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 08:55ㆍ국내여행
대학시절의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제주도엘 갔다.
시간을 맞추기 쉽지않았지만 마침 사월초파일 연휴라 가능한 일이었다.
자주는 못만났어도 오랜기간 알아온 사이라 남자들도 그리 큰 불편을 느끼는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비행기는 각자 예약을 해서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
마침 비슷한 시간에 예약이 된 친구 혜영이네 부부와 만나 제주 공항에서 함께 택시를 타고 숙소인
함덕해수욕장 근처의 대명콘도로 향했다. 30분 남짓 택시를 달리니 숙소 도착이다.
방을 배정받고 ( 연휴라 두개씩 받는게 쉽지않아 첫날은 원룸 두개였다 ) 짐을 올려다놓고나니
8시반. 일단 민생고를 해결해야하는데 정선네가 금방 온다하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지하 식당으로 가니 시장이 반찬인지라 비빔밥도 맛있고 김치돼지전골도 맛있었다.
정아네 부부가 마지막으로 합류하고 밖으로 나가 가볍게 맥주 한잔씩 하기로 했다.
조금 촌스럽지만 그런대로 정겨운 호프집에 8명이 자리잡고 앉으니 학창시절 미팅대형이다 ㅎㅎ
생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일을 위해 자기로 했다.
오늘은 숙소의 사정상 남자와 여자의 숙소로 나눠 자기로 했다.
너무 이른 새벽에 잠이 깬 난 살그머니 일어나 샤워를 했는데 그래도 물소리에 친구들을 깨우고
말았다. 늦게까지 못잔 정선이한테 특히 미안했다. 평소 게으른 사람이 놀러오면 일찍 일어나
민폐를 끼친다 ㅋㅋ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해장국집이 있어 슬슬 걸어가 성게 미역국과 몸국 ( 해초를 넣고 된장과 청양
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끓인 국인데 괜찮았다 )을 시켜 든든한 아침식사를 했다.
우연히 들른곳인데 음식이 맛있어서 다들 만족스러워했다.
미리 렌트카 예약을 안했다가 그래도 미심쩍어 알아보니 황금의 연휴라 모든 렌트카가 동이 났다는
통에 당황했가가 정선이 남편이 기사까지 딸린 렌트카로 해결해주셔서 휴우 ~~ 했다. 역시 언제나
확실하게 큰 힘이 되어주는 영원한 해결사이시다 ㅎㅎ
첫 목적지는 성산 일출봉이다. 원래 평발이라 걷는걸 너무 싫어하는 남편은 내심 별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겠지만 모두들 가자는 분위기이니 대세에 떠밀렸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초록으로 뒤덮힌 일출봉을 걸어가는 길이 상쾌했다.
제법 숨도 차고 땀이 났다. 그래도 성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각별했다....
이번엔 섭지코지다.
렌트카 기사는 우리가 가자고 하는곳들이 다 20여년전의 구닥다리 관광지라며 새로이 개발된 좋은
장소가 많다고 했다. 그럼 추천할만한데로 안내해보라고 했더니 일출랜드라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개인적으로 개발한 관광지인 그곳은 나름 애써 다듬은 정원을 가진 아류 한림공원 같은 곳인데
화살표를 따라 돌며 구경하게 해놓은 짜여진 코스가 일단 마음에 들지않았다. 곳곳에 투호놀이 등
지루함을 잠시 달래줄 민속놀이나 제주 특유의 가옥이나 토종 흑돼지 ( 일명 똥돼지 ) 우리 등 약간의
볼거리들을 갖춰놓은 사실상 별 특징없는 시설로 밖엔 보이지않아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미천굴 ( 美千窟)이라는 천연 용암동굴이 있어 수평으로 길게난 동굴속에 들어가면 여름인데도
추위를 오싹 느낄 정도로 시원함이 일품이었다.
너무나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것이 더 마음에 들지않았던 일출랜드의 정원
우리가 원래 원했던 여행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이었으므로 기사한테 송악산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니 일정상 너무 먼곳이라 곤란하다고 했다. 여러군데를 꼭 안봐도 좋으니 그냥 가자고 설득
하여 가다가 점심을 먹게 되었다. 갈치조림과 고등어 구이를 먹었는데 간이 조금 센듯하긴 했으나
생선이 싱싱해서인지 맛이 좋았다.
송악산은 제주도의 서남부에 위치한 낮은 산인데 우리나라 최남단의 산이며 바닷가에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산방산과 형제섬도 보이고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가까이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세트가 되었던 불란지 펜션이 있어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올레길도 일품이고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이 그리 힘들지도
않으면서 바닷바람과 초록빛의 초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길이었다.
송악산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
송악산에서 바라본 형제섬
불란지 펜션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씁쓸했다.
그다음은 용머리 해안쪽으로 가서 산방사에 잠깐 들렀다.
저녁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 저녁은 투베드룸의 콘도가 두개 배정
되어 각각 부부끼리 자기로 했다. 정아네가 침대방을 우리한테 양보해주어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언제나 선선하게 양보해주고 배려해주는 고마운 친구...
다음날 역시 새벽에 일어난 우리 부부는 일찌감치 샤워하고 커피도 한잔씩 하며 부지런을 떨었다.
오늘도 어제의 그 해장국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의 메뉴는 해물뚝배기이다. 해물을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국물이 맛있어 열심히 먹다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놀림도 받았다. 뭐 그래도
절대로 기죽을 내가 아니다 ㅎㅎ
첫 목적지는 오설록이다.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오설록은 태평양그룹에서 사유지를 개발하여 녹차를
키우며 녹차 박물관을 지어 관람하게 하며 자사의 제품도 홍보하고 직접 판매도 하는 곳이다.
싱그러운 녹색의 차밭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즐거워졌다. 이곳을 방문한 중요한 목적인 녹차 아이스
크림 먹기 미션을 거뜬히 완수하고 인증샷도 남겼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아주 개운하고 맛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 협재 해수욕장으로 갔다. 바다빛이 너무 맑고 고운지라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오래전 갔었던 칸쿤 앞바다 ( 카리브 연안 ) 의 눈부신 색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예쁜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에 다들 동심으로 돌아간듯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을 즐겼다.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협재 바다
바다를 한참 즐기고나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친구가 가르쳐준 협재 바다가 잘 보이는
상록가든에서 흑돼지구이를 먹었다. 바다와 친구들과 한라산 소주에 기분좋게 취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불심이 깊은 정선이 남편은 고기를 마다하셨다.
메뉴를 잘못 고른 것 같아 조금 마음에 걸렸다....
서울로 돌아갈 비행기 시간도 각각 달라 많은 일정은 불가능하니 조용하고 숲을 느끼거나 조금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달라하니 렌트카 기사는 절물휴양림이라는 곳으로 우릴 안내했다.
처음 가본곳인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절물은 절 옆에 물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절은
없어지고 암자가 있던 흔적만 있는데 약수가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조용하고 키큰
삼나무가 꽤 빽빽하게 들어선 숲인데 코스도 여럿있어 마음에 드는곳으로 고를 수 있었다.
우린 장생의 숲길을 골라 걸었는데 숲의 향기를 마음껏 느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숲길이 가파르지도 험하지도 않고 삼나무에 햇빛도 가려져 덥지않게 걸을 수 있었다. 시간이
넉넉하면 세시간 가량 걸을수도 있는 꽤 큰 휴양림이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우린 한시간반 가량
걷다가 중간에 나와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야할 정아네 부부와 헤어졌다.
흠뻑 반한 절물숲과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 우린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이번엔 생이소리질이라는 곳으
로 굳이 해석하자면 새소리가 들리는 길이라고 할까 이름마저 예쁜 길이었다.
말그대로 갖가지 새소리가 너무 아름답게 들리는 사랑스러운 산책길이었다. 여러번 와본 제주도이지만
또 이런 보석 같은 숲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 섬
제주가 아주 자랑스럽다.
각각 비행기 시간이 달라서 제주시내에서 갈치조림과 물회, 고등어구이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정선네는 공항으로 혜영이네는 다음날 오후 비행기라 렌트카를 빌려 서귀포 쪽으로 우린 다음날 새벽
비행기라 공항과 가까운 곳에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지은지 오래되지않은 호텔이라 깨끗하고 쾌적했다.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라 석양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여럿이 왁자지껄 보냈던 이틀과는 달리 조용한 여행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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