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월 중국 서북부 비경 2 바단지린 사막

2015. 8. 9. 20:47아시아권


셋째날

네이멍구 자치구 ( 內蒙古 自治區 ) 의 바단지린 ( 巴丹吉林 )사막으로 가는날이다. 언제나 중국 여행에선 입맛이 맞지않았다고 살짝 걱정했던 바와 달리 아침식사마저도 왕성하게 먹어치우고 있는 나 ㅠㅠ

작은 가방에 일박만 할 짐을 챙겨 버스로 한시간반 정도 이동하니 사막이 나온다. 이동중 폐허가 된 마을에 낡은 공장 건물이 보인다. 염호에서 소금을 채취해서 가공하는 공장인데 공장이 망하자 마을의 주민들이 거의 다 떠나고 유령마을이 되어 있었다. 아유치에 도착해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짚차에 4명씩 나누어 타고 다시 한시간 정도 이동을 했다. 우리 짚차엔 우리 부부와 다른 부부가 배정이 되어 우린 미리 합의를 했다. 무조건 한번씩 쉴 때마다 자리를 바꿔 돌아가며 앉기로 해서 뒷자리의 불편함을 나누기로 했다. 함께한 부부의 남편되시는 분이 중국과 사업을 오래 하신 관계로 중국어를 하셔서 짚차 기사와 인사도 나누었다. 순박해보이는 얼굴을 한 멍씨 성의 기사를  우린 멍쓰부라 불렀다. 

말 그대로 오프로드의 사막길. 모래의 둔덕을 오르내리며 신이 나기 시작한다.

바단호라는 커다란 담수호가 나오고 거대한 징키스칸 조각상이 보인다.  호숫가에 커다란 건물이 있어 들어가니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이미 한시간의 이동으로 멀미를 해서 얼굴이 노랗게 질린 사람들도 있었다. 식사도 포기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멀미를 안하는 내 체질이 고맙게 느껴졌다.

식사후 호숫가와 사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이동은 꽤 장시간이 되고 길이 험해 멀미 예방 차원에서 소화를 시키라는 의도였다.

 

 

 

 

 

사막에서 우리가 탔던 지프차

 

다른 부부와 우리 지프의 기사 멍쓰부와 함께

 

 

담수호인 바단호가 보인다

징키스칸 상을 뒤에 배경으로 두고

 

 

 여러개의 호수가 있는 바란지린 사막은 참으로 아름답다

 

 

 


더 사막 깊숙히 들어가기 위해 출발.

지금까지의 이동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길이 훨씬 험하고 높낮이가 변화무쌍했다. 짚차는 꽤 자주 쉬어주며 멀미도 진정시켜주고 사진도 자주 찍게 해주었다. 창밖에 끝었이 펼쳐진 사막은 눈과 가슴을 벅차게 해주었고,  온몸에 전해지는 진동은 숨어있던 모험심과 열정을 일깨웠다.

진심으로 즐겼다. 어린아이처럼 소리도 지르고 차의 흔들림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남편은 시간이 갈수록 멀미가 나서 힘들어하는데 미안하게도 난 좀더 신나게 달려도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고 또 즐거웠다.

수년전 이집트에서 가본 시와 사막이 너무 좋아 사막이 무조건 좋아졌는데 그때는 고작 두어시간도 채 못달렸었는데, 이번엔 정말 사막을 실컷 달려봤다.

묘해자 오아시스 등 몇개의 염호를 구경했고  에베레스비루트라는 해발 1167 미터나 되는 높은 모래산은 그저 밑에서만 감상했다.

꽤나 높은 모래언덕에 도달하자 몇대의 짚차 기사들이 위험천만해 보이는 아슬아슬한 운전실력을 보여주어 한참을 구경했다. 오프로드 경주에 참가하려고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우린 비료푸대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보았는데 비가 잠시 내렸던 탓에 모래에 습기가 있어 잘 미끄러지지 않았다. 비가 내려 먼지가 심하게 날리지않은 장점이 있는가 하면 슬라이드는 즐길 수 없는 단점이 있네...  한가지가 좋으면 한가지는 포기하는게 공평한거지.

숙소인 청해자 오아시스까지 서너시간을 놀며 달리며 가보니 민가가 두어채 있고 놀랍게도 호숫가에 라마교 사원도 있었다.

식사 때까지 잠시 사원에 산책을 가는 사람들. 남편이 멀미에 지쳐 힘들어했고 나도 힘들어서 멀찍이서 사진만 두어장 찍고 말았다.

 

 

 

 

 

 

 

 

 아슬아슬 곡예 운전을 하는 기사들

어린 아이들 처럼 비료 푸대 타기 놀이를 했다

조선족 현지 가이드 국평씨는 엄청난 높이의 점프를 했다. 역시 젊은 피는 다르다 ㅎㅎ

 

 

 

사막 모래에 바퀴가 빠져버려 모래를 파내느라 낑낑거리고 있는 운전기사들

 

우리 숙소 근처 청해자 호수

 

 

 

숙소는 몽골식 게르 모양의 방갈로였다. 달랑 침대 두개 외엔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숙소지만 이렇듯 깊숙한 사막 한가운데 이런 시설이 있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물이 귀하니 물휴지를 준비하라해서 잔뜩 준비해갔는데 고맙게도 게르들 사이 한가운데 마당의 간이 수도시설에선 찬물이나마 시원스럽게 나와주었다.

화장실은 5분은 족히 걸어가야 하는 외진곳에 있었는데 두명씩 사이좋게 들어가는 구조로 완벽한 푸세식이었다.

저녁식사는 가이드가 된장과 커피를 넣어 제대로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쌈장과 새우젓까지 찍어먹는 놀라운 메뉴였다. 밥과 김치, 매실 장아찌, 깻잎...이게 정녕 중국의 사막 한가운데서 먹은 식사란 말인가 ㅎㅎ

해가 매우 늦게 지므로 저녁 식사후 일몰을 보러갔다. 추워질까봐 겉옷과 스카프를 챙겼다. 차로 15분 쯤 이동해서 일몰을 볼 수있는 언덕으로 가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날씨가 사나워지더니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기예보에선 가벼운 황사까지 있을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춥기도 하고 모래바람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도 않고 일몰 구경은 포기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모래바람이 조금 잦아 들었다.


잠깐 공동 샤워실에서 샤워도 할 수 있게 해줬는데 밸브가 잘못 됐는지 뜨거운 물만 나와서 샤워는 실패. 남부럽지않게 씻은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ㅠㅠ 입안에서도 모래가 버석버석 씹힐 정도니 온몸이 모래투성이지만 할 수 없지 , 그저 세수에 양치질만으로 만족할 밖에.

작은 기타까지 준비해온 가이드의 열성이 놀라웠다. 덕분에 우린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포크송을 합창하며 즐거워 했다.

전기는 10시까지만 주는게 원칙이었지만 우리가 즐겁게 노느라 한시간 연장 ( 주인과 모종의 딜이 있었다 한다 ) 해서 11시에 끊어졌다. 밤중에 랜턴을 들고 화장실을 가다 무서워서 길 옆 풀섶에서 몰래 실례.  그러나 전기가 하나 없는 밤중엔 완전 범죄가 가능했다.

게르로 자러 들어가기 전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어느새 날씨가 개어 별이 저리도 잘보이니 변화무쌍한 사막의 날씨가 신기하다.


넷째날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낯선 게르에서 자다보니 훨씬 일찍 잠이 깼다. 자는 남편을 깨워 화장실에 가자했다. 남편은 쏟아지는 별빛에 매우 감동을 했다. 서울서 자라 은하수를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며 좋아해서 나도 흐뭇했다.

화장실의 묘한 구조 덕에 결혼후 처음으로 동시에 볼일을 봤다는...ㅋㅋ( 너무 캄캄하니 무서워서 도저히 혼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아직 깜깜한데 대충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차에 미리 실어놓고 아침 식사를 했다. 늘 먹는 중국빵과 삶은 계란, 죽이 나왔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일행중 한분이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낯빛이 흙빛이 되어 허둥지둥 찾아다니고 있다. 숙소 주인한테 물어봐도 모르겠다 하고 우리도 함께 찾아봤지만 없었다. 모두들 걱정이 되어 분위기가 다운됐는데 그분이 가지고 다니던 작은 가방 깊숙한 곳에서 고녀석이 나와주었다.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그분은 일동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숙소 주인한테도 사과를 했고 다시 기분좋게 일출을 보러 출발할 수 있었다.

묘해자의 일출 포인트로 이동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모두들 마치 태어나서 처음 해를 맞이 하는듯 간절하고 경건하게 기다리는 눈치다. 여행을 다니며 대자연과 접하면 저절로 겸손해지고 , 어머니 자연이 보여주는 장관에 아이처럼 순수하게 감동을 하고 감사하게 된다.

감탄하고 기뻐하고 즐기고... 그저 단순하게...

사막의 일출은 바다나 산에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준다.

단정하고 고운 모래 능선에 비춰지는 태양의 빛은 바다의 그것처럼 끓어오르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고요한 감동이 전해진다.

 

 

 

 

 

 

 

해가 뜨자 밤새 모래 언덕을 지나간 바람의 흔적이 보인다

비록 작은 벌레이지만 사막에서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생명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일출의 감동을 충분히 즐긴후 다시 길을 떠났다. 어제 들어온 길과 다른 방향을 택해 사막을 구경하며 나가기로 했다. 몇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을 구경하느라 자주 쉬었다.

오늘도 길은 매우 험하므로 챙겨간 멀미약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주 쉬었으니 망정이지 멀미를 좀처럼 하지않고 흔들리는 차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즐겼던 나도 나중엔 좀 메슥메슥할 지경이었다.

바단지린 사막은 네이멍구 자치구에 속한 사막으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사막이며 중국판 내셔널 지오그래픽격인  ` 중국국가지리 ' 가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1 위란다. 신기하게도 높은 사구의 사이에 100 개의 호수가 있으며 , 텅거리, 우란부허 사막과 더불어 아라산 사막 ( 阿拉善 砂漠 ) 을 이루고 있는데 더 큰 개념으로 보면 고비 사막의 한자락이 된다.

한참을 이동하다 커다란 사구 앞에서 또 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 낙타다 ! " 하고 소리 질러 우르르 달려가 보니 사구 아래편으로 낙타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다 멈춰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 연출해준 것 처럼 한동안 우리의 사진 모델이 되어준 고마운 녀석들. 고운 선의 모래 언덕과 몇마리의 낙타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

메르스의 공포와 아픔 따윈 단박에 날려버린 낙타와의 반가운 조우였다.  

 

 

 

 

 

 

 

 

 

 

 

 

 

 

 

 

또다시 짚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가는데 앞차에서 떨어뜨린 깃발을 발견한 멍쓰부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그러나 이내 옆으로 비켜서 달렸고 뒤이어 따라온 차도 속도를 줄였는데 하필 모래 언덕을 올라오자마자 갑자기 속도를 줄여서 맨뒤에 오던 차가 언덕위를 보지못해 추돌 사고가 나버렸다.

꽝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보니 범퍼가 찌그러지고 꽤 충격이 갔겠다 싶어 걱정이 되었다.

투어가 끝나가는 시간이어서 모두들 방심했던 것이다.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 사고경위를 살피니 사고를 당한 앞차에 타고 계시던 분이 뒷목과 머리에 충격을 받아 힘들어 하고 계셨다. 가이드와 인솔자는 놀라서 그분을 따로 차에 태우고 가까운 도시의 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고 씨티 촬영을 하게 했다.

우린 병원 근처 식당으로 이동을 해서 점심식사를 하며 진찰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별 이상이 없다는 반가운 결과를 가지고 일행에 복귀하신 그분께 환영의 박수를 보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