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시애틀 여행 1

2011. 12. 27. 00:55북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시애틀까지는 두시간 남짓.

싼 비행기표라 맨 뒷좌석이다. 작은 과자 한개와 음료수 한잔이 기내 서비스의 전부.

우리나라 국적기의 서비스완 차원이 다르다. 물론 비행기 값의 차이도 꽤 크다.

시애틀이 가까와지자 구름 위로 눈덮인 산이 위용을 드러낸다. 저것이 마운틴 레이니어인가보다.

비행기를 타고가다 구름위로 솟은 산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신기하다.

 

공항에 내려 꽤 한참을 기다려 짐을 찾고 렌트카 부스로 갔다. 내가 예약한 회사의 줄이 유난히 길다.

값이 싸다 싶었더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몰렸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직원이 한명만 서있는데 너무 느린 백인 할머니다.

곱게 화장하고 머리도 곱게 틀어올린 얌전한 할머니인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나이가 많아 보인다.

컴퓨터 화면의 글씨도 잘 안보이는지 눈을 가까이 했다 멀리 했다 애쓰신다. 줄이 좀체로 줄어들지 않는다.

겨우 한사람이 끝내고 돌아서며 한마디  " Finally !! "

내 앞자리의 일행들은 옆에서 할머니 안들리게 일주일은 걸리겠다며 농담하고 웃는다.

내가 미국인들을 욕하고 질투하다가도 인정하는 것 중의 하나. 아무리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찡그리거나 화내지않고 유머와 웃음으로 기다릴줄안다.

그 여유가 부럽다. 난 짜증이 나서 죽겠는데...

마침내 다른 직원이 하나 더 투입되고 내차례가 되었다. 느리긴하지만 치밀하게 챙기고 친절하기도한 할머니. 짜증이 금방 가라앉는다.

 

이름을 잘몰라 대충 골라받은 렌트카가 상당히 안락하다.

드디어 공항을 빠져나와 예약해놓은 숙소로 갔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경매형식으로 ( 미리 호텔 이름도 알 수없는 상태로 낙찰되고 바로 결재해버려 절대로 취소가 불가한 대신 값이 매우 싼 )예약한 것이라 좀 불안했는데 다행히 대체로 마음에 든다.

게다가 들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아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비지니스룸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점점 컴퓨터의 노예가 되어가는 우리들...

체크인을 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둔 한인 식품점과 식당을 찾아갔다. 늘 먹는 김치와 밥인데도 뭐가 그리 반가운지.

코인 런드리에 가서 빨래도 하고 맥주 한잔하고 하루를 마감.

 

다음날.  하이웨이 I-5를 타고 북쪽으로 50여분 정도 달리면 아울렛이 하나 나온다.

독립기념일 세일을 하니까 들러보기로 했다. 가방이 너무 무거울까봐 옷을 너무 적게 챙긴데다 여행가방도 시원찮아 살겸해서.

견물생심이라고 세일 폭이 크니까 아이들 옷, 남편 티셔츠, 내 티셔츠 이것저것 고르느라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끈기있게 기다려준 식구들에게 미안했다.

 

다시 시애틀 시내로 가보니 부둣가는 연휴기간이라 쏟아져나온 사람들 때문에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시애틀 수족관에 들여보내고 난 혼자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을 구경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 같은 곳으로 말 그대로 재래식 시장이다.

싱싱한 어류, 육류, 소시지, 야채, 과일, 의류, 각종 악세사리류등 다양한 물건들이 쌓여있고 사람들이 부딪히며 다니는 것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흥정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건물 밖에도 노점들이 꽉 들어차있고, 한쪽에선 악기를 연주하며 동전푼을 바라는 사람, 동그랗게 사람들을 모아놓고 써커스를 하는 사람들...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커다란 게, 랍스터, 연어, 이름도 모르는 내 넙적다리보다 더 큰 생선들.. 물건 구경도 재밌다.

여행온 것만 아니면  " 아줌마, 이 생선 얼마에요?  싸게 주세요. " 하고 말시켜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시장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워싱턴 주의 특산물인 체리를 한보따리 사고 양념가게 들러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쉽지않은 양념을 한두가지 골라본다. 요리도 잘 안하면서..ㅋㅋ

 

      시애틀 수족관에서

                시애틀 부둣가

 

 

 

벌써 5시. 슬슬 배가 고파졌다.

부둣가에 있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에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한참 서있다. 앞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40분쯤 기다려야 한단다. 실내엔 빈자리가 저렇게 많은데 왜 그런거야하며 카운터에 물어보니 실내엔 바로 들어갈 수 있고 바닷가를 볼 수 있는 야외식탁은 그렇게 많이 기다려야 한단다.

그럼 우린 당근 실내지. 더운데 땡볕에 나가기도 싫건만 뭘 40분씩 기다리기까지 하는지...

분위기, 낭만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내가 너무 아줌마 티를 팍팍 내고 있는건가.

킹크랩과 연어, 해물 스파게티, 크램챠우더 등등 해산물을 한상 그득히 차려놓고 먹었다. 이젠 아이들이 많이 커서 어른 한몫씩 충분히 먹어댄다.

우린 원래 레스토랑 체질이 아닌지라 자주 안가는 곳이므로 부둣가의 그 예쁜 레스토랑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ㅋㅋ 촌스럽긴..

시애틀은 대체로 깨끗한 곳이지만 그 부둣가의 바닷물엔 쓰레기가 둥둥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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