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5. 02:00ㆍ유럽여행
이번엔 아바친스키 화산 트래킹이다.
아바친스키산은 캄차카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며 신성하게 여겨져 왔다. 높이 2741 m 의 아바친스키 화산은 분화구에서 아직도 수증기가 분출되는 활화산이다. 지난 250년 동안 14차례, 최근에는 1991년에 분출됐던 비교적 활발히 활동하는 활화산이라고 한다. 원추형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한 이 화산은 1996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캄차카 화산군의 일부이다.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낮은 고도에서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게 특징이라는 아바친스키 분지의 낙타봉이라는 곳이 오늘의 트래킹 목표이다.
10시에 출발하기로 해서 무트놉스키 보다는 여유가 있다.
카마즈라는 트럭을 개조한 6륜 구동 특수 차량을 타고 포장 도로를 30~40 여분 달린 다음에는 또 오프로드 시작이다. 오늘의 오프로드는 어제보다 가는 길이 훨씬 더 험하다. 길이 아니고 그냥 야산지대를 넘어가는거라 울퉁불퉁 정도가 아니고 깊이 패인 곳도 있고 약간의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얕은 언덕 수준의 장애물이 수도 없이 많이 널려있는 험준한 곳을 운전해서 가는지라 차가 어찌나 꿀렁대고 흔들리는지 골이 울렸다. 멀미하는 사람들은 가기 힘든 길이다.
오프로드 들어선 초입에 돌을 쌓기도 하고 나란히 세워 글자도 만들어 놓았다
까마즈 앞에서 인증샷
차가 도착하고 주섬 주섬 다들 트래킹 준비를 하는데, 어제 트래킹에서 넘어져서 다친 발목과 무릎 때문에 통증이 있어 조금만 가보다가 돌아오겠다고 하니 트래킹 가이드 겸 스텝들이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가면 끝까지 같이 가야지 중도에 우리끼리 돌아오는 개인 행동은 절대로 안된다고 해서 그럼 남겠다고 하고 카페 리더에게 불참의사를 알렸다. 스텝들은 혹시 남더라도 차안에서만 있어야지 들판을 돌아다니는 것도 절대 안된다 해서 그들이랑 말다툼을 할 뻔 했다. 산 밑 들판이 제법 예뻐서 살살 걸어다니며 쉴 요량이었는데...
요즘 먹이를 구하지 못한 곰들이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봤고 연어가 올라오는 강에서 관광객이 공격을 당했다는 얘기도 듣긴 해서 그들의 염려도 이해는 가고 안전을 확실히 챙기는게 믿음이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4시간여 걸리는 트래킹을 하는 동안 차안에서 꼼짝마라는건 너무 하지 않은가 ! 어차피 우린 겁이 많아서 멀리 갈 생각도 없고 발목이 아파 오래 걸을 생각은 더더욱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트래킹할 사람들은 출발을 했고 차는 산장 같이 보이는 집 근처에 주차를 했다. 운전 기사에게 우린 내려서 근처에 있겠다고 하자 기사는 전혀 관심도 없이 그러라고 한다. 뭐야, 아까 절대로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길길이 뛰던 스텝들은 뭐고 이사람은 뭔가...
들꽃이 간간이 피어있는 들판을 조금 걸으며 멀리 보이는 낙타봉 사진도 찍고 카페 같은걸 찾아보는데 그런건 전혀 없고 산장이 보여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다. 조금 산책하다 카페나 산장 같은데서 커피나 마시며 쉴 계획이었는데 망했다 ...
하긴 러시아에서도 오지인 캄차카에서 오프로드를 달려온 이 한적한 산밑에 그런게 있을리가...그래도 산장이라도 있지않을까 기대했는데 사람이라곤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들판에 움직이는 동물이 있어 다가가 보니 귀가 없는 다람쥐같이 생긴 마멋이었다. 관광객들이 먹을걸 많이 던져줬는지 우릴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먹을걸 달라고 조르듯이 오히려 다가오는게 재미있다. 녀석들을 좀 바라보다 벤치가 보여 그쪽으로 가서 보온병에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으니 동양인 아줌마가 다가온다. 한국인 같이 보인다 했더니 한국인이 맞았다. 경상도 말씨를 쓰는 그분은 아주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남편과 같이 여행을 왔는데 우리처럼 힘들어서 트래킹은 포기하고 밑에서 남편을 기다린다며 아주 반가워 했다.
얘기를 좀 나누어보니 이분이 아주 세계 방방곡곡을 안가본데가 드물 정도로 여행 매니아였다. 여행이 이게 중독증이 있어요, 만날 돌아다닐 궁리만 하고 있으니..하하하 웃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생기가 있다. 언제라도 낼 수 있는 시간과 기운차게 다닐 수 있는 건강과 수많은 여행을 감당할 재력까지 골고루 갖추신 부러운 분. 캄차카에 와서 헬기 투어도 했다는데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며 왜 헬기 투어를 안하느냐고 한다. 캄차카에 와서 곰도 못보고 연어도 못봐 그렇지 않아도 속이 상했는데 이냥반이 불을 지르신다 ㅠㅠ
좀 있으니 남편분이 개인 투어 가이드와 함께 내려와서 아주머니를 데려가심으로 아주머니의 폭풍 수다에서 구원해주셨다.
마멋
가만히 벌판에 앉아 있으니 추워져서 우리도 차로 돌아갔다. 트래킹 팀이 돌아왔는데 표정들이 좋지않다. 여행중 친해진 일행인 등산 매니아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아주 재미없는 트래킹이었다고 불만스럽게 얘기한다. 사실 그사람은 훨씬 더 강도 높은 등산을 바라며 이 여행을 결정했다고 했다. 원래 두 팀으로 나누어 난이도를 달리해서 한팀은 더 높은곳까지 정복하기로 했던 애초의 계획대로 하지않고 그냥 모두 낙타봉 중턱까지만 다녀오는 낮은 난이도의 트래킹만 하는걸로 일정이 수정된 것이다. 원래 하려던 목표가 아무런 해명 없이 없어진 것도 화가 나는데 오늘 간 낙타봉 길은 주로 검은 흙으로 된데다 경치가 너무 볼품이 없는 길이고 미끄럽기만 했다고 우리한테 가지않길 아주 잘했다고 했다.
아까 아무도 없던 산장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얇은 햄버거 패티 같이 생긴걸 얹은 볶음밥과 채소 볶음, 커피가 메뉴.
또 오프로드를 달려 호텔로 귀환하고 저녁 식사하러 가는 길에 캄차카 상징물과 기념비에서 사진을 잠시 찍고 중국 식당에서 중국 음식을 먹었다.
맥주를 조금 마시고 내일 비행기 이동을 위해 짐 정리를 했다.
'유럽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10월 크로아티아 1 자그레브, 모토분 (0) | 2019.10.19 |
---|---|
2019년 8월 러시아 캄차카 5 블라디보스톡으로 (0) | 2019.09.05 |
2019년 8월 러시아 캄차카 3 (0) | 2019.09.05 |
2019년 8월 러시아 캄차카 2 (0) | 2019.09.05 |
2019년 8월 러시아 캄차카 여행 1 (0) | 2019.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