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터키여행 7 파묵칼레, 쿠사다시

2011. 12. 30. 00:43아시아권

 

 

8월 15일

 

아직 채 동이 트지도 않았는데 길에 버려진 우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원래 데니즐리에 도착하면 세르비스 버스가 파묵칼레 ( Pamukkale )까지 데려다줄거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건 뭐람...

                                                                                                                                                       

 

길거리에 버려진 버스 승객들

 


버스 회사 직원인 듯한 사람이 호텔 예약이나 투어 예약이 되어있는 사람을 불렀다. 우린 이스탄불

여행사에서 야간버스에서 내린후 잠시 쉬고 씻을 수 있는 호텔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길래 얼른 나섰다.

열댓명 이상이 나섰다. 잠시후 허름한 밴이 오더니 우릴 태웠는데 짐은 뒷쪽에 구겨넣고도 좌석이

부족했다. 남편과 난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를 펴주는 그 사람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15분이내에 도착하니 참아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황당한 파묵칼레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나마 우린 일찍 구조(?)되었지만 길거리엔 아직도 차에탄 인원만큼의 사람들이 남겨져 있었다.

저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밴이 멈춘곳은 한눈에 보아도 너무 허름한 작은 호텔  (아니 여관 수준)이었다.

 

 

 

  Koray Otel .

사람들은 바글거리고 우릴 태운 뚱뚱한 바랜 빛의 금발머리 중 늙은이 아저씨는 느릿느릿  얘기를 시작했다.

얼핏 봐도 터키인 같이 보이지 않는 그는 원래 모국어인 듯한 억양과 발음의 영어로 투어를 설명하고

자기 호텔을 광고했다. 아무래도 여행왔다가 눌러앉은 사람이지 싶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이 열악한 여관을 뛰쳐나가고 싶지만 파묵칼레에서는 한나절의 일정만 예정이 되어

있어  다른 호텔에 숙박을 할 수도 없는 처지라 꾹참고 Haif-day 만 방을 빌리기로 했다.

그래야 샤워라도 하고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으니...

여름만 아니라면 그마저도 하기 싫었지만 땀이 난 몸을 씻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겠다.

게다가 아침식사 포함이니...

이 호텔은 이런 식으로 현찰만 받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아이들과 넷북으로 화상통화를 했다. 엄마가 없는데 동생을 잘 챙기고있는

딸이 기특했다. 그래도 인터넷은 잘되는게 용하다.

식사를 하러 가보니 커피가 인스턴트 가루 커피이다.

짐을 로비에 맡기고 관광을 나서는데 금발머리 아저씨가 석회붕 입구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입구에서 내려 돌무쉬 ( 마을버스 쯤으로 생각하면 될듯 )를 탈까 어쩔까하여 길가의 한 아저씨한테

묻자  열심히 설명해주다가 대뜸 자기 가게로 데려가더니 차이를 한잔씩 주며 옆집에 가서 지도와

책자를 빌려오고 부산하시다.

식당이라 부담스러워 차이값을 내려하자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하곤 우리가 북문쪽 유적지로 가고싶다고

하니 택시도 불러주었다. 관광후 자기네 식당으로 식사하러오라고 아주 살짝 얘기하긴 했지만 정말

친절한 분이었다.

 

북문입구에서 택시를 내려 히에라폴리스 ( Hierapolis )라고 불리는 고대도시의 유적지를 구경했다.

히에라폴리스는 신성한 도시라는 뜻으로 기원전 190년 세워졌지만 그후 지진이 나고 로마시대에 재건립되어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가 되었다.

아폴론 신전, 원형 극장, 아고라, 열주로, 대욕장, 묘지 등등 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부흥기를 거쳐  비잔틴

시대에는  기독교의 중요 중심지가 되고 그후 터키인이 진출해서 셀주크 터키의 영토가 되었다.

1,354년 대지진이 발생하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는 이제 옛 영화의 흔적만 겨우 남아 있다.

 

 

 

 

 

 

 

 

 

 

 

 

 

 원형 대극장 앞에서 

잔뜩 끼어있는 이끼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폐허가 된 옛도시의 흔적 앞에서 수영복만 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을 보려니...마음이 스산하다.

역시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선블럭을 열심히 발라도 겁이 날지경이다.

 

 

 

                                             휴관인 박물관

 

 

 로마 욕장의 일부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고 해서 찾아가니 이런... 휴일이다. 월요일 휴관이다.

남편은 티나게 좋아한다. 원래 박물관 구경을 따분해하는 사람인지라..

아쉬워하는 나에게 이제 그만 석회붕을 보러가자고  남편은 재촉한다.

이제 파묵칼레의 하일라이트 석회붕이다.

파묵칼레란 목화의 성이란 뜻이다. 하얀 목화처럼 흰 석회질과 석회수가 흘러내려 형성된 독특한 지형은

마치 설산과도 같이 보이고,  층층이 계단식으로 이어진 석회층에 고인 물은 햇빛을 반사하며 너무나 아름다운 푸른빛을 반사하고 있다. 이 석회층은 오염을 막기위해 입장시 신발을 착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미리 준비해간 봉지에 신을 벗어들고 맨발로 감촉을 느껴봤다.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진않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수영복차림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는다고 포즈를 취하고...

온전히 감상하며 즐기기엔 이곳은 이제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어느곳으로 카메라를 돌려봐도 반나 ( 半裸 )의 사람, 사람들... 아쉬웠다.

 

 

 

 

석회붕의 북쪽 입구쪽

신발을 모두 벗어야 한다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즐기는 것만으론 성에 안차는지  물 속에 가라앉은 석회가루 진흙을 떠서 몸에

바르고 석회 머드팩까지 즐기고 있다.   

강렬한 햇빛이 물과 하얀 석회붕에 반사되어 더욱 눈이 부시고 자외선은 공포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다간 열사병이라도 걸릴 것 같은 엄청난 태양의 위력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물빛인데 그 색을 형용할 색의 이름을 알지 못하겠다. 카메라도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하니 내 카메라가 싸구려라 그런건지...

 한심한 내 사진 실력 탓도 있으렸다.

 

 

 

 

 

 

히에라폴리스에서 마을 쪽을 내려다 본 풍경

아쉬움을 안고 내려오는 길

 

 

 

자외선의 위세에 눌려 더이상은 머물기가 힘들었다. 허기도 지고 남편은 햇빛에 좀 오래 있었다 싶으면

금방 심한 일광화상을 입는 사람이라 그만 마을로 내려와 배낭족들이 추천하는 무스타파 호텔 식당으로

가서 닭고기 볶음밥과 비빔밥을 시켰다. 솔직히 내 입맛엔 추천 메뉴인 닭고기 볶음밥보다 비빔밥이

 조금 더 나았다.

 

 

닭고기 볶음밥과 비빔밥

호텔 근처 어느 집에서 말리고 있는 고추

 

 

파묵칼레의 살인적 더위는 마을 구경을 하려는 내 의지보다 한수 위였다.

차가운 음료수만 하나 사들고 다시 코라이 호텔로 돌아왔다. 4시에 픽업 약속이라 아직 두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해서 로비에서 남편은 넷북을 꺼내 사진 정리를 하고 나는 커피를 한잔 부탁해서 마시고는

 소파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픽업하러온 미니버스를 타니 운전사 조수석에 젊은 한국여자 둘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낡고 비좁은 차라

더위에 힘든데 설상가상 무지막지한 햇빛이 앞좌석 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에어콘도 시원찮고

내가봐도 힘들어보였다.

마침내 마구 항의를 하더니 뒷자리로 막무가내 옮겨타고  나중에 탄 외국인 여자 두명이 조수석 당첨이다. 마지막 숙소인 쿠사다시 ( Kusadasi ) 까지 가는 동안 쉴새없이 떠들어 대는 가이드는 정말 수다의

제왕이었다. 내일 에페스 투어의 가이드인 그는 약 세시간이 넘게  차안의 사람들과  운전기사에게

끊임없이 농담과 만담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피곤에 지친 우린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우리 숙소인 쿠사다시의 카리스마 디럭스 호텔에 도착한 시간에 마침 에게해에 해가 지고 있었다. 

얼른 짐을 팽개치고 석양을 즐겼다.

 

 

 

 


 

저녁식사는 호텔 뷔페 식당에서 했다. 특급 호텔답게 식사가 훌륭했다.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라는 터키

요리를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종류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식사후 바닷가를 산책했으나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않으니 아쉬웠다.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좋은 룸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