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이집트 , 요르단 12 시와 사막 1

2013. 4. 2. 21:36아프리카 外

 

 

아침이 되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마르사 마트루를 떠났다.

긴 여정을 함께할 인상 좋은 이집트인 가이드가 차에 올라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한국말을 아주 잘했다.

철수라는 한국 이름까지 가진 그는 한국의 고려대학교에 몇년 유학왔던 경험도 있는 사람이었다.

드디어 이집트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 시와 ( Siwa ) 사막으로 출발이다. 사막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정말 차

한대 만나기가 힘이 들었다. 사정이 이러니 초라했던 휴게소도 그나마 볼 수가 없었다.

마르사 마트루에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니 중간에 허허벌판에 차를 세우고 남자들은 버스를 중심으로

왼쪽, 여자들은 오른쪽으로 가서 황량한 사막에서 적당히 볼일을 봐야했다. 휴게소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알렉스서부터 내내 타고 다닌 버스

차도 생명체도 보이지않는 사막 길

 

다들 사막에서 볼일을 해결하고 차로 돌아오고 있다

 

 

드디어 푸른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와 오아시스에 도착을 한 것이다.

시와 오아시스는 이집트의 서북쪽 리비아와의 국경에 가까운 곳으로 사하라 사막의 한자락으로 이집트

카이로 등지에서는 접근이 어려워 이집트 영토이긴 해도 카이로 쪽의 이집트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않은

곳이기도 하다.

북아프리카의 원주민인 베르베르족과 베두인이 섞여서 사는 인구 3만명의 마을로 땅이 침강하면서 물이

고여 오아시스가 되었다고 한다. 대추야자와 올리브가 주요 특산물인데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올리브

시즌이라고 했다.

Siwi 라는 토착 방언이 따로 존재하는 오지 마을로 고대에는 사막을 횡단하는 일부 카라반 들한테만  

알려진 오아시스였다.

시와에 있는 아문신의 신전은 고대 예언자들에게 아문신의 오라클 (신탁 )을 받는 성스러운 장소로 알려져

있고,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도 동방원정을 할 때 페르시아의 압제로부터 이집트인들을 해방시켜줄 해방자

라는 오라클을 이곳에서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중동의 미친개 카다피가 몰락할 무렵  리비아가 내전으로 위험할 때 리비아의 한국 교민들이 여권도

챙기지 못하고 긴박하게 탈출한 곳이 이 시와 사막을 통해서 였고,  그당시 우리 가이드 철수씨가 피난을

안내하고 도왔다고 했다.

 

 

 

 

대추야자 ( 종려나무 )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시와 마을어귀에 들어서니 시간이 마치 70년대나

60년대로 되돌아간 듯 모든것이 복고풍이다. 건물도 그렇고 지나가는 차도 아주 오래된 모델이다.

사람들도 느릿느릿 바쁘지 않다. 그래도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사, 기념품 샵, 인터넷 카페의 간판이 보여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창밖으로 아주 순박해보이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했는데 그들도 우리를 열심히 구경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 관광버스로 시와 마을을 방문하는 일은 여간해서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인도 아니고

동양인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나타났으니 그들에게 우리도 구경거리였다.

예약한 호텔을 찾는데 우리 버스 기사는 여의치 않는지 경찰한테 길을 물었고 경찰은 친절하게도 앞장서서

우릴 에스코트해주었다. 겨우 버스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니 우리의 숙소 친환경 호텔

Ghaliet ecolodge 에 도착했다.

 

 

 

 

마을의 가게들

 

햇빛을 가리고 잔뜩 짐을 든 남자

아이들이 당나귀가 끄는 짐마차를 타고 있다

 

 

시와 마을의 시계는 마치  1,970년대 쯤에 멈춘 듯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가르쳐 준 1960년대 모델의 피아트 차,

도대체 몇년이 된건지...굴러다니는게 신기하다

 

숙소에도  대추야자 나무가 많다

 

 

 

리셉션도 흙벽돌로

 

 

 

 

흙벽돌로 외부를 마감하여  지은 이 호텔은 친환경 콘셉에 맞게  객실에 에어콘이나 냉장고가 없다. 그 흔한 일회용 샴푸나 용품을 일체 제공하지 않고 환경 보호를 위해 빨래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욕실에 겨우 작은 비누 한조각은 놓아 두어 그나마 감사했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숙소를 잠깐 구경하고 점심식사를 기다렸다.

그런데 정말 아무리 기다려도 점심을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40분을 훌쩍 넘기고 나서 종업원이 느릿느릿 스푼, 포크 등을 식탁에 놓아주기 시작했다. 정말 어찌나 느린지

 빼앗아서 내가 시원시원하게 놓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그러고 나서 또 함흥차사...

지루한 기다림과 허기에 지친 일행 한분이 결국 못참고 주방을 습격했다. 조리를 하기 위해 씻어놓은 오이를

들고와서 친한 분들과 나눠 드셨다. 얼마나 허기지면 그럴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미리 양해도 구하지 않고 

불쑥 남의 주방을 들어가다니... 나중에 주방의 셰프가 아주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는걸 목격했다.

한시간 반도 넘게 기다리고서야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곧 있을 희생제 때문에 양고기나 쇠고기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닭고기만 장에서 사왔다고 했다.  메뉴를 고른 것도 아니고 통일된 메뉴를 주면서도

이리 느려서야... 다행히 식사가 맛은 있었다. 맛이 없었다면 아마 불만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저녁엔 사막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인솔자는 밤에 먹을 야식거리를 장만하러 잠깐 장을 보러가고

우리는 밤에 마실 맥주를 각자 준비했다. 숙소의 식당 종업원에게 부탁하니 미리 사다놓은 캔맥주를 판매

하는데 이 계산은 아주 재빨리 해서 쓴웃음이 나왔다.

 

 

 

너무 느려서 속 터지던 종업원

식당 내부 - 벽난로가 있다

차를 주문하고 마실 수 있는 공간

세월을 가늠하게 하는 개스 레인지

하룻밤 야영에 필요한 짐 정리를 하고

 

 

사막 캠핑을 위한 짐을 챙기고 나머지 짐은 다시 버스 짐칸에 실어놓고 짚차를 나누어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4명씩 조를 이루어 나누어 탔는데 맨 마지막으로 타게 되어 가장 지저분해 보이는 차를 탔다.

차에 앉고 보니 시트가 흠뻑 젖어 있어서 바지와 속옷까지도 젖어 버렸다. 너무 척척하다고 말했더니 운전

기사는 미안해 하며 세차를 하다가 젖었다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잠깐 집에 들러 기다리고 있던

아이한테 받은 매트를 깔아 주었다. 착하고 예쁘게 생긴 딸아이가 밝게 인사를 하길래 가족을 물어보니

1남 4녀의 5자녀에 와이프는 하나라고 얘기하며 와이프가 하나임을 강조하는 그가 재미있어 모두 웃었다.

다시 출발을 하려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한참을 낑낑 거렸다. 어쩐지 이 차가 제일 낡았더라니...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달리지않아 우리 운전 기사인 알리 아저씨가 참말로 마음에 들었다. 말투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살짝 무뚝뚝하게 들렸지만 마음씨가 참 착하고 무엇보다 운전 솜씨가 일품이었다.

본격적으로 사막에 들어서자 그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의 바람을 조금 빼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

했다. 길이 따로 없는 사막의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하나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않게 운전을

했다. 집에 들리고, 시동이 안걸리고, 지체된 시간이 있었는데 금방 일행을 따라 잡았다.

모래 언덕이 나오니 미리 우리한테 조금 거칠게 달리는게 좋은지 물어본 후  우리가 좋다고 하자 차가

곤두박질쳐서 뒤집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도록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 주었다. 우리가 소리를 꺄악 꺄악

지르며 무서워하지 않고 재미있어 하자 상하좌우로 쏠리게 핸들링을 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나게  

해주는 그에게 우리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연신 큰 소리로 얘기해주니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좋은 모습이다.

 

 

 

숙소 앞에서 차를 점검하고 있는 사막 캠핑 스텝들

사막 초입에서 타이어의 바람을 빼고 점검을 했다

모래 색이 누렇지않고 아주 연한 시와 사막

 

 

 

 

모래 위엔 바람이 만들어낸 무늬와 타이어 자국만 남아있을뿐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막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모두들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좀전의 스릴있는 드라이브에 흥분한 모습으로 한껏 즐거워 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리 아저씨가 베스트 드라이버

라고 다른 팀에게 자랑하자 다른 차의 운전 기사가 자기가 더 잘한다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아니야...알리가 최고야...강하게 우리가 얘기하니 , 알리 아저씨는 멋적게  웃으면서도 싫지않은듯 보였다.

여전히 자동차는 속을 썩여서 자꾸 점검을 하는 눈치다.

철수씨와도 한장 기념 촬영을 하고 여러 컷의 사막 사진을 찍어 이순간을 기념하고 싶었다.

 

 

 

 

 

룸메이트와

 

차만 세우면 차량 점검을 한다

이집트인 가이드 철수씨와

 

여러가지 모습을 가진 사막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도 다 다른 모습의 사막

베스트 드라이버라 해주니 쑥스러워 하는 알리 아저씨 

 

 

Bir Wahed 는 시와 사막에서 12 킬로미터 정도 남쪽에 위치한 작은 오아시스와 온천지대로 유전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파여졌다고 한다. 커다란 듄을 몇개 넘고 앞차들이 모래벌판 위에 남긴 바퀴 자국을 따라

 모래로 된 지평선을 향해 한참을 달려가니 콜드 스프링 ( Cold Spring )이라고 부르는 오아시스가 나왔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호수에는 물고기가 보였고 끝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그래도 이만한 크기의 호수가 있는게

참으로 신기했다. 푸른 풀과 갈대 등 식물이 주위에 자라있는 아름다운 호수는  물이 제법 맑아 보였지만 

바람이 살짝 서늘하여 물속에 들어가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Hot Spring 으로 갔다. 동그랗게 테두리가 되어있는 작은 온천이 있고 주위엔 대추야자 나무랑

풀들이 자라 있다. 잠깐 앉아 손도 담그어 보고 발도 담그어 봤다. 따뜻한게 제대로 천연 온천 족욕이다. 

어느새 기도 시간이 되었는지 알리 아저씨를 비롯한 캠핑 스텝들이 온천물에 손과 발 등 몸을 닦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경건하게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Cold Spring 에서,  열심히 사진 찍는 일행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물이 참 맑아 보인다. 고기도 제법 보이고...

 

일행들과, 초상권은 보호해 드려야지...

 

Hot Spring 의 모습

따뜻한 천연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대추야자 나무들이 있는 콜드 스프링과 핫 스프링 주변

기도 시간이 되자 몸을 닦고 있다

 

가장 낡은 우리 차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

사막에서도 예외는 없는 기도 시간, 그 한결같음과 경건함에 존경심이 일었다

 

 

Fossil Mountain 으로 가서 화석을 구경했다. 아주 오래전 시와 사막은 바다였고 그 증거로 조개와

바다 생물의 화석들이 이곳에서 발견 되었다.

이토록 메마른 모래 사막 한가운데서 바다의 화석이라니... 참으로 신기했고 교과서로만 배웠던 지구의

지각운동을 실제로 보고 체험한 순간이었다.

 

 

 

 

물고기 뼈의 화석

패총이 있는 지역

 

 

 

 

 

 

 

 

다시 모래 언덕으로 갔다.

모래색깔이 칙칙한 누런 색이 아니고 연한 베이지빛이다.

시와 사막은 백사막에 가깝다고 했다. 백사막은 석회암이 풍화되어 색이 희게 보이고,  흑사막은

산화철의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있는  암석이 풍화된 것이므로 색이 검게 보인다고 한다.

망망대해 같이 펼쳐진 모래 바다 위에 우리 밖엔 아무도 없다.  풀 한포기 보이지않고 눈에 보이는 생명체

라고는 오직 우리들 뿐이다. 기분이 업되고 사막에 취해서 얼른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모래의 감촉을

느껴 보았다.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맨발로 달려도 보고...

다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야단들이다.

 

 

 

차로 이동하면서

 

 

 

 

 

 

영화배우처럼 폼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