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름 모로코 6 탕헤르 , 쉐프샤우엔

2016. 7. 28. 22:53아프리카 外

 

 

라마단 기간 동안 섬머타임이 해제되었다가 라마단이 끝나고 다시 시간이 원래로 복귀를 한다해서 불안해졌다. 뭐든 디지탈적인 개념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 이 나라에서 혼란 없이 뭐든게 돌아갈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탕헤르 행 기차를 타러 Casa Voyage 역으로 갔다.  프티 택시 기사는 30 dr ( 디람, 1 디람은 약 100원 정도 ) 을 요구했으나 20 dr 만 주겠다고 완강히 얘기하자 할 수 없이 받아갔다. 처음으로 택시 값을 깎아봤다 ㅎㅎ

모로코엔 택시가 두종류가 존재한다. 프티 택시와 그랑 택시.  프티 택시는 말 그대로 소형 택시가 주로이고 시내를 다니는데 미터기가 분명 있지만 거의 흥정을 해야한다. 그랑 택시는 중대형 택시가 주종이고 버스나 기차 등 대중 교통이 불편한 모로코에서 도시간 교통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5명에서 6명까지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을 꽉 채워서 도시 간을 운행한다.  

짐을 낑낑 기차에 싣고나니 특실이라도 빈 좌석이 거의 없이 꽉찼다. 라마단이 끝나면 축제 기간이 되고 여행을 하거나 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더니 그래서인지 승객은 많았다. 좌석 윗칸에 싣기엔 가방이 너무 무거워 한개는 세워놓고 한개는 바닥에 눕히고 다리를 올려놓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안되게 했다. 기차의 화장실이 매우 더러워서 물마시는 것도 꺼려졌다. 기차는 중간에 서서 한참 대기하기도 하며 가다 서다 하더니 6시간 거리를 7시간이 훨씬 넘게 걸려 탕헤르에 도착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에어컨은 시원하게 나와주었다. 

 

 

 

Casa Voyage 역

탕헤르역 ( 땅제로도 불리운다)

예전에 프랑스의 식민지였기에 아직도 프랑스어가 통용이 많이 되고 지명이나 일상 용어에 프랑스어가 많이 쓰인다

 

탕헤르 시내 전경

 

 

 

탕헤르 역에 도착해서 숙소인 호텔은 짐이 없으면 당연히 걸어도 될 거리이지만 짐을 끌고 걷기엔 좀 먼 거리였는데 아이와 난 택시를 바로 잡지를 못해 조금 걷다보니 에이 여기까지 걸었는데 싶어 그냥 걸어서 갔다.  택시 기사와 매번 흥정하는 것도 피곤하고....  오후의 태양은 사정없이 내리 쬐고 짐은 무겁고 둘 다 땀 범벅이 되어버렸다. 짐을 풀어놓고 호텔 근처 큰 쇼핑몰로 가서 ATM 에서 현금을 확보하고 갑자기 작동이 안되는 유심카드를 알아봤다. 카사블랑카에서 구입한 유심이 지역 커버도 잘 안되고 유효기간도 짧은거라 아깝지만 다시 구입했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일식 도시락과 중국식 볶음 국수를 먹었는데 그나마 같은 동양 음식이라 반갑고 입에 맞았다. 특히 따끈한 미소 된장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유러피안 축구 결승이 있는 날이라 호텔 바에 축구 구경하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바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서 방에서 아이와 나눠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다.

드디어 쉐프샤우엔 ( Chefchaouen ) 으로 가는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나나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프티 택시를 타고 그랑 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프티 택시기사가 우리 행선지를 듣더니 그랑 택시를 흥정해주었다. 500 dr 에 우리만 타고 바로 가는걸로.  보통 그 거리면 약 600 dr 을 기사 제외하고 5~ 6명이 나누어 내고 간다는데 너무 좁아 숨쉬기도 힘들고 사람이 다 모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시스템인지라 과감히 돈을 좀 더 투자하고 체력과 시간을 아끼기로 했다. 씨티엠 버스는 너무 늦은 시간 출발이라 도저히 시간이 맞지않고 로칼 버스는 너무 더럽고 사람이 많아 타기 힘들다니 방법은 그랑 택시밖에 없다.

쉐프샤우엔으로 가는길은 원래 약 두시간 거리인데 낡은 우리 택시는 신나게 달려 한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다. 워낙 낡은 택시라 이리 빨리 달려도 되나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는길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꼬불꼬불 고갯길도 넘고 호수도 하나 지나치고 쉐프샤우엔에 가까워질수록 경치가 더 아름다워졌다. 택시 기사는 우릴 시티센터 앞에 내려주었다. 그에게 사탕과 책갈피를 하나 선물로 주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길거리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 민트티를 한 잔 시키고 전열을 정비하기로 했다. 카페 안엔 역시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남자들만 앉아있어 홍일점인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chaouen 은 베르베르어로 뿔이라는 뜻으로 마을 뒤에 뿔처럼 솟은 두개의 산봉우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모습과 모로코 베르베르의 스타일이 조화를 잘 이루어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이 작은 산간 마을의 매력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다 이 도시의 사진을 보고 반해서 단체 투어가 끝난 후 가보리라 마음을 정했다. 교통편이 좋지않아 장시간의 기차와 버스 등을 갈아타며 오로지 이동에만 거의 이틀을 투자해서 겨우 한나절 구경을 하는 비경제적인 일정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이제  오전 내내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진 예쁜 마을 구경을 하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언덕길도 꽤 있고 골목마다 다 예쁘니 쉴 새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이리저리 헤매다니느라 덥고 허기가 졌다.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길

 

장을 보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시장이 나왔다

 

시장의 사람들을 몰래 찍고싶어 아이를 모델로 세우고 함께 찍어봤다 ㅎㅎ

 

 

 

 

 

모로코는 고양이들의 천국인데 특히 쉐프샤우엔엔 고양이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동물이라면 무조건 좋아라 하는 아들녀석이 고양이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남자 한명이 다가와 돈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내가 보기엔 그남자의  고양이 같지도 않았고 설사 그렇다해도 돈을 요구하다니 화가 나서 사진을 지우겠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카메라를 확인시켜 지운걸 보여주자 갑자기 태도를 확 바꾸더니 땡큐 하고는 급히 사라져 버렸다. 어이가 없어 오히려 기운이 쑥 빠진다.

완전 지치고 배도 고팠으므로 어디를 둘러봐도 에어컨이 있어보이는 식당이 얼른 눈에 들어오지않고 다 고만고만해보여  아무데나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맛없고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타진과 쿠스쿠스를 먹는데 에어컨이 없는곳이라 너무 더워 힘이 들었다.

마을을 둘러보다 오래된 알카사바 ( 성채, 요새 등을 말함 )를 발견해서 10 dr 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니 감옥도 있고 탑에 전망대도 있다.

 

 

 

 

 

 

 

 

 

 

 

 

 

 

 

 

 

 

 

 

한낮에 차도 없이 걸어서 다니자니 너무 더워 이러다가는 더위를 먹겠다 싶어 둘러보니 호텔이 하나 눈에 띄었다. 들어가 보니 에어컨이 시원하게 작동을 하고 있었다. 진즉 눈에 띄었다면 점심 식사를 이곳에서 했을텐데...  바에서 차가운 음료를 시켜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쉬었다.

시장 구경을 좀 더 하고 맛있어 보이는 복숭아를 몇개 샀다. 탕헤르로 돌아가기 위해 CTM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걷다 행인에게 길을 물어보니 이 남자가 자세하게 길을 가르쳐주고 나서 갑자기 자신의 목에 난 상처를 보여주더니 자기가 아픈 사람이라면서 돈을 달라고 했다. 인상도 좋지않고 길에 아무도 없어 몇푼 집어주고 얼른 서둘러 걸었다. 사람들이 너무 뻔뻔하게 돈을 밝히고 요구하는게 정나미가 떨어지고 싫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시간도 넉넉하게 남고 저녁 식사도 하고 화장실도 갈 겸 근처에 유일하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내부도 지저분하고 음식도 비위생적으로 보였다. 설상가상 만들어다 준 닭고기는 덜익어서 비위가 확 상해 먹지를 못했다.

 

 

 

 

쉐프샤우엔 버스 터미널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빨간 모로코 드레스를 입은 중국인 같이 보이는 여자가 역시 중국어로 말을 걸어온다. 난 중국인이 아니야 ~ 라고 영어로 대답하자 쏘리 ~ 하더니 이것저것 물어왔다. 주로 단체 관광객만 보다 혼자 온 중국인 자유여행객을 보니 좀 신기했다. 그여자도 탕헤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7시 버스인데 30분을 넘겨 기다려도 버스는 오질않고...  정류장 사무실에 들어가서 문의를 하자 직원은 오히려 화를 낸다. 현지인들은 그리 심각한 표정이 아니고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느긋해 보이고 관광객들만 초조하고 답답한 표정들이다. 8시반이 되서야 그놈의 버스가 왔다.  왜 늦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건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사과하는 사람도 없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느라 화를 낼 기운도 없고 그저 버스가 와준 것에만 감사해야할 지경이다. 우린 미리 가서 대기한 탓에 두시간을 넘게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컨디션이 좋은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만하면 깨끗하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밤이라 오히려 추웠지만.

탕헤르에 도착한건 11시쯤.  버스 터미널에서 프티 택시를 흥정해서 호텔로 복귀해서 피곤한 하루를 접었다.

 

이제 다시 카사블랑카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모로코에 온 이래 처음으로 미터기를 켜는 택시 기사를 봤다. 반갑고 고마워서 미터에 나온 요금보다 조금 더 주었다.

이번엔 기차가 아예 40분 이상 늦게 출발을 했다. 카사블랑카에서는 출발은 정시에 했건만...

기차 특실은 세명씩 마주보고 앉는 6인실로 칸이 나뉘어 있는데 우리칸엔 덩치가 매우 큰 남자와 우리 외에 아이를 셋이나 동반한 모로코 여자가 타서 좁고 불편했다. 특히 막내는 아직 아기라서 유모차에 탄채 우리칸에 들어와서 커다란 우리 가방과 더불어 좌석을 매우 옹색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10살 정도인 큰 딸 아야와  예닐곱살된 아들 이리야스는 ( 말이 잘 안통해도 통성명은 했다 ㅎ) 계속 티격태격하며 시끄럽게 굴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큰딸 아야가 금붙이로 된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계속 뒤적대더니 못찾고 제 엄마한테 혼나고 두들겨 맞았다. 화가 몹시 난 아줌마는 소리 소리 지르고, 아이는 울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아야한테는 책갈피, 이리야스한테는 한국서 가져간 손선풍기를 주고 초컬릿도 주었다.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이 장난도 치고 자꾸 웃어준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아이들 엄마는 옆자리의 아저씨랑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목소리로 폭풍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계속 시끄럽고 불편했다. 카사블랑카 바로 전역에서 아이들 엄마는 내렸는데 네식구 모두 아무 인사도 없이 쌩하고 내려서 좀 황당했다. 놀아도 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별건 아니지만 선물도 줬건만...

카사블랑카에 도착해서는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아이 친한 형이 스타벅스 머그를 수집해서 카사의 머그를 사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해서 검색을 해보니 카사에서 제일 크다는 모로코 몰에 스타벅스가 있어 저녁도 먹고 구경도 할 겸 트램을 타고 그리로 갔다. 모로코 몰은 생각보다 멀었다. 현대식 트램을 타고 40분을 넘겨 도착한 역에서도 바닷가를 끼고 30분 가까이 걸어야 쇼핑몰에 도착했다. 태국식 식사를 하고 머그를 사고 구경을 좀 하다가 숙소로 귀환했다.

다음날은 다시 긴 비행을 거쳐 귀국. 카사블랑카 공항엔 pp 카드로 입장할 수 있는 라운지가 없었다 ㅠ

 

 

 

카사블랑카 시내 트램표

상당히 현대적이고 편리한 트램

모로코 몰을 가는 길에 본 바닷가

 

모로코 몰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석양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