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월 아이슬란드 7 미바튼 지역 , 고다포스 , 흐베리르
용암지대에서 길어진 트래킹 때문에 지쳐버려 다음 목적지인 비티 ( Viti ) 분화구는 그야말로 잠깐 눈인사만 하는 정도로 구경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주차를 하고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비티는 아이슬란드어로 지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975년 크라플라 대폭발 때 분출되어 형성된 분화구의 칼데라 호수가 바로 비티이다. 분화구에 고인 눈이 부시게 푸른 물빛이 아름다웠지만 지쳐버린 나와 남편은 즐길 체력이 남아있질않았다.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미바튼 네이처 바스 ( Myvatn Nature Bath ) 로 갔다.
아이슬란드에서 유명한 블루라군은 비싸고 미리 예약을 해야하니 우린 패스하기로 했다. 수영복 입고 오래 노는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도 화산지대의 천연 온천을 경험은 해봐야지싶어 미바튼 네이쳐바스를 골랐는데 이곳도 가격이 만만치않게 비싸다. 야외온천이라 바깥기온이 차가워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니 엄청 추워서 얼른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의 온도가 따뜻한 정도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뜨끈뜨끈한 정도가 아니라 아쉬웠다. 추위와 트래킹에 지친 몸을 담그고 개운하게 풀어내고 싶었던 우리로선 상당히 부족한 수온이다 ㅠ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온천 가장자리에는 물속에 벤치 느낌으로 앉을 수 있는 계단이 쭉 이어져 있어 다들 앉아서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이끼가 끼었는지 계단이 미끈거려 기분은 썩 좋지않았다. 이곳저곳 움직여 보니 뜨거운 물이 공급되는 곳인지 훨씬 따뜻한 곳이 있어 거기에서 움직이지않고 한참 몸을 담그었다. 약간은 실망스러운 온천욕을 대충 마치고 샤워도 숙소에 가서 하기로 하고 서둘러 나왔다.
미바튼 호수를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도 경치가 아름다웠다.
미바튼 온천 지역에서 30분 가까이 떨어진 거리에 예약해둔 Lauger 마을의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숙소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듯 부엌도 편리하게 되어있고 방의 모든 시설이 편하고 포근하다. 귀찮아서 안했지만 숙소 한켠에 따뜻한 물이 들어있는 옥외 스파 욕조가 있어 누구나 원하면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장을 봐둔 냉동 대구살을 버터에 굽고 채소를 넣고 대구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여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숙소에선 처음으로 이틀을 묵을 거라 식사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여유가 있다. 그동안 링로드를 한바퀴 도는 일정이라 매일 짐을 싸서 이동하느라 아침에도 매우 바빴지만 밤에도 대강 짐을 챙겨놓고 자야했는데 ...
방에도 화장실에도 라지에타 난방이 아주 잘 되어있어 밀린 빨래도 해서 널 수 있어 좋았다.
미바튼의 숙소, 럭셔리하진않지만 깔끔하고 정겨운 곳이었다
따끈한 물이 있는 야외 스파, 다른 방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즐겼다
간이 부엌이긴해도 필요한게 잘 갖춰져있고 기본양념과 잼과 꿀까지 놓아둔 배려심이 고마웠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지 엿새째 들어가는데도 여전히 너무 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버린다 ㅠㅠ
숙소에서 차로 13분 정도면 도착하는 고다포스 ( Godafoss ) 를 먼저 보러갔다. 고다포스는 규모가 아주 큰 폭포는 아니지만 폭포의 모양이 아주 예쁘고 주변 모습도 경관이 좋았다. 신의 폭포라는 뜻으로 이 이름의 어원은 북유럽의 전통신들을 섬기던 아이슬란드에서 기독교가 국교로 지정이 되면서 다른 종교의 신들의 조각상을 모두 이곳에 버렸다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두번째로 큰 도시인 아큐레이리에서도 가까운 편이라 접근성도 좋아 관광객이 많았다. 노인들이 주로 많은 단체 관광객도 많고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키가 작은 인종의 관광객들도 다수 만났다.
아담한 규모답게 물이 심하게 튀지않아 옷이 젖지않아 좋았다. 폭포 주변도 예뻐서 한참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잠깐 자며 쌓인 피로를 풀었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찬밥과 함께 먹으니 굿 ~~~ 역시 우리나라 라면 맛은 늘 옳다 ㅎㅎ
폭포로 가는 길에 흐르는 강 ( ? 개울 ? ) 물빛이 아름답다
폭포의 모양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고다포스
이번엔 흐베리르 ( Hverir ). 이곳은 Krafla 화산지대에 속하는 곳으로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해서 수많은 온천과 분기공, 진흙 구덩이가 존재하며 이곳저곳에서 진흙이 부글부글 끓고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하고 분기공을 통해서 뜨거운 수증기가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어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외계 행성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 흐베리르 지역
다음으로 찾은곳은 Grjotagja 동굴온천.
몸을 잔뜩 숙이며 엉금엉금 입구로 들어가보면 입구는 좁고 보잘것 없지만 동굴 속에 천연 온천이 있어 물빛이 신비로웠다. 수온이 43~ 46도나 되는 천연 온천이지만 개인 소유의 농장에 있는곳이라 사진 찍고 구경하는 것 이외의 행위는 금지되어있다. 컴컴한 동굴 속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쌓여있는 바위를 기다시피 내려가야 하므로 겁이 좀 났지만 그래도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그다음에 들른 Dimmuborgir 라는 곳은 기암괴석과 푸른 나무숲이 어우러진 공원 같은 느낌이었는데 예전에 다친 발목이 아파진 남편은 차에서 쉬겠다고 해서 나도 잠깐만 걸어보고 그만 두었다.
이곳엔 유료화장실만 있어서 동전이 없는 우린 걱정이 됐는데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해서 신기했다. 유료 화장실 이용도 신용카드로 가능한 나라... 참 대단한 나라이다.
트래킹화의 신발창이 얇아서 나도 발바닥이 아파져 신발 깔창을 사러 다녀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숙소로 귀환했다.
어제 사온 베이컨이 너무 짜서 물에 한번 삶아 소금기를 빼고 양파랑 다시 구우니 간이 맞았다. 남은 대구살을 더 넣고 대구 매운탕을 좀 더 끓이고 전자렌지에 간단하게 계란찜도 해서 풍성한 저녁식사를 즐겼다.
잔뜩 웅크리고 기다시피 들어가는 천연동굴 온천의 입구
내부가 엄청 컴컴하고 아무렇게나 쌓여진 돌과 바위로 되어있는 좁은 동굴이라 매우 위험했다
Dimmuborgir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