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019 1월 멕시코 1 멕시코시티 I

게으른 웬디 2019. 2. 9. 20:59

 

 

 

오래전부터 멕시코 여행에 대한 갈증이 있어왔다.

기호랑 둘이 겨울방학에 멕시코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배낭여행처럼 돈 많이 안들이고 저렴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 예약하지않고 즉흥적으로 행선지도 정하고 그런 여행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남편한테 미리부터 운을 떼어봤지만 남편은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 마누라가 만날 여행 타령만 해대니 어떤 남편이 쌍수를 들어 환영을 해주겠는가. 그래도 단칼에 안돼 ! 하지않는 남편이 고맙고 고맙다 ㅎㅎ

이번에 갈거야, 기호가 이젠 시간이 별로 없어, 학생으로서 방학도 이제 몇번 안남고 좀 있으면 정신없이 바쁠테니 이번이 거의 마지막 찬스일거야...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가 ㅎㅎ 바빠질 아들 때문에 지금 꼭 여행을 가야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는 나한테 설득을 당한건지 그냥 못이기는척 또 들어주는 남펀이 또 고맙다 ㅋㅋ

장장 한달이라는 긴 여행 기간을 내놓아도 한숨 한번 푹 쉬고 그렇게까지 길어야하냐면서도 승인 도장 꾹 찍어주는 남편.

비행기 예약하고,  멕시코 관련 책을 사고,  블로그를 뒤져대고,  남미 여행 카페에 가입하고...  막판엔 카페에서 개최하는 여행 스페인어 4주 과정마저 등록했다. 일이 생겨 다 나가진 못했지만 스페인어 발음이라도 어떻게 하는지 인삿말 몇마디라도 배워가보는게 한달이나 가는  여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여행날짜가 다가오자 내 조바심증은 시작이 되었다.

일단 처음 도착하는 멕시코시티 숙소만 예약하자. 근데 다른이들의 여행기를 검색하거나 여행카페에서 습득하는 정보에 의하면 멕시코 현지에서 온라인상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지 이동 동선도 여행을 다니면서 짜보고 싶었던 나였지만 이건 피곤한 정보였다. 그냥 노선을 수정하고 멕시코 현지 국내선 예약을 해가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픽스된 이동 날짜의 숙소도 예약을 하게 되고 결국 거의 일정이 짜여졌다. 결국 평소 여행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ㅠ

사실 처음 여행을 생각했을 때엔 쿠바나 코스타리카 중 한군데를 더 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막상 세부 계획을 짜보니 멕시코가 정말 큰 나라였고 다른곳을 들른다는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멕시코도 가보고 싶었던 곳을 몇군데 포기할 정도였으니 뭐...

아에로멕시코 항공으로 멕시코시티까지 13시간 정도 직항이었다. 신형 기종이라고 엄청 자랑하는 비행기를 탔는데 뭐 그렇게까지 좋은지는 솔직히 잘모르겠고 직항이라는건 고마웠다. 멕시코 뿐 아니라 남미 가는 사람들도 이 노선을 애용하는지라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이상하게 이틀 연속 잠을 잘못자서 비행 중엔 잘 잘 수 있겠지하고 은근 기대했지만 초반에 조금 자곤 결국 또 못자서 힘이 들었다. 기내식도 맛이 없고... 치안이 나쁘다는 멕시코시티에 처음 도착한다는 불안감에 긴장이 된 탓이었을까.

현지에서 환전해 쓸 요량으로 미국 달러를 제법 챙겼기에 생전 안쓰던 복대까지 동원해서 아들녀석과 여기저기 분산해서 잘 숨기고 드디어 멕시코시티에 내렸다.

공항에서 먼저 3백불을 멕시코 페소로 환전해보니 5460 페소를 받았다. 당장 유심부터 사고 공항택시를 탔다. 우버 택시나 메트로버스를 이용해볼 요량이었지만 귀가 얇은 난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현지 교민 아줌마의 조언에 바로 계획을 수정해서 공항 택시를 잡아탔다.

시내 복판 관광 중심지역에 자리잡은 숙소까지 데려다 주는데 일방 통행도 많고 복잡한 곳이라 기사는 길을 헤맸고,  좁은 시장 골목을 몇번씩 통과하는 바람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길이 막혀 고생을 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멕시코시티가 얼마나 혼잡하고 사람이 많으며 교통지옥인지 첫날부터 대번 느끼게 해주었다.

첫 숙소는 작은 성당 옆 골목에 있는 호스텔이었는데 솔직히 컨디션은 당연 안좋았다. 평소 럭셔리한 숙소를 고집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깨끗하고 괜찮은 수준에선 묵어왔는데 이번엔 저렴한 여행을 공표한 나였기에 차마 도미토리에서는 못자겠고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의 프라이빗 룸을 예약해본 것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뭐 수긍이 갈 수준이지만 그래도 옷 하나 제대로 걸 곳이 없는 휑한 벽에 초라한 침대와 좁은 화장실이 실망스러웠다. 아들녀석은 내 반응을 재미있어 했다. 배낭여행에서 이정도면 아주 좋은건데 하며 낄낄대는 아들녀석... 그래 이정도면 참을만한 수준이다.. 힘내자 끙 ~~

대성당이 가까운 곳이라 짐을 내려놓고 구경을 갔다. 길에서 이상한 향이 나는 연기를 피우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원주민 복장을 한 무리들이 있었다.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이고.

국립궁전 ( Palacio Nacional ) 앞엔 벌써 줄이 길었다. 우리도 일단 줄을 서고 길에서 파는 타코와 음료수를 사서 먹었다. 타코 두개에 50 페소,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이다. 국립궁전은 여권이든 학생증이든 ID 를 보여줘야 입장이 가능한 대신 무료였다. 디에고 리베라가 멕시코의 역사를 그린 거대한 벽화를 구경하고 대통령의 집무실과 행정부처, 의회로 쓰였던 건물을 간단히 구경했다.

 

 

 

대성당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가까이에 있는 템플로 마요르에 가보니 입장 시간이 거의 마감 시간이라 밖에서 사진만 좀 찍었다. 기호는 유적지엔 관심이 없고 도마뱀을 보고 좋아했다 ㅎㅎ

 

 

 

 

 

 

첫날이라 피곤하여 더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을 먹고 일찍 잤다. 난방이 안되는 숙소는 밤에 너무 추워 혹시나 하고 가져간 내복바지를 껴입고 잤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러 옥상으로 올라가니 맛은 별로지만 종류가 제법 이것저것 있었다. 특히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ㅠㅠ

숙소에서 미리 테오티우아칸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비는 한사람당 500페소 ( 약3만원 ).

다음날 투어 모임 장소를 미리 확인한 후 우버택시를 타고 인류학 박물관 (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 으로 갔다. 차풀테펙 공원에 있는 이 박물관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멕시코시티를 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유물을 자랑하는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인류학 박물관이라고 한다. 당연히 먼저 들러 멕시코의 문명과 시대별 전시를 보고 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리 공부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시차때문에 힘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져 제대로 관람을 하지 못하고 설렁 설렁 지나쳐버렸다. 오죽하면 기호가 엄마가 박물관을 왜 이렇게 성의없이 보냐고 물어올 지경이었다. 차라리 이곳을 나중에 왔더라면 하고 후회를 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의 문명이나 역사에 대해 거의 무지에 가까운지라 더 집중이 안됐을 것이다. 미리 집에서 책을 두어권 읽어봤지만 벼락치기 공부로는 턱없이 부족할 따름이다. 학생 때 세계사나 지리 시간에도 유럽의 역사나 문명에만 치중해서 배우지 않았던가. 편협한 서양인의 시각과 관점에서의 세계관과 역사를 그대로 도입해서 배우고 가르친 시대를 살아온 탓이라고 변명하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다. 요즘 학생들은 부디 제대로 배우고 있기를 바라지만 대입에만 온통 올인하는 요즘 ... 글쎄 믿음이 가진 않는다.

시차 때문에 몸이 힘드니 속도 편치않다. 인류학 박물관에서 가까운 곳에 한인식당들이 몇군데 있어 점심식사를 그곳에 가서 하기로 했다. 도착 둘쨋날부터 한인 식당이라니 좀 웃음이 나오지만 뭐 ㅎㅎ

메트로 세비야 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TAPO 동부 버스터미널에 가서 매진이 될까 염려도 되고 미리 사면 제법 할인이 되니 겸사겸사 와하까로 가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했다. 온라인으로 결제가 안되니 직접 가서 하는 수 밖에.

숙소로 귀환할 때엔 메트로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 사람 많은걸 엄청 싫어하는 기호는 울상이 되었다. 피곤해서 30분쯤 자고 일어나 다시 나가봤지만 모든 박물관들이 5시면 문을 닫아버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저녁식사는 멕시칸식으로 닭고기 햄버거와 소고기 요리 , 파인애플 쥬스를 시켜봤다. 

 

 

 

시내 작은 박물관 앞에서 사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