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6. 11:30ㆍ국내여행
늘 보고싶은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라 가슴도 설래고 기대가 컸다.
딸아이도 온가족이 아닌 둘만의 여행인게 신기하고 좋은 모양이다.
주말이면 좁은 길이라 진입이 힘들다는 매화마을부터 가기로 했다.
그다음은 순천일대.
람사 협약으로 더 유명해진 순천만, 조계산 근처의 선암사 ( 홍매화가 있다는 ),
송광사 등을 보고 지리산자락의 구례 산수유 마을, 온천하고 1박 다음날 서울로 컴백...처음 계획이었다...
그런데 매화마을에 도착하니 금요일인데도 주차가 힘들어 30분 가까이 헤매다가 겨우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 매화마을에 들어간게 벌써 3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꽃타령을 하다가 간 여행이니 매화꽃 구경 실컷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여기서부터 계획 수정.
매화마을 입구에서
동백 꽃 앞에서
매실농원의 장독들, 끝도 없는 장독들의 행렬이다
동백꽃을 가까이에서
매화꽃 옆에서 나도
매화마을답게 매화나무가 많다
딸아이가 초상권 얘기를 하면 큰일인데..ㅎㅎ
구례 산수유 축제도 이처럼 복잡하리라 싶어 토요일 전에 가기로 즉석 결정.
섬진강변을 따라 산수유 마을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벚꽃마저 그 길을 따라 피었다면 숨 막히도록 황홀했으리라.
어두워지기 전에 산수유부터 보자고 서둘렀다.
작은 시골 마을이 온통 산수유꽃으로 여기저기 꽃 터널을 만들어주니 이것 또한 가슴 벅찬 장관이다.
산수유꽃을 자세히 보거나 하나하나 보면 참 촌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너무 수수한 평범한 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천 수만의 꽃망울들이 무리지어 모이면 적당히 톤다운되어 튀지 않는 노랑이 물결을 이루며
진한 감동을 준다.
매화가 화사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매력을 가진 성장한 귀부인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면,
산수유는 청순한 처녀 같은 자태라 할까. 애잔함이 느껴지는 지순함이 있다.
산수유 꽃길에서
서울을 떠나 달리다가 처음 만난 꽃은 개나리였다. 벌써 피었네 하고 반가워했던 그 개나리가...
매화, 산수유, 동백, 벚꽃을 만나고 나니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촌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온천욕을 즐기고 더덕정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1박.
천은사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지리산 자락을 더듬기 시작.
우선 천은사부터 들렀다. 크지않은 규모의 예쁜 절이었다.
다음은 성삼재 휴게소까지 롤러코스터 코스 같은 길을 달려가 주차해놓고 노고단을 가려했다.
그러나 잠을 설친 나도, 시차에 힘들어 하는 딸아이도 경사 급한 길을 걷는게 힘들었다.
종일 혼자 운전하랴 피곤한 탓이라 생각하며 중도 포기하기로 타협을 했다. 전에 와본 곳이라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다음 스케줄을 위해서 체력을 비축해야지.
순천으로 갈까 다른 곳으로 가볼까 고민하다가 담양 쪽으로 궤도를 수정.
이런게 예약 예정없이 떠나는 여행의 묘미이다.
담양 언저리에 들어서니 점심 때. 유명한 떡갈비를 먹어주고 소쇄원부터 찾아갔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가 지었다는 곳인데 과하지 않으면서 기품있는 건물과 정원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작지만 어느 산자락에 있어도 멋질 계곡과 연못, 단아하고 품위있는 정자와 건물, 군데군데 심어져있는
꽃나무들, 담장 하나하나도 그냥 스치기에 아까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정원이었다.
분명 손이 많이 간 곳인데 인공적이지 않고, 꽉 짜여진 구도를 가졌는데도 여백의 미가 보이는...
현세의 어느 건축 미술가가 다시 시도해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긴 힘들듯하다. 건축이나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이렇게 감탄하고 느낄 정도면 전공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은 얼마나 크겠는가.
아쉽지만 소쇄원을 뒤로 하고 죽녹원으로 향했다.
소쇄원 담장 앞의 벚꽃
꽃여행이라 꽃 앞에서 찍은 사진이 많다 ( 소쇄원에서 )
소쇄원의 정자
죽녹원은 근심 없이 쭉쭉 뻗은 대나무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러 가지 이름이 붙어있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의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숲이 이야기를 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대나무 숲의 바람은 다른 곳에서 맞는 바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더 시원하고 맑은...
청아한 선비의 숨결처럼 느껴지는건 대나무에 대한 내 선입견일까.
죽녹원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두 번 왕복하며 구경하고 ( 그러나 아직 잎이 돋지 않아
아쉬었다 ) 금산사로 출발.
모악산 자락에 있는 금산사는 견훤이 아들에게 유폐 당했다는 절인데 그 규모가 매우 웅장했다.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가봤던 사찰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인 것 같다.
금산사
금산사에서
그다음은 전주로. 전주에서는 맛있는 밥을 먹은 기억밖엔 없다. 비도 계속내리고, 갑자기 바꾼 일정이라
미리 조사해간 것도 없고, 딸아이도 피곤해해서 그저 쉬고 맛있는 것만 먹고 귀경하기로 했다.
혼자 운전에 지쳐 호텔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탔더니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데려가준 싸고 맛있는 한정식도
감동적이었고, 역시 가르쳐주신 대로 동문 사거리로 찾아가 먹은 다음날 아침의 콩나물 국밥도 훌륭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의 야구 준결승을 중계해준 시간이었기에 더 맛있었나. 식당에서 밥 먹다가 박수치고
환성을 질러보긴 처음이었다.
비가 계속 내려서 미련 없이 서울로 돌아왔다.
작년엔 아들 녀석과 단둘이 3박4일 여행, 이번엔 딸아이와 2박3일...
남편이 물었다. 어느 놈과의 여행이 더 편했느냐고. 재빨리 아부해 주었다.
둘 다 편했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와 여행하는게 가장 편하고 좋아...
남편은 아부라는걸 알면서도 속없이 좋아한다.
2009년 3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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