 그뒤로는 잠을 못이루고 이것저것 렌트카 이상에 대한 글을 검색해보았다. 렌트카로 여행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다 도시 여행을 하는게 아니고 우리가 이동해야할 다음 코스가 더 도시와 멀어져 험한 길을 가야하므로 걱정이 많이 되었다. 뭔가 확실하게 수리를 받든가 아니면 AVIS 사무실에 들러 차를 바꿔달라고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AVIS 지점도 검색해 캡쳐해놓고 타이어 압력 이상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들 하는지 검색도 해보고 ... 새벽까지 핸드폰으로 계속 검색을 하며 잠을 못이뤘다.

침실이 두개인게 다행이었다. 긴장하며 운전하느라 피곤했는지 남편은 다른방에서 깨지않고 자고 있는 눈치였다.

할머니가 가르쳐준대로 정비소를 찾아가는 길에 보르군드 스타브교회 ( Borgund Stavkyrkje )를 잠깐 들렀다. 1180년에 지었다는 이 목조건물의 교회는 현재 28개만 남아있다는 귀중한 건축물이라는데 마음이 편하지않아서인지 제대로 감상이 되지않는다. 대충 훑어보고 얼른 정비소로 갔다.

 

 

 

 

 

내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무심한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교회 앞엔 많은 묘비석들이 보였다

 

 

 

 

 

정비소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우리차를 쓱 보더니 바퀴압을 재보고 세개의 공기압은 2.3인데 오른쪽 뒷 타이어만 1.7이라면서 공기를 주입해주고 500 NOK 를 내라고 했다. 남편이 비싸다고 했더니 단호한 어조로 맞다 비싸다라고 대꾸하고 더이상 말도 못붙이게 했다.

깍쟁이 심술쟁이 스크루지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  타이어에 공기 좀 주입해주고 7만원을 내라니 !!

젊은 남자한테 렌트카이니 영수증을 달라하고 내역을 적어달라 부탁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횡포에 미안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역을 적어주었다.

 

 

다음 목적지인 55번 NTR  Sognefjellet 쪽으로 가려면 Mannheller-Fodness 간의 페리를 타고 건너가야한다. 노르웨이에 도착해 처음 타보는 페리라 신기했다. 부두에 도착하니 그냥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배로 운전해 들어가면 되고 차에 앉아있으면 요금을 받으러 오는데 카드로 계산이 되니 아주 편리했다. 피오르드 지형으로 복잡한 해안선을 가진 나라인지라 페리는 그냥 도로의 연장이다. 늦은 시간까지도 페리가 운행을 하고 운행 간격도 잦은편이라 그들에게 페리를 타는것은 평범한 일상일 뿐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지시대로 차례로 페리에 오른다

차에서 내려 페리 내부 선실에 가서 쉬어도 되고 차에 있어도 되고. 선실도 아주 넓었다

 

 

 

 

페리에서 내리니 송달 ( Songdal ) 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수면에 아름다운 반영을 보여주는 그림같은 도시에 도착했지만 타이어 경고등이 다시 뜨고 있었다. 마침 송달에 검색해둔 AVIS 정비소가 있어 찾아가니 공기압도 체크해보고 계기판을 리셋해주더니 일단 괜찮다고 한다. 만일 또 그런일이 생기면 그땐 제대로 검사하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마음이 불편해도 당장 그림같은 경치를 만나니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정말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이제 NTR 55번을 타고 가다 604번 도로로 갈아타고 한참 진행하면 니가스브린 ( Nigardsbreen )빙하로 가게된다. 그런데 차 때문에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지 갑자기 복통이 오면서 화장실이 몹시 가고 싶었다. 아무리 길을 둘러봐도 집도 별로 없고 카페도 없고 낭패였다. 억지로 참으며 한참을 달리니 작은 안내소가 보이고 화장실 표시가 보였다. 어찌나 반가운지... 지저분한 간이 화장실이라도 엄청나게 반가울판이었지만 너무나 깨끗한 화장실이라 감사하고 감동이었다 ㅎㅎ 

비도 오고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져서 화장실에서 두꺼운 바지로 갈아입고 비옷도 챙기고 다시  길을 달렸다.

 

 

 

 

 

 

 

 

 

빙하 안내소가 나오고 안내소 입구에서 연결되는 작은 무인 유료도로를 50 NOK 의 요금을 내고 타고 들어가면 한사람당 60NOK 의 요금을 내는 배를 타게 되고,  배로 건너가면 드디어 니가스브린 빙하에 도달하게 된다.

한참을 걸어가야 거대하고 멋진 빙하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데 비가 계속 내려 너무 미끄러웠다. 게다가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리니 빙하의 색이 흐릿해서 사진을 찍어도 멋있지가 않았다. 그래도 눈으로 보는 그 장엄함과 감동은 가슴속에 간직이 되었으니...

 

 

 

 

 

멀리 빙하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 산에선 빙하 녹은 물이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광경을 아주 자주 목격하게된다

승객은 우리 둘 뿐이었다

 

 

 

 

바위에 빨간 글자로 쓰여있는 T 를 찾으며 미끄러운 길을 걸어갔다

멀리 보이는 사람들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로프를 잡아야 했다

 

흐린 날씨 탓에 사진이 흐려 너무 아쉽다

거대한 빙하 가까이에 가보고 싶었지만....

 

 

이정도가 최대 가까이 간 것

 

저만큼 가까이 간 사람들이 부러웠다

 

 

 

끝까지 가기엔 길이 너무 미끄럽고 위험해서 우린 중간에 포기하고 되돌아나왔다. 되돌아오는 길에 바위가 미끄러워 제대로 넘어졌다. 남편은 나보다 앞서서 가느라 뒤에서 넘어진 날 보지못했고 내 옆에 있던 서양남자가 얼른 나를 일으켜주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아픔보다 창피함이 더 컸다. 바지도 젖어버리고 엉덩이와 허리쪽도 아프고 무엇보다 너무 창피하고 ㅠㅠ  남편도 많이 놀라 어쩔줄 몰라했다.

다시 배를 타고 나와 604번 도로를 다시 타는데 길 옆에 보이는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색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배엔 여럿이 같이 탔다

아쉬운 마음을 품고 니가스브린 빙하와 작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