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모로코 2 페스

2016. 7. 3. 13:21아프리카 外

 

 

페스 ( Fez , 페즈라고도 발음한다 ) 에서는 완전 자유 시간을 즐기거나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메디나 가이드 투어의 옵션이 있다.

페스의 골목은 엄청나게 좁고 꼬불꼬불 미로 같다는 얘기를 미리 들은지라 길을 잃고 헤매고 싶지는 않아서 가이드 투어를 택했다.  한낮엔 엄청 더우므로 가이드 투어의 시작은 매우 이른 시간인 아침 8시 15분 부터 시작됐다.

유럽이 암흑기를 맞고있던 중세 시대 모로코 왕국의 수도였던 페스는 인구가 10만명이 되며 이슬람 세계의 종교, 예술, 학문의 중심지가 되어 번영하였다.  구시가지 ( 9세기 ) , 신시가지  ( 13세기에 건설  ), 프렌치 쿼터 ( 20세기 ) 의 세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구시가지 메디나는 1200년전 옛 이슬람 왕조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좁고 곡선과 계단, 언덕으로 이루어진 미로와 같은 메디나의 골목길엔 수레조차 들어가기 힘들어서 차량의 진입은 아예 힘들다. 유일한 운송 수단은 당나귀나 노새 등이다.

이렇게 좁고 꼬불꼬불한 메디나는 외적이 대거 밀고 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용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적군이 침입하면 골목에서 게릴라 전법으로 막아내려는 의도이다.

 

 

 

출입은 할 수 없는 왕궁의 문

문의 디자인이나 장식이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왕궁 옆으로 이어지는 유대인 지역 멜라의 골목 풍경, 옛모습이 그대로이다.

유대인 거리, 1층은 상점이고 2층은 주거용이다.

젤라바를 입은 사람이 골목에 앉아 구걸을 하고있다

성벽 앞에 쁘띠 택시가 서있다. 미터기가 있긴 하지만 무용지물, 매번 흥정을 해야해서 골치 아프다.

 모로코 양식의 도자기와 모자이크 타일 공방에 들러 구경 ( 타진 그릇과 접시, 기념품 등을 쇼핑하는 시간 - 외국 투어에도 쇼핑 타임은 있다 )

 

일행 중  늘 말이 많은 데이지 ( 홍콩 출신 호주 사람이다 )가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화려한 그릇들을 보니 요리용이라기 보다 장식용으로 아주 조금 탐이 났으나 나하곤 먼거리의 얘기 ㅎㅎ 

 숙 ( 전통 재래 시장 )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좌측에 보인다

메디나의 모습

숙 ( Souk, 시장을 의미 )의 생선 가게, 사진 찍는걸 꺼리는 아저씨 몰래 찍어 사진이 흔들렸다 ㅠ

 

 

마두라사 ( 코란 스쿨 ), 시다 트리 ( 삼나무 ?) 공예가 아름답다

코란 스쿨 마두라사

페스의 현지 가이드, 설명도 잘하시고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분

좁은 골목에서 짐을 실은 당나귀를 만나면 " 발락발락 " 하고 소리친다. 조심하라는 뜻이란다.

나도 재미있어서 발락발락~  자주 외쳐봤다 ㅎㅎ

우연히 지나다 들어가본 유치원, 아랍권 아이들은 참 예쁘게 생겼다

  

 

 

골목이 어찌나 좁은지 한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 

카펫 가게 주인은 열심히 얘기를 하고 있지만 듣는 사람이 없다 ㅎㅎ

 

라마단 기간이라 시장에도 문을 닫은 집이 많고 사람들이 아주 붐비진 않았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 더운달 " 을 뜻하며 이슬람력 9월을 코란이 정한 신성한 달로 여기고 약 한달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금식을 한다. 해가 지고나서야 물과 음식을 먹는다. 물론 현지인 들 중에도 라마단 금식을 지키지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히 물조차도 마시지 않고 지키고 있으니 거리나 상점이 아무래도 좀 한산하다. 아무리 종교적인 이유로 금식을 한다지만 허기가 지고 목이 마르면 피곤해지고 예민해지는건 인지상정.  폴리나는 우리들에게 현지인 앞에서 가급적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 나라를 방문했으면 그나라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종교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우리 현지 가이드도 그 더위에 물 한모금 마시지않고 몇시간을 큰소리로 설명하고 걸어다니며 안내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일행중 인도에서 온 앤젤라라는 여자가 시장에서 커다란 빵을 사더니 손에 들고 걸어다니며 먹는게 아닌가. 늘 투덜대기도 잘하고 어이없는 행동을 잘해서 그렇지 않아도 밉상이었는데 아주 눈살이 찌푸려졌다. 보다못한 폴리나가 빵을 먹더라도 차에서 보이지않게 먹으라고 주의를 주자 대뜸 " Why ? " 한다 ㅠㅠ  사진 찍히는걸 싫어하는 현지인들의 사진을 대놓고 찍고 그사람이 화를 내며 항의하면 또 " Why ? " 해버리고.  아주 개념이라곤 없는 사람 같이 보인다.

좁은 미로와 같은 골목을 수도 없이 돌아다니며 메디나를 누볐다. 가이드가 있으니 믿거라 하는 마음으로 따라다녀 더했겠지만 솔직히 가이드가 없었다면 어디가 어딘지 정신을 바짝 차려도 도저히 찾기 힘들었을게다. 9천개가 넘는 골목이 있다는 페스에서는 지도가 별 소용이 없고 길을 잃고 헤매는 걸 오히려 즐기라는 얘기들을 할 정도이다. 

카펫 가게에 들어가 주인의 장황한 설명을 들어주고 민트티를 한잔 얻어 마셨다. 가게 주인은 카펫 파는 것보다 영어로 연설 (?) 하는게 더 신나는 것 같이 느껴졌다 ㅋ

 

다음은 페스 관광의 하일라이트 전통 가죽염색 공장 ( Tannery ) 방문이다. 가죽을 염색하고 손질해서 말리고 다시 염색하고 말리고 ...  수작업을 반복하는 이곳에서는 1000년전의 방식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천연 염색을 한다고 한다. 가죽을 먼저 석회 처리해서 부드럽게 하고 여러 식물의 꽃과 비둘기 등의 배설물을 사용해서 염색을 하므로 악취가 진동을 한다. 건물의 윗층 테라스에서 이 염색 작업을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워낙 인기가 높아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다. 가이드는 우리한테 민트 잎을 나누어 주면서 코에 대고 있으면 악취를 참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했다.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나면 가죽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어져 우리 일행들도 몇가지 사는 눈치이다.

 

 

 

이 더위에 모든걸 수작업으로 한다

 

흰 웅덩이 쪽에선 석회 처리를 해서 가죽을 부드럽게 한다

아직 어려보이는 아이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어리광 부리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거나 학교에 가서 공부할 나이인데...

 

 

 

악취 때문에 민트 잎을 열심히 들고 다녔다

 

 

태너리 방문을 끝내고 메디나를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가서 풍경을 감상하고 숙소로 귀환했다. 아직 시차도 적응이 안되서 피곤한데다 더위에 가이드를 열심히 쫓아다니며 제법 많이 걸은게  힘들어서 오후 내내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에 근처 까르푸에 가서 간식도 사고 저녁식사도 했다.  

 

 

 

 

페스 가이드와 한컷, 헤어지며 주머니 속에 있던 홍삼 캔디를 드렸더니 와이프와 함께 먹겠다며 즐거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