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7. 23:24ㆍ북미
대학 1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여행을 모의했다.
독서 서클에서 친해진 친구들인데 삼십년을 넘게 쭈욱 만나고 있는 좋은 친구들이다.
이년을 넘게 함께 적금을 부어 여행비를 마련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때를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여행지를 정하느라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하와이가 낙찰되었다.
한번 가본곳이라 에이...하고 내심 조금은 실망했지만 가보지못했던 마우이 섬까지 가는 여정이라
금방 마음이 풀렸다.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난 친구들한테 우리끼리 다니자고 했고 다들 동의해주었다.
마침 미국에 사는 동생네와 하와이 여행을 하고온 친구가 있어 계획을 잘 짜와서 모처럼 아무
준비없이 다른 사람이 짜온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편한 여행이 기대되었다.
호텔과 렌트카는 내가 예약했지만...
2월2일
저녁 비행기로 호놀룰루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원래 비행기에서 잘 못자는 난 역시 거의 밤을
새고 호놀룰루에 새벽에 도착했다. 미리 겨울옷은 부치는 가방에 넣어버리고 여름옷으로 갈아
입었더니 마우이로 갈아타고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냉방을 너무 심하게 하고있는 공항에서
벌벌 떨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와이의 해안선과 바다색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삼십여분 걸려 도착한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서 짐을 찾고 예약해놓은 버젯 렌트카로 갔다.
한참을 기다려 예약해놓은 차를 보니 역시 우려한대로 우리 짐에 비해 차가 너무 작았다.
할 수 없이 차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하고 네비게이션까지 렌트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작년에
렌트했을땐 네비게이션이 포함되었는데 여긴 하루당 얼마씩 따로 지불하게 되어있다.
한국어로 된 네비게이션도 있다고 해서 물어보니 정말 있었다.
난 지도와 이정표 보는걸 담당하기로 하고 두명이 국제면허증을 준비해서 번갈아 운전하기로 했다.
짐을 모두 싣고 기분이 업되어 우리 다섯명의 아줌마들은 라하이나 ( Lahaina )로 향했다.
라하이나는 카메하메하 대왕시대의 하와이의 수도로 1962년 국립역사 보호지구로 지정되었고
역사적 건물의 보존과 복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라하이나의 중심가는 Front street로 모든 중요한 건물이나 상점들은 거의 이곳에 몰려있었다.
하와이 최대의 보리수라는 Banyan Tree를 구경했다. 넓게 퍼진 거대한 나무는 줄기가 늘어져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또 뿌리가 생기고 또 퍼지고...마치 여러개의 나무가 늘어서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 한그루의 나무라는데 어찌나 거대한지 참으로 독특한 모습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낡은 요새가 있어 설명을 보니 문제를 일으키던 선원에 대항하여 쌓은 것이라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잔데다 시차까지... 몹시 피곤했지만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면 다들 다시
나오기 싫을 것이므로 그냥 저녁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사전 조사를 해놓은 레스토랑에 가서 창가의
자리를 예약해놓고 근처의 슈퍼마켓에 가서 물과 과일, 빵 등 먹을거리를 샀다.
부바 검프 ( Bubba Gump )라는 새우요리 전문점인데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모티브로 하는 식당으로
식당 내부는 대단히 멋있지도않고 그저 그런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였지만 바로 라하이나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여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새우요리와 Soup 등 여러가지를 시켜 즐겁게 먹으며 하와이 첫날의 선셋을 원없이 즐겼다.
해가 지고나니 거리의 이정표가 잘 안보였다. 역시 이럴때 빛을 발하는게 네비게이션.
전에 다녔던 여행에선 네비게이션이 없어 해가 지고나면 되도록 움직이지않았는데 편리하긴 하다.
우리 호텔 Aston Kaanapali Shores 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원래 예약할 때 sea view 룸은 더 비싸서 garden view 룸으로 예약했는데 들어가보니 어찌된
일인지 바다가 눈앞에 떡 펼쳐지고 파도소리가 서라운드 음향으로 지원되는 환상적인 방이었다.
다섯명이라 투베드룸에 거실과 부엌이 딸린 방을 싸게 잘 예약했다고 좋아했는데 방이 너무 럭셔리
했다. 부엌도 넓고 침실, 거실, 화장실 모두 아주 좋았다. 친구들이 예약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어
아주 기분이 좋고 으쓱했다. 비수기이고 할인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덕이다. 우린 파도소리와
달무리에 취해 십년뒤에도 또 하와이를 방문하여 이 호텔 같은 방 ( 801호 )에 묵자고 약속했다.
2월3일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 Halleakalla National Park ) 의 일출은 놓칠수
없다. 우린 새벽 세시에 일어나 출발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난 30분 가량을 깜빡 잠들었다
눈이 떠지고 말았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혹시 잠이 깰까봐 숨죽여 누워있는게 참 힘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와있다면 편해서 좀더 잤겠지만 깼다하더라도 좀 더 편하게 움직였을테지...
세시가 되고 모두들 대충 세수만 하고 간단히 차와 과일을 먹고 그 깜깜한 밤중에 호텔을 나섰다.
한가로운 마우이 섬의 도로는 정말 적막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별들의 잔치, 잔치였다. 우린 잠시 차를 세우고 별을 보기로
했다. 세상에 너무나 오랜만에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져내리는 별들 속에 서서 우린 잠시였지만
영원처럼 행복해했다. 일출을 보겠다고 가로등도 없는 길을 달리다가 얻은 또하나의 행운이었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그 깜깜한 길을 달리기가 좀 겁났을텐데 그래도 다섯 아줌마들은 참으로
용감하였다.
한시간반 가량 달리니 할레아칼라 초입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길이다. 우리처럼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의 차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니 반가웠다. 깜깜한 산길에 동지가 있다는게 위안이
되었다. 할레아칼라라는 말은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으로 높이 3030 미터, 둘레 34 킬로
미터의 분화구를 가진 세계최대 규모의 휴화산이다. 40여분을 계속 산길을 오르니 드디어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를 도와주는 직원한테 물어 일출을 잘 볼 수있는곳으로 이동했다. 너무 깜깜해서 방향을
잡기도 힘들었으나 몇계단 올라가니 벌써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 좋은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매우 춥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우린 겨울 외투를 입고 갔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추웠다. 해발 3000
미터가 넘는 높은 곳인데다 분화구의 정상이라 바람을 피할 수가 없어서 가지고 있는 모자와 스카프를
다 동원해도 추위를 이기기 힘들었다. 호텔에서 담요를 가져와 둘둘 말고 있는 사람, 반바지만 입고
와서 코가 빨개져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스름 미명이 보이고 사람들의 기다림은 조금씩 더 진지해졌다.
추워서였을거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기다림이 가슴 설레이면서도 너무 힘이 들었다.
매우 긴 기다림이었다. 마침내 분화구 위로 구름을 뚫고 나오는 장엄한 모습에 감격에 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태양빛을 배경으로 제각각 아름다워보였다.
모두들 추워하면서도 숨을 죽이며 그 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동지가 되었다.
너무 추워 못견디는 사람은 비지터센터 안에서 창문을 통해, 연인들은 어깨를 끌어안고...
매일 떠오르는 태양인데 왜그리 소중하고 새로운건지 일출의 순간이 지나가고 한참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잠도 못자고 매우 피곤했지만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중간쯤 내려와서 있는 Kula Lodge 라는 산장 겸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계란 요리 전문이라는
명성에 맞게 다양한 계란 요리가 있고 토스트도 다양했다. 하와이 특산물이라는 시럽을 발라먹는
팬케익과 토스트도 맛있고 커피도 분위기도 일품이었다. 목조로 꾸며진 벽난로가 예쁜 식당내부도
마음에 들고 널찍한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예쁜꽃이 가득한 정원도 좋았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Kaanapali 해변 산책을 나갔다.
그림같이 예쁜 바다와 색깔, 하늘, 꽃나무들...평화로운 산책이었다. 근처 Kapalua Bay도 들러보니
여기도 그림같이 예뻤다.
친구가 찾아온 맛집 Honokowai Okazuya 라는 델리에서 Mahi mahi lemon caper ( 하와이
전통 생선요리 일종 )와 연어요리, 몽골리언비프, 중국식 볶음국수 등을 테이크아웃하고 마우이의 와인
Maui Blanc 을 곁들여 멋진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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