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Thanksgiving 연휴 멕시코 칸쿤

2011. 12. 27. 00:41북미

 

 

1년여의 미국생활이 조금 자리잡을 무렵... 이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안남았다 생각하니

자동차 여행만 다니던 우리에게 욕심이 스멀스멀 생겼다.

이다음엔 시간이 없을텐데... 가까운 곳에 있을 때 한번 가보는게 경제적인데...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3박4일짜리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멕시코 칸쿤...마침 Thanksgiving 연휴인지라 눈 딱감고 질렀다.

자동차를 타고 캐나다 국경을 넘어보긴 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외국이라니...

절로 신이 났다.

쌀쌀한 날씨인데 여름옷을 챙기는 재미도 은근히 좋았고...

짧은 연휴라 멕시코시티는 꿈도 못꾸고 칸쿤과 치첸이샤 마야 유적지 정도만 볼 수 있는 여정이다.

 

호텔은 그저 그랬다. 그렇지만 호텔 앞의 바다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태어나서 이런 색깔의 바다는 처음 만나봤다.

하늘색...비취색...그 색을 표현할 이름을 모르겠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색...

사실 말로만 듣던 캐리비안베이가 아닌가...학생시절엔 카리브해라고 배웠던...

 

 

 

 

 이 때엔 디카도 없을 시절이고 허접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캔하니 사진이 이모양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인지라 말도 안통하고 가이드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어 불편했다.

식사를 하러간 레스토랑에서 처음 먹어본 빠에야 ( 사프란 색소를 넣고 해산물과 함께 지은 밥 )가 아주 흡족하게 입맛에 맞았다.

저녁엔 캐리비안 페스티발이라고 식사도 하고 라이브 연주도 듣고 게임도 하고 댄스파티도 하는 곳에 갔다. 놀랍게도 악사들이 우리 국적을 묻더니 애국가를 연주해주었다. 아주 경쾌한 버젼으로.

림보 게임도 하고 신나는 댄스 타임도 하고 별 맛은 없지만 바베큐도 먹었다.

 

  

 

 


 

다음날 치첸이샤 ( Chichen Itza )유적을 보러갔다.

치첸이샤는 6세기부터 번성했던 마야족이 유카탄 반도의 중심지에 세운 마야문명의 최대 유적지로

피라미드와 천개의 기둥들, 독수리와 재규어의 제단, 성스런 샘들이 있다.

사방이 울창한 정글인데 정글 속에 이런 유적지가 있는 것이 신기했고 피라미드를 건축한 돌들의

출처가 도대체 어디인지 경이롭다.

사실 미리 공부를 하고 가지않아서 이집트가 아닌 마야인들이 피라미드를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러나 푹푹 찌는 더위속에 유모차까지 밀며 울퉁불퉁한 거친 길을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들지않았다.

 

 

 

 

 

 

 

 

게다가 피라미드를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신전이 있는데 난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그 가파른 경사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경사가 너무 심해서 다리가 후들거려 삼분의 일도 못올라가고 난 포기했고

남편은 네살짜리 아들녀석을 안고 올라가다가 아이가 무섭다고 울어대는 통에 절반쯤에서 포기했다.

 

결국 우리 가족 대표로 끝까지 올라가 신전 구경도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드넓은 정글을

사람은 여섯살박이 딸아이였다.

어른들도 무섭다고 포기한 사람이 꽤 있었는데...용감한 내딸이여...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자 난리가 났다. 같은 여행사에서 여행온 다른팀중에 LA에서 오신 할머님

한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쪽 가이드는 병원으로 가서 뒤치닥거리를 하고 우리

가이드가 그 팀까지 맡게되어 다음날 관광은 해줄 수 없다고 하루만 자유여행을 하라며

양해를 구했다.

 

난 차라리 잘됐다 싶어 한비야의 책에서 보았던 이슬라무헤레스에 가기로 했다.

이슬라무헤레스는 작은 섬으로 여자들의 섬이라는 뜻의 한적하고 때묻지않은 곳이라니 호텔로비에

차편을 물어보고 출발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부둣가에 내려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간 섬은 아직 개발이 별로 되지않아 조금

쓸쓸하고 촌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관광객을 위한 골프카트 같은 차를 빌려주니 그걸 타고 섬을 일주했다.

 

작은 어촌이라 별로 볼거리는 없지만 소소한 기념품 구경도 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며 우리 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시간에 맞추어 돌아와서 맛있게 먹었던 빠에야로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니 다른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했다.

겁이 나서 내내 호텔 근처에만 있느라 너무 무료했다면서...

 

 

 

 

 


 

다시 해변으로 나가 노을에 물드는 아름다운 캐리비안의 바다를 마지막으로 즐겼다.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하는데 두 팀을 챙기게 된 가이드가 너무 늦게 픽업을 와서

공항에서 얼마나 뛰었던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겨우 비행기를 타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이래저래 잊지못할 추억거리가 또하나 생겼달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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