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8. 02:30ㆍ북미
모키 더그웨이를 힘겹게 지나고나니 더 황량하고 메마른 붉은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시간 반 여를 더 달려 나바호 인디언 구역에 들어서 입장료를 내고 좀 더 들어가 미리 예약해둔 더뷰 호텔 ( The View Hotel ) 에 도착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예약이 안되고 호텔 홈페이지를 찾아 직접 예약을 해야만 하는 이 호텔은 모뉴먼트 밸리 ( Monunet Valley ) 내에 위치해서 호텔 발코니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숙소이므로 몇개월 전 부터 마감이 되고 예약하기가 매우 힘든데 난 여행을 결정하자마자 서둘러 예약을 시도해서 성공했다. 평일 체크인이고 10월 말이라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하나 남다시피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그 호텔의 예약에 성공을 하고 몹시 기뻐서 남편한테 이 전과를 알렸는데 남편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모든 계획과 일정을 짜고 예약을 하는 일을 내가 도맡아서 하는지라 별로 공감을 못하는 눈치이니 어쩌랴 ... 그냥 나혼자 좋아하고 말아야지 ㅎㅎ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기 시작했으므로 석양을 배경으로 한 모뉴먼트 밸리를 감상해야지. 발코니에서도 경치가 좋았지만 그래도 밖에서 보고 싶었다.
우리방 발코니에서 보이는 모습
호텔 구내에서 이런 뷰를 보다니 ... 감격스럽다 ㅎㅎ
일몰을 한참 동안 즐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일찍부터 일어나 종일 구경하고 운전도 오래 했고 긴장도 많이 했고... 어찌나 피곤한지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기도 귀찮아 우린 방에서 컵라면을 먹고 일찍 쉬었다.
10월 28일 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나갔는데 일출을 보기에 좋은 명당 자리와 가깝고 중간에 추위를 달래기도 좋은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아침 식사를 했다. 역시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지라 식당은 매우 붐볐다. 우린 아주 일찍 일어났으므로 창가쪽에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일출을 충분히 감상했다. 밖을 계속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느라 정작 아침 식사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모뉴먼트 밸리는 유타주와 아리조나주의 접경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 Navajo Indian Reservation ) 에 속한 지역에 있으며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의 수백년간 살아온 거주지이자 성지이다. 오래전 미국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3년간 달리기를 계속하다 멈춰선 곳으로 더 유명해진곳이기도 한데 오래전부터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원래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살아온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에서 건너온 침략자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종국에는 인디언 섬멸 작전이 자행되었다. 나바호 족도 1863년 뉴멕시코로 강제 유배 당해 그 척박한 땅에서 핍박을 견디며 살다 1868년 미합중국의 대표였던 셔먼 장군과 평화협정을 맺고 지금의 이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다.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은 미국내 310 개 인디언 보호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며 나바호족은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말 대신 나바호 자치구 ( Navajo Nation ) 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언어로 나바호어를 쓰고 국기도 있으며 대통령도 있고 자신들의 뿌리를 지키며 살고 있다.
모뉴먼트 밸리는 사암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로 평평했던 땅이 오랜 세월 바람과 비의 침식과 풍화 작용에 의해 깎이고 부서져서 만들어진 지형으로 넓고 평평한 탁자 모양의 지형은 메사 ( Mesa )로, 꼭대기가 평평하며 메사에서 고립되어 나온 바위는 뷰트 ( Butte ) 로 부른다.
시시각각 하늘의 색깔이 변해가는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때 쓰는 말이리라
붉은 해가 비추는 숙소, 우리 방은 2층이었는데 발코니에서도 전망이 아주 좋았다.
나바호의 성지에 떠오른 태양이 유난히 더 붉고 처절해보이는건 단순한 내 감정이입이었을까...
떠오르는 햇빛을 배경으로 한 벙어리 장갑 뷰트 ( West and East Mitten Butte ) 의 모양이 아름답다
너무 일찍 일어나 설쳤으므로 잠깐 눈을 더 붙였다가 일어나 체크아웃을 했다. 비포장 도로인 Valley Loop Drive 를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 모뉴먼트 밸리 지역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차가 SUV 차량인게 다행이다. 그리 길지않은 거리이지만 워낙 울퉁불퉁하고 살짝 험한 길인데다 규정 속도도 엄격하게 낮은 편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론 여러 뷰포인트에서 쉬며 사진을 찍느라 더했지만...
Three Sisters
John Ford' s Point
서부 영화의 주인공 존웨인처럼 말을 타고 사진을 찍어보라는 광고판
손님은 없고 나바호 청년 하나가 붉은 흙길을 달리고 있다. 그의 움츠린 등이 초라하고 쓸쓸해 보이는건 내 기분탓이었을까...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기념품 가게
인디언 간식을 파는 가게 뒤로 쓰리 시스터즈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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