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터키여행 6 카파도키아 둘째날
8월 14일
짐을 미리 챙기고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식사하는 곳이 맨 윗층이고 테라스에서도 할 수 있게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광목천이 바람에 나부끼며 테라스의 강한 햇빛을 가려주고 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괴레메의 마을 풍경도 멋지고 하늘엔 멀리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날아다니고...
아아 아침 식사 시간이 참으로 멋지고도 멋졌다.
호텔의 옥상에 마련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
그런데 갑자기 꽤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가 스윽 내다리를 스치는게 아닌가. 깜짝 놀랐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녀석이 자꾸 내다리에 와서 치대는 것이었다. 아마도 숙박객들이 식사하다가 먹을걸
던져준 것이 녀석을 그렇게 버릇들인 듯 했다.
그래도 그렇지 고양이는 낯선 사람한테 심지어는 주인한테도 무척 새침한 동물인줄 알았는데 좀 어이없었다.
동굴 호텔의 입구
미리 신청해놓은 그린투어 픽업을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한국 청년 두명이 말을 걸어왔다. 레드투어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은 다음코스로 페티예 (Pethiye )로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겠다고 했다.
젊음이 좋다. 벌룬투어에 이어 패러 글라이딩이라...
난 지중해로 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우린 스케줄상 지중해는 구경도 못하는데...
어제 벌룬 투어를 함께한 여자애 들도 만났길래 증명서 받아낸 자랑을 하고 여행사 직원이 준 이름이
쓰여져있지 않은 빈 증명서를 주었다.
그냥 적당히 이름 써넣고 가지세요.. 호호
예의도 바르고 조용한 그 처녀들한테 호감이 갔다.
카파도키아는 지역이 넓어서 개별적으로 관광하기가 힘들어 그린투어, 레드투어, 로즈투어...등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린투어 픽업 버스에 올라타 호텔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으니 15명이 되었다. 가이드는 우리들한테
국적을 물었다. 이태리인 4명, 아일랜드인 2명, 한인 가족 4명, 우리....다음은 잘 못들었다.
첫 코스는 괴레메 파노라마
여긴 우리가 어제 가본곳인데...그래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또 새롭다.
카파도키아 지역에서는 4000년전 힛타이트 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카파도키아란
이름을 부른건 페르시아인들이 시작이라고 한다.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이 명칭은 중부 아나톨리아 ( 터키의 아시아 대륙쪽을 일컫는 말 )에서 카이세리,
괴레메, 윌굽 ( Urgup ),네브시히르 ( Nevsehir ) 등을 함께 지칭한다.
이지역의 특산품이 말이었는데 " 아름다운 말 " 이라는 뜻으로 페르시아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한다.
로마시대에 황제의 탄압을 피해 숨어들은 기독교인들로 인해 괴레메 ( 보아서는 안되는 것 )라는 이름도
생겨났다고한다.
후에 다시 이슬람, 아랍 세력이 침입하여 그들의 공격을 피해 만든 것이 대부분의 지하도시와 동굴교회들이다.
백만년전 있었다는 화산 폭발과 홍수 등으로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치면서 태어난 이 지역의 독특한
자연경관은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괴레메 파노라마
가시가 삐쭉삐쭉 솟은 신기한 식물을 발견
( 이름은 모르겠다 )
다음에 데리고 간곳은 차로 한시간여 달려 도착한 셀리메 ( Selime )라는 계곡.
풀한포기 없고 바위로만 되어있는 좁고 가파른 이 바위산을 가이드는 잘도 올라갔다. 미끄러워 슬리퍼만
신은 아일랜드여자는 힘겨워했고, 뚱뚱한 편인 이태리 여자도 힘들어하고 더위에 약한 우리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비둘기 집 모양 동굴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로마시대부터 교역이 이루어져 중국의 실크로드처럼 카라반웨이가 형성되어 그 중간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낙타등 동물이 쉬어갔으며 그 증거로 동굴안에 낙타나 말을 매어둔 고리처럼 만들어놓은 것을 보여 주었다.
탄두리 화덕, 음식이나 와인 등의 저장고로 쓰였음직한 구덩이 ( 혹은 침례의 장소로도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벽화엔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고, 교회, 미션스쿨...많은 것이 보존이 비교적 잘되어있지만 화재로 옛모습을
잃은곳도 있었다.
화덕으로 추정되는 곳
가이드는 너무 성큼성큼 앞서가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교회의 터 - 플레시를 사용할 수 없어 사진이 매우 어둡다
체력이 약한 우리 부부는 금세 지쳐 버린다
바위 자체를 깎아 계단을 만들어냈다
파란 하늘과 대비가 잘되는 멋진 바위 산
점심식사는 으흘랄라 계곡근처 식당에서 했다.
맑은 수프 ( 똠얌 수프의 필이 나는 )와 트라우트 (송어 )를 골랐고 남편은 치킨 시시케밥을 골랐다.
식사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가족과 얘기를 하다보니 남편의 대학 후배였다. 아무래도 낯이 익어
물어보았다며... 참 세상 좁다.
다음은 으흘랄라 계곡 ( Ihlara Valley ) 트랙킹이다.
계곡물에 돌을 이용해서 이름을 써놓은 것이 재미있다
원래 14Km에 달하는 긴계곡이지만 우린 시간상 3,5Km 정도만 걷기로 했다.
40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계곡물이 나오고 절벽 중간 중간 동굴교회들이 있는데 비잔틴 시대에
수도사들이 은둔생활을 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교회엔 채색된 벽화도 있었는데 플래시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절벽 중간의 구멍들이 다 교회이거나 은둔 생활을 한 주거지이다
교회의 입구
오래된 벽화이지만 신앙심이 엿보이는 순박한 멋이 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 같은 계곡 주변의 절벽
다들 가이드를 뒤따르느라 몹시 지쳤다
계곡물을 따라하는 트랙킹인데 50분안에 마쳐야한다며 거의 뛰다시피 따라가야할 정도로 내달리는
가이드를 쫓아가느라 우린 파김치가 될 뻔했다.
다음 코스는 데린쿠유 ( Derinkuyu ) 지하도시이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쿠유는 수직으로 지하 8층까지 뚫여있는데 깊이가 85m에 이르고 수용인원은
5,000명이나 된다. 지하 2층은 다른 지하도시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서 외부에서 적이 침입시 다른
지하도시로 피난이 가능하다.
크지않지만 지상에서부터 맨아래 지하까지 관통하는 구멍이 있어서 이를 통해 환기가 되고 물도 공급할 수
있다고한다.
플래시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이 어둡다 - 계단의 모습
음식 저장 시설 표지판
층과층 사이의 계단 통로는 아주 좁아서 사람이 겨우 한명만 드나들 수 있고 천정이 매우 낮아 허리를
완전히 굽혀야만 걸을 수 있어 덩치가 큰 사람은 정말 다니기 힘들고 위 아랫층이 서로 소리를 질러
확인해서 기다렸다가 오르내려야만 했다.
무덤을 설명할 때 아이를 눕게하고 설명했다
한사람만 겨우 드나들 수 있고 허리를 구부려야만 하는 계단
계단을 내려가 각층으로 들어서면 넓어져 교회, 학교, 무덤, 우물, 식품 저장소, 부엌, 거실, 침실,기도실,
화장실,심지어는 와이너리도 있었다.
히타이트시대에 처음 만들어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후 기독교인 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하여 살면서 더 깊고 넓게 건설했다고 한다.
이지역에 이런 지하도시가 3개나 연결되어 있어 적의 침입시 다른 도시로 피신이 가능했다고 하니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교회와 성경학교와 기도실을 만든 종교의 위대한 힘에 머리가 숙여진다.
지하도시는 환기구를 통해 환기가 잘 되면서도 일정한 내부 온도를 유지한 과학적인 도시였다.
가축은 지상과 가까운 곳에 키워서 나쁜 냄새가 지하로 유입되지않게 했다.
지하도시를 다 구경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허리를 완전히 굽히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오니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지하도시로 내려가는 지상의 입구
환기구
마지막으로 들른곳은 피젼밸리 ( Pigeon Valley )이다.
많은 수도사들이 동굴을 뚫고 은둔생활을 한 곳으로 아울러 수많은 무덤도 있다고 한다.
그린투어를 마치고 괴레메 오토갈 앞에 내린 우리는 예약해둔 버스표를 받고 짐을 맡긴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알라투르카라는 꽤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피르졸라 ( 새끼양의 갈비구이 )와 비프요리, 역시
에페스 맥주를 선택했다.
오늘의 메뉴는 대성공이다. 원래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지라 조금 걱정되었는데 냄새도 없고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버스는 우릴 네브시히르 오토갈로 데려가고 그곳에서 데니즐리 ( Denizli )행 버스로 갈아타도록 되었다.
저녁 8시반에 네브시히르를 출발하여 데니즐리를 거쳐 보드럼 ( Bodrum )이라는 에게해 연안도시로 가는
장거리 버스는 약 10시간 후 데니즐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오토갈에서 아침에 헤어진 벌룬투어 동기를
만났다. 그녀들도 파묵칼레로 갈거란다.
버스는 아주 쾌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지도않고 그저 그랬다.
이 야간버스가 춥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난 얇은 무릎담요와 긴팔옷을 준비해서 덕을 많이 봤다.
남미에서 탔던 장거리 버스와 달리 휴게소에서 밤 12시와 3시반경 한번씩 정차해주니 화장실도 가고
( 비록 유료 화장실이지만 ) 다리도 피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 견딜만 했다.
새벽 5시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 길거리에 차를 세우더니 데니즐리로 가는 사람은 내리라고 했다.
내리고보니 버스터미널이 아닌 그냥 길거리였다. 황당했다.
우리가 탄 버스
휴게소 전경. 남자들은 담배를 피우고 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