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1. 23:40ㆍ유럽여행
새벽 6시 Lux Express 버스를 타려고 일찍부터 호텔을 나서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 터미널은 크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시설이 괜찮았다.
장거리 버스는 힘들까봐 다시 기차를 타려 했지만 뻬쩨스 도착시간이 너무 밤늦은 시간이라 부담스러워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막상 타보니 가격도 이만하면 착하고 ( 30유로 ) 버스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기차와 달리 국경 통과시 버스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는데 좀 시간이 걸리는 것 말고는 탈린 - 뻬쩨스 구간에선 가격 대비 좋은 교통수단이다.
뻬쩨스의 Baltic Station 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Yandex 택시 앱을 사용해봤다. 얼마 안있어 택시가 역 앞으로 와서 타고 호텔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호텔은 위치는 괜찮지만 방도 좁고 문제가 많았다. 인터넷 예약 사이트 사진에서 본 바와 달리 시설도 별로 안좋고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끌어올리는데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샤워실의 물도 잘 안내려가고 아침 식사도 부실하고 결정적으로 나쁜 것은 모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방안에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공포스러워서 잠들기가 무서울 정도여서 호텔 측에 컴플레인을 하자 전기 매트를 제공해주었지만 이놈의 모기들은 꿈쩍도 안했다. 우리가 때려잡은 모기가 족히 이십마리는 될거다 ㅠㅠ 두밤이나 이 호텔에서 자야하는데...
근처 슈퍼마켓과 약국, 쇼핑몰까지 모기 킬러를 사러 돌아다녔지만 시즌이 지나 모두들 없다고 해서 절망적이었다. 말이 안통하니 모기 살충제 또는 기피제라도 사보려고 구글 번역기에 쳐서 보여주면 다들 웃으며 없다고만...
탈린 버스 터미널
낮에 뻬쩨스에 도착
우리 숙소가 있고 가장 번화한 넵스키 대로
숙소에서 가장 가까워서 자주 이용한 지하철 역
어마어마한 깊이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처음 뻬쩨스 관광할 때 인상 깊었던 성 이삭성당, 카잔 성당을 한번씩 더 가보기로 했다.
성 이삭 성당은 내부가 화려하고 매우 웅장한 규모가 인상적이었고 벽화가 매우 아름다워서 다시 보고 싶었고, 카잔 성당은 매우 경건하고 실제로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의 형상이 유명한데 그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피의 구세주 성당은 내부 입장을 다시 하지는 않았고 외부에서만 보았는데 운하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성 이삭 성당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당한 흔적, 전쟁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일부러 수리하지않고 두었다고 한다
카잔 성당
피의 구세주 성당
아침 일찍부터 에르미따쥬 박물관을 관람하러 갔다.
에르미따쥬는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파리의 루블 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로마노프 왕조의 궁전 중 하나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궁전 한편에 자신의 미술 소장품을 모아놓은 것이 에르미따쥬 박물관의 시작이 되었다.
총 6개의 건물로 연결된 박물관엔 소장품이 약 300만점 이상 되는데 이 소장품을 모두 돌아보려면 1점 당 1분씩만 봐도 5년이 걸린다는 막대한 양이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블의 유물은 대개 식민지에서 강제로 약탈해온 반면 에르미따쥬의 소장 유물은 황실 소유나 개인 소장품이라고 하니 더 의미가 있다. 현재 1020여개의 방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라파엘로, 피카소, 고갱 등 명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늘 사람이 붐비니 신관으로 입장해서 그쪽을 먼저 보고 본관으로 이동하는게 좋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신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인터넷엔 친절하게도 시간 절약을 위해 몇층 어떤방에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지 설명해주고 꼭 봐야할 전시품 안내까지도 나와 있다. 대단한 우리 네티즌들... ㅎㅎ
에르미따쥬는 건물도 민트색 ( 본관 )으로 아름답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 찍기 더 힘들었던 유명한 공작새
예카트리나의 수많은 남자친구 중 하나가 선물했다는 시계인데, 특정 시간이 되면 꼬리 깃털이 펼쳐진다
작품이 너무 많아 관람하는데도 지치는데 사람들은 열심히도 사진들을 찍어댄다. 나도 따라서 몇장 찍어보다 포기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 힘들고 어찌나 넓은지 걷다가 다리가 아파 자주 쉬어야 했다. 그 와중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것도 모자라 전시품을 마구 만져보기까지 한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미술사학을 부전공으로 택해 공부한 딸아이는 분통을 터뜨린다. 사정없이 내리 쪼이는 햇빛, 습기, 관광객들의 카메라 플래시 노출, 유리판으로 막아야 하는데 그대로 노출된 전시물, 무분별한 관광객들의 터치.... 도대체 이 귀한 가치의 유물 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박물관이 어딨냐며 너무 안타까워 했다.
에르미따쥬 앞 궁전 광장으로 나가보니 오토바이 부대가 가득이다. 무슨 모임을 하는 모양인데 말이 안통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잠시후 그 많던 오토바이들이 거짓말 처럼 다 사라지고 광장은 조용해졌다.
궁전 광장
뻬쩨스는 곳곳에 운하가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돔 끄니기 ( 책방 )가 있는 싱거 빌딩, 2층 카페에서 바라보는 카잔 성당 모습이 멋지기로 유명해서 가봤더니 빈자리가 없다.
아래층 서적과 가념품 가게에서 기념품만 구입했다
점심 식사를 한 마켓플레이스, 먹고 싶은 음식을 담거나 만들어 달라고 한 후 계산하는 방식의 음식점
거리에서 학생들이 민속춤 공연을 하고 있었다
패스드푸드 체인 쩨레목
쩨레목의 간식거리
천정이 엄청나게 높은 지하철역
지하철 역사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
스타벅스 카페
러시아의 스타벅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해가 지고 있는 넵스키 대로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하면 낮에 떠나는 것과 사뭇 기분이 다르다.
아침부터 짐을 챙기고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움직일 땐 느끼지 못하는 여운이랄까, 종일 여행지와 이별하는 느낌... 그런 기분이 든다.
카페에 앉아 쉬며 사진을 보기도 하고, 지난 여행을 다시 추억해보기도 하고... 하나라도 더 봐야지 하는 초조한 관광객 모드는 사라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항으로 이동을 하면서 몇일 동안 정들었던 뻬쩨스와 제대로 안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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