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9. 19:45ㆍ남미여행
9월 30일 목
아침 일찍 준비하고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챙겨 픽업나온 운전기사를 만났다.
이곳에선 미니 트럭이 대세인가 오늘도 미니트럭이다.
산페드로 마을에서 깔라마 공항으로 이동하여 칠레 국내선 항공기로 산티아고로 이동하는거다.
산티아고는 칠레의 수도로 집으로 돌아오려면 국제공항이 있는 산티아고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도 서울
까지는 너무 먼 여정이라 산티아고에서도 하루는 쉬기로 했다.
산페드로에서 깔라마로 가는 길은 누렇게 탈색된 잡초만 아주 가끔 눈에 띌 뿐 그야말로 황량한
사막과 구릉지대에 길만 나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태양은 사정없이 작열했고 역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사막답게 생물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공항으로 이동 중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남아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작은 공항이라 검색대 안쪽엔 아무것도 없고 차가운 의자만 있었다. 어찌나 을씨년스럽든지...
뜨거운 커피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도시락을 열어보니 샌드위치, 쥬스, 요거트 등이었다. 털외투와 겨울 코트를 입은 입은 사람들도 꽤 눈에
띌만큼 날씨는 차가웠다.
두시간 정도 걸려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시내에 예약되어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칠레 페소를 전혀 환전해놓지않아 미국달러로 계산을 하자 거스름돈은 페소로 내주는데 얼핏 계산해보니
팁을 알아서 뺀듯하다.
호텔에 체크인하며 비행기 시간이 늦으니 Late check-out 을 부탁했다. 세시까지로 허락을 받고
미리 찾아둔 한국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했다.
산티아고의 지하철역 표시
또 택시를 타자는 남편을 설득해 지하철을 타러갔다. 물가가 비싼 칠레인지라 택시비도 비쌌다.
산티아고의 지하철도 꽤 깨끗하고 연결이 편리했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이 훨씬 더 규모가 크고 편리하지만.
한국식당이 있는 거리를 찾아가보니 동대문시장이나 재래시장 동네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으로
한인슈퍼와 한인옷가게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먹고싶었던 된장찌개와 불고기를 주문했다. 그동안 고기는 많이 먹었지만 우리 양념으로 잰 불고기가 훨씬
입에 맞았다.
돌아오는 길에 환전소에서 약간의 돈을 환전했다.
남편은 고도가 Sea-Level 로 다시 내려오고 깨끗한 거리, 안락한 호텔이 있는 문명사회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편안하다고 했지만 난 불편하고 힘들었던 사막여행이 끝나버린게 안심이 되면서도 아쉬운
묘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우린 지쳤고 어느 대도시에나 있는 비슷비슷한 공원, 언덕, 광장, 성당.... 등을 패스하기로 했다.
그런것들을 보러 가봤자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지도 않고 내일부터 이틀동안 서울까지 살인적인 비행
스케줄이 마음을 무겁게해서 무조건 잘 쉬기로 했다.
호텔룸에서 내려다 본 산티아고 시내
10월 1일 금
그래도 마냥 쉬기만 하기엔 너무 심심했다. 멀리 가진말고 가까운 시내만 구경 하자고 호텔을 나섰다.
와인 전문점에 가면 항공운반에 적합하게 깨지지않도록 잘 포장해준다는 말이 생각나 와인도 구경
해보기로 했다.
작은 광장이나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호텔 근처 대학의 학생들을 구경하며 잠시 걸었다.
산티아고 시내엔 버스 두개를 이어 붙여 만든 굴절 버스가 인상적이다. 저렇게 긴데 어찌 운전을 하는지...
한 대학 앞에서 찍은 굴절버스의 뒷부분
대학 앞의 작은 광장.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림도 그리고 얘기하고있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아름다운 거리
작은 공원 앞에서
대학 앞에서
그러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바로 와인 전문점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영어가 조금이라도 통할 것 같은
대학생을 잡고 물었다.
한아이가 우리가 와인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외국인들이 잘가는 예쁜 카페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르쳐주었다.
그곳을 구경하다가 다른 학생에게 물어보니 아주 실용적인 충고를 해주었다. 슈퍼마켓에 가면 와인
종류도 많고 값도 훨씬싸다는 거다.
사실 선물할 것도 아닌데 그럴듯했다. 근처 슈퍼마켓으로 갔다. 과연 와인 수출대국답게 동네 슈퍼에도
와인의 종류가 아주 많고 가격도 쌌다.
두병을 고르고 물과 당장 먹을 탄져린 ( 귤 종류 )을 조금 담았다. 계산대의 점원은 과일을 무게를
달아오지 않았다고 직접 들고가서 달았다.
" Sorry " 그 여자 캐셔는 내 말을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스페인어로 미안해가 뭐였더라... 생각이 나지않았다.
메고 있던 가방을 뒤적여 수첩에 메모해두었던걸 컨닝하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 Lo siento " 그제서야 캐셔는 환하게 웃었고 내 뒤에 줄서있던 아저씨도 웃었다.
외국인이 몰라서 실수를 했고 말이 안통하자 메모를 찾아서라도 사과하는 모습이 귀엽게 ( ? ) 보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벽은 의외로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작은 노력과 진심으로 말이다.
점심을 먹으러 호텔 바로 옆 칠레 식당을 갔다. 책에서 봤던 메뉴가 있길래 두개를 시켰더니 남은
페소로는 한참 모자랐다.
따로 투어 계획도 없었고 마지막 여행지라 환전을 제대로 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식당 역시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할수없이 지갑 속의 미국달러를 보여주자 고개를 저었다.
다시 신용카드를 보여주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꼭 우리나라 삼계탕 같은 푹익힌 닭고기 국물과 (감자 , 단호박도 들어있다 ) 칠레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계란 프라이를 두개나 얹은 쇠고기 스테이크 ( 감자튀김 포함 )를 시켜 나누어
먹었다.
역시 바디 랭귀지는 어디서나 통한다.
그래도 이번 여행동안 단어 몇개는 익혀서 떠듬떠듬 급한대로 써먹었다.
호텔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미리 섭외해둔 합승밴을 기다리는데 로비가 시끌시끌하다.
삼십여명이 넘어보이는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 단체 여행객이 와있었다. 자기 소개도 하고 피스코샤워도
마시고 들떠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 때문에 너무 미리 나선 탓이다.
우리가 타야할 델타항공은 카운터를 오픈하지도 않았다.
정말 할일이 없어 공항 벤치에 앉아 사람구경을 했다. 랩으로 가방을 칭칭 감싼 사람이 있어 이상하게
여겼더니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가 공항에 입점해 있는게 아닌가.
가방이 더러워지는 것도 방지하고, 도난도 방지하고, 마약등을 몰래 밀어넣는 것도 방지하는건데 우리나라
돈으로 14000원 가량 하는 그 서비스를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산티아고 공항은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있었는데 업무는 그대로 보면서 하는지라 아주 어수선했다.
규모도 한나라의 수도에 있는 국제공항치고는 작은 편이다.
겨우 델타항공이 오픈되고 우리도 체크인하기전 자물쇠로 가방을 잠그어보았다.
산티아고 공항의 설치 미술 작품 - 가방을 이용한 재밌는 미술작품.
칠레 산티아고 --> 미국 아틀란타 ( 10시간 ) --> 동경 ( 14시간 반 ) --> 인천 ( 2시간 )
이것이 10월 1일 저녁 8시 부터 시작해서 10월3일 밤10시 까지의 여정이다.
또 미국 국적기를 타는데다 미국 본토를 경유하는지라 한바탕 호들갑스런 몸수색을 당하고 탑승을 했다.
처음 남미로 왔을 땐 아틀란타에서 리마까지 6시간 걸렸으나 어느새 꽤 긴거리를 남하했나보다.
4시간이나 더 걸려서 아틀란타로 돌아가고 있으니.
아틀란타 공항에 도착한건 현지 시간으로 새벽 6시였고 또 지문 확인에 홍채 검사, 엑스레이 투시기
통과를 당하고서 입국이 허용되었다.
단지 환승만 하는건데도 이 귀찮은 짓을 또 해야하는게 너무 못마땅하지만 직항이 없으니 별 수 없다.
환승까진 약 6시간 공항 대기였다.
너무 지겨워서 라운지도 찾아 다니고 공항내를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다. 워낙 넓은 공항이라 각 청사
사이를 모노레일로 연결해놓았는데 나중엔 공항의 모든 청사를 환하게 꿰뚫을 정도였다.
동경 나리따 공항에 도착했을 땐 파김치가 되어 버렸고 샤워를 못해 너무 괴롭던 차에 공항 내에 샤워
시설이 있어 1인당 7불씩 주고 샤워를 하고나니 좀 나아졌다.
동경에 오니 여기저기 한국말이 많이 들린다. 면세점에도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아 집이 그립다, 이번 여행은 너무 힘들었어 어쩌구 하는 말쑥한 차림의 여행객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보다는 덜 힘들었을걸 하며 혼자 피식 웃어본다.
p.s. 집으로 돌아와 몇일은 멍하게 보내고나서 채 정리도 하지않은 가방들을 보니
누런 흙먼지가 여전히 묻어있었다.
힘들기도했고 나름 뿌듯하기도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먼지를 닦아냈지만
이상하게도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지않았다.
아니 오랜시간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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