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9. 19:44ㆍ남미여행
오후 3시 호텔로비에서 여행사의 픽업을 기다렸다. 우리 말고도 몇팀이 투어를 기다리는 눈치다.
거의 20분 가까이 늦게 나타난 가이드는 영어 발음이 아주 세련된 백인이었다.
차에 개스를 넣느라 늦었다며 사과를 했다.
이 지역은 산페드로 데 아따카마 국립공원이고 그중 우린 달의 계곡 투어 ( Valle de la Luna ) 를
하기로 했다. 역시 우리 두명만 하는 개인 투어였다.
산페드로 마을에서 약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볼리비아 라파스에도 달의 계곡이 있었다. 그곳이 소형 계곡이었다면 이곳은 규모가 훨씬 커서 약 2Km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한다.
달의 계곡 입구
가이드는 이 지역의 지형이 생기게 된 지질학적인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이곳 역시 화산의 활발한 움직임과 폭발로 인해 바다 밑의 땅이 솟아올라 생긴 곳이고 그래서
여기저기 소금의 결정이 보인다고 했다.
머나먼 옛날 남극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은 한덩어리였지만 화산이 폭발하고 해저의 땅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분리된거라고 한다.
차가운 해수의 흐름이 남극 쪽에서 칠레 앞 바다로 흘러 중부 연안에서도 펭귄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어준다 .
이 해수의 흐름과 함께 태평양에서 부는 바람도 이곳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근처에 보이는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라는데 높이가 5960 미터나 되고 수년전에도
화산재가 심하게 나왔지만 태평양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화산재가 모두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자기네는 No Problem 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당시 아르헨티나는 일주일 이상 비행기도 캔슬되고 문제가 심각했으나 칠레엔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공해도 모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 덕에 다 아르헨티나로 날아간단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아따카마 사막은 일교차가 아주 심해서 낮동안 뜨거운 햇빛이 내리쪼이면
바위속의 소금결정이 높은 온도 때문에 팽창이 되었다가 밤엔 다시 수축되어 이를 반복하다가 부서져서
무너져 내린 곳이 여기저기 있다.
그래서 밤엔 위험하므로 접근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무너진 돌더미 밑에 아르헨티나 관광객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농담하며 눈을 찡긋거리는 가이드를 보니 앙숙인 두 나라간의 경쟁심, 라이벌
의식이 느껴졌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고 아직도 활동중인 활화산을 가진 칠레는 불과 몇년전에도 강도 8.6의 강진이
있었고 몇십년전엔 강도 9.5 나 되는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걸어다니며 바위 사이의 소금 결정도 보고 멀리 높은 사구 ( 모래언덕 )도 구경했다.
소금 결정의 작용과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 때문에 기묘하고 특이한 모양의 지형이 생겨나 아주 장관이다.
뒤로 보이는 듄 ( 모래 언덕 )은 한번 밟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최근 몇년전부터는 올라가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아득한 모래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오는 사람들. 우리는 밑에서만 감상했다.
조금씩 색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계곡의 모습
유명하다는 바위. 세개의 기도하는 마리아 ( Tres Marias )
건조한 사막이라 동물이 없을 듯 했다. 포유류나 곤충은 없고 매, 부엉이 등 여섯 종류의 새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근처에 보이는 활화산인 리칸카부르 화산 ( 5960 미터 )에서는 정상에서 세명의 미이라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미이라들은 젊은 잉카의 왕족으로 추정되고 아마도 신에게 바치는 공양으로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이라 얘기가 나와 이 지역에서 발견된 미이라에 대한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나 물어보았더니 약
2,000년 된 미이라인데 여성이며 머리카락, 눈썹 심지어는 살점까지도 붙어있는 보존이 잘된 미이라로
박물관에 전시되었는데 그 후손이 여러사람이 보는게 싫다고 다시 모셔갔다고 한다.
가이드는 잠시 우리를 죽음의 계곡 ( Death Valey )로 데려가 주었다. 달의 계곡이나 죽음의 계곡이라고
명명된 것도 처음 벨기에의 선교사가 이곳 원주민의 언어를 오해하여 잘못 붙여진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곳의 느낌은 미국 데쓰밸리보다는 그랜드캐년 쪽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데쓰밸리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있는 느낌이다.
영어가 유창하다고 칭찬해주자 가이드는 남들이 자기더러 영국식 액센트를 가졌다고 한다고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가자 다시 달의 계곡으로 돌아가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일몰의 순간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어제밤 같은 사막 호텔에서 묵었던 히피 같은 차림새의 노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독일에서 왔다고 했다. 은근히 반가웠다.
홍콩에서 왔다는 젊은 여자가 같은 동양인이라 반갑다며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도 했다.
다들 자연과 일몰의 아름다움에 취해 너그러워지고 착해지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자 그 일대의 모래언덕이나 계곡의 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냥 붉은 빛도 아니고 조금씩 채도와 명도를 달리하는 변화를 ,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사방의 장관을
놓치기 싫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겼다.
이순간 만큼은 나도 고소 공포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걸터앉아 저무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젊고 용감한 여행자들한테
맹렬한 질투를 느꼈다.
저 바위 끝에 다가서면 그 아름다움이 더 잘 보일텐데... 내 발끝은 얼어붙어 그만 멈춰버린다.
어둠이 찾아오자 바람이 심하게 불고 무척 추워졌다.
호텔로 돌아와 고산지대에서 무사히 내려온걸 자축하며 ( 그래도 여전히 2600 미터로 백두산과 거의
맞먹는 높이다 ) 연어회 샐러드, 스테이크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와인으로 유명한 칠레이지만 시원한 맥주가 더 반가웠다.
밤하늘의 별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중 유난히 크고 밝은 저 별이 아마도 남십자성일거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사막의 밤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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