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2. 10:02ㆍ아프리카 外
새벽 두시반에 모닝콜, 세시반에 출발이란다. 뭐 이런 시간이 다 있는가... 친구들과 하와이가서 할레아칼라 일출 보겠다고 세시부터 일어난 것보다 더 이른 시간.
아부심벨은 이집트 최남단에 위치하여 아스완에서 사막 고속도로로 220 Km를 더 가야하는데 수단과 국경이 불과 65 Km 밖에 떨어져 있지않으므로 이집트 정부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무장한 관광 경찰들이
관광객들을 모아 앞 뒤에서 호위하고 각 버스마다 무장 경찰들이 나누어 함께 타고 가는 콘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세시반에 고속도로 입구에 집결한 후 버스들이 다 모이면 관광객들을 등록하고 출발하는것이다.
거의 네시가 다되어 출발했다. 우리 버스에도 두명의 경찰이 탑승했다.
성수기엔 약 500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단촐했다.
약 세시간 동안을 중간에 쉬지않고 달려가므로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질까봐 음료 종류는 많이 마시지 않았다. 그래도 따끈한 커피 생각은 간절하여 보온병이나 텀블러를 챙겨온
사람들이 부러웠다.
밖이 캄캄한데 잠은 오질않고 왠일인지 하늘엔 별도 보이지않았다.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여 한참을 달리니 동이 트고 있었다. 창밖엔 온통 황량한 사막만 펼쳐져 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사막의 일출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드디어 도착.
막상 도착하니 그래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아무래도 이집트 여행의 최대 하일라이트 중의 하나이니
그렇겠지.
아스완 댐 건설로 생긴 거대한 나세르 호수를 앞에 두고 거대한 아부심벨 대신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6시 밖에 되지않았는데 벌써 태양의 위력은 시작되었다.
거대한 바위 언덕을 파서 대신전과 소신전을 지었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원래는 이 신전들의 위치가 지금보다 약 70 미터 정도 더 낮은 곳이었는데 아스완 댐 건설로 수장될 위기에
놓여 유네스코의 주도하에 세계적인 모금을 해서 10년에 걸쳐 이전 복원했다. 약 1000 여개의 블럭으로 잘라
이전해서 복원하는 방식이었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고 세월도 오래 걸렸다.
차창에 대고 찍은 사막의 일출 사진
아부심벨 대신전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상이 4개나 정면에 서있다
무너져내린 머리 부분을 그대로 이전 복원했다
신전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B.C 1200년 무렵 신왕국 제 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는 무려 67년 동안이나 재위하면서 고대
이집트의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한 걸출한 왕이었다. 해외 원정을 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수많은 신전을 건축했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신성시하게 하려고 자신의 모습을 거대한 상으로 만들어 신전에 세워놓기를 즐겼다.
그중 가장 유명하고 큰 신전인 아부심벨은 람세스 2세 자신을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
으로 큰 돌산을 깎아 입구를 만들고 그 속을 파서 만든 거대한 암굴 신전이다.
신전 정면에 상, 하 이집트를 상징하는 이중관을 쓴 자신의 상을 4개나 세워놓고 거상의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아 시선마저도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자와 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4개의 상 중 좌측에서 두번째
상은 머리가 땅에 굴러 있는데 복원하지않고 그대로 둔 모습이 흥미로웠다.
신전의 기둥이나 벽에는 람세스 2세의 위대한 업적을 표현하는 내용이 가득차 있다. 특히 시리아의 지배권을
놓고 히타이트와 벌어진 카데시 전투의 모습이 자세히 기록이 되어있는데 이는 기록으로 남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투라고 한다. 이 전투는 승패가 갈리지않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평화조약인 카데시조약을 이루어
내었다. 포로들의 모습이나 람세스 자신이 직접 전투에 참여해 적을 제압하는 모습 등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
되어 있었다.
신전 가장 안쪽엔 지성소가 있고 그안엔 세명의 국가신 ( 태양신 아문, 라 호르아크티, 어둠의 신 프타 )의
신상과 람세스 2세 자신의 상을 나란히 세워 자신이 살아있는 신임을 과시했다. 게다가 불가사의한 것은
매년 자신의 탄신일과 즉위한 날 이렇게 두번씩 새벽에 입구로 들어온 태양빛이 람세스 2세와 두 태양신을
차례로 20분씩 비치며 마지막의 어둠의 신 프타의 신상엔 빛이 비치지 않도록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신비스런 설계와 건축이 가능한 것인지...
댐 건설로 대신전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설계 착오로 이제는 하루 늦게 태양빛의 기적이 일어난다니 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건축 설계술이 현대의 과학을 능가하지않는가.
소신전
소신전의 정면엔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 왕비의 입상을 두었다
소신전 정면에 있는 람세스 2세의 상
소신전 정면에 있는 이시스 여신의 모습을 한 네페르타리의 상
아부심벨의 소신전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지은 신전으로 여왕 중 가장 아름답고 정숙
하고 우아하며 지혜로운 왕비로 묘사되며 왕의 왕비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다고 한다.
람세스 2세의 상과 네페르타리를 사랑과 기쁨의 여신인 하토르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한 상이 입구에
세워져 있다. 다른 고대 이집트의 왕비 상은 왕의 무릎 아래의 높이로 세워진 데 반해 이 관례를 깨고
동등한 크기와 높이로 세워져 있어 왕비에 대한 왕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가 엿보였다.
신전 내부엔 하토르 여신의 모습이 많이 보였고 전쟁의 모습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또한 오시리스의 부인이고 호루스 신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시스 여신의 모습도 묘사가 되어 있었다. 행복,
아름다움, 음악, 어머니의 상징인 이 여신은 황소의 귀를 가진 것으로 묘사가 되며 부조에 채색이 되어
있는데 보존 상태가 좋아 아직도 채색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게 신비했다. 하토르 여신은 황소로
묘사되고 이시스와 거의 동등하게 간주되고 가끔 동일시 되기도 한다.
역시 신전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외부의 사진 몇장만 찍은게 많이 아쉬웠지만 조금이라도 훼손을
방지하겠다는데야...
사방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신전이 놀라웠고 그 신전을 건축하게 한 파라오의
권력과 엄청난 재력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중장비 하나 없이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바위산을 깎아내고
돌을 날라 이런 규모의 건축물을 지어내다니...
끝없는 권력과 과시욕에 스러져간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허망하고 애달프다. 재위기간이 아주 길었던
람세스 2세가 이집트 전역에 세운 건축물이 가장 많으며 그 건축물들은 모두 자신을 신격화하고 권력을 과시
하기위한 업적물이었다. 물론 수많은 백성들의 희생을 밑바탕으로 삼은것이었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 그 덕분에 우린 현세에서도 수많은 유적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그러나...
저 화려했고 위대했던 파라오의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초라하고 남루한 후손들은 관광객들의 팁에
비굴한 웃음을 팔며 살아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자 뒤에 선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삶은
서럽고 고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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