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월 아이슬란드 1 링로드 출발 , 골든써클
8월 15일 오랫동안 기대했던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여행을 드디어 시작했다.
물론 내 여행의 시작은 이른 봄, 아니 그 이전부터였지만...
책을 사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검색하고 여행 스케줄을 짜면서 난 이미 여행을 시작한다. 숙소를 정하고 스케줄을 짤 때 이럴까 저럴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면서...
멀기도 하고 워낙 물가가 비싼곳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는 올해 결혼 30주년이라는 엄청나게 좋은 핑계를 이용해 큰마음을 먹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아이슬란드만 계획을 시작했다가 이왕 일을 저지르는거 크게 저지르기로 공모 (?) 를 한 우린 노르웨이까지 이번 기회에 다녀오자 합의를 했다.
긴시간의 여행이니만큼 경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준비를 꼼꼼하게 하려고 나름 애를 써봤다.
비행기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잘 산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핀란드 항공으로 헬싱키에서 갈아타고 레이캬비크로 인,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헬싱키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고 레이캬비크에서 오슬로로는 스칸디나비아 항공으로 편도를 저가에 구입할 수 있었다.
숙소가 문제였는데 특히 아이슬란드 숙소는 성수기인데다 워낙 숙소 숫자가 적은지라 엄청나게 비싸서 애를 태웠다.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식비 절감인지라 난 미니 전기밥솥과 라면 등을 끓일 수 있는 작은 전기 포트도 구입하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전투식량, 누룽지, 즉석국 등과 밀폐가 잘 되어있는 소포장 김치와 밑반찬류, 씻어나온 쌀, 김, 라면, 간단한 양념 등 식료품과 접을 수 있는 쿨러 ( 아이스박스 ) 등을 열심히 챙겼다.
음식을 비롯해 짐을 하도 많이 챙겨서 짐이 무거워 규정 무게를 맞추느라 이가방에 옮겼다 저가방에 옮겼다 하며 낑낑대고 힘이 들었다.
중국 영공을 지나가는 유럽행 노선들이 지연이 되어 공항에서 출발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굴리다 연결선을 놓친 사례들이 많다는 뉴스에 걱정을 했지만 우리 비행기의 출발은 정시에 잘했다. 비행기를 갈아탄 헬싱키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사보니 그곳 역시 물가가 후덜덜하다.
드디어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 미리 검색한 정보대로 면세점에서 맥주와 와인을 구입했다. 레이캬비크 공항엔 수화물을 찾기 전 면세점이 있어 물가가 비싸고 특히 주류 구입이 까다로우니 여행 중 마실 주류는 미리 구입해두는게 좋다는 정보를 다들 알고 있는듯 모두다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물론 일인당 구매 한도가 있어 대량 구입은 불가하다.
짐이 너무 늦게 나와 한참을 기다려 공항 밖으로 나와 예약해둔 렌트카 회사인 My Car 의 셔틀을 탔다. 우리 말고 한 중국인 부부도 그 셔틀을 함께 탔다.
소형차인 토요타 오리스를 받아 첫 숙소로 향했다. 공항에서 레이캬비크 시내까지는 50분 남짓. 장시간 비행기를 탄데다 시차로 머리가 몽롱해서 정신이 없다가 차츰 적응이 됐다.
잠만 자려고 잡은 숙소라 호텔 컨디션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니 ㅠㅠ 이 정도 가격이면 다른곳에선 훨씬 깨끗하고 안락한 넓은 방일텐데...새삼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실감이 되었다.
컵라면과 누룽지로 저녁식사를 대충 때우고 피곤한 눈을 붙였다.
첫날 묵은 레이캬비크 숙소에서 바라본 새벽 하늘
시차때문에 새벽 3시쯤 눈이 떠졌다. 누워서 5시까지 얘기하다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첫 목표지는 게이시르 ( Geysir 간헐천 ? ).
대개 첫 여행지로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가지만 첫날 일정을 다소 빡빡하게 잡은 난 싱벨리어를 과감히 빼기로 했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시간을 많이 잡아야할듯하고 그냥 대충 본다면 별 의미없을 듯하여.
싱벨리어 국립공원과 게이시르, 굴포스를 골든 써클이라 부르며 레이캬비크에서 멀지않은 거리에 있어 투어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김과 연기가 서린 모습을 보며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맑은 물이 흐르는 간헐천 지대가 나왔다. 미국의 옐로스톤에서 분출하는 간헐천의 물기둥을 이미 봤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않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생각보다 자주 높은 물기둥이 치솟아 더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물이 치솟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즐거이 카메라를 대기했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진 못했다. 물기둥이 솟는 큰 간헐천 말고도 주위엔 뜨거운 물이 흐르는 작은 시내와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 근처를 운전하다 호수가 보여 한컷, 패스하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게이시르
게이시르의 솟구치는 물은 아무리봐도 신기하다
다음은 굴포스 ( Gullfoss )
황금의 폭포라는 뜻이라는데 폭포의 규모가 엄청나다. 떨어지는 물의 양도 엄청나고 물보라에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폭포에서 비산하는 물방울의 양도 엄청났다. 상상했던 것보다 폭포가 크고 웅장해서 우린 깜짝 놀랐다.
한여름이지만 제법 따뜻한 가을옷을 입고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위에 우비를 걸쳤는데도 별로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시원찮은 우비를 챙긴걸 바로 후회했다. 남편 것은 제대로 된 우의를 챙기고 내 것은 잠깐 덮어썼다 벗는 간단한 판쵸형 우비를 가져갔는데 폭포의 기세가 대단한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우비가 펄럭이므로 옷이 속절없이 젖어버렸다 ㅠㅠ
날리는 우비를 잡으랴 사진 찍으랴 비처럼 얼굴에 쏟아지는 폭포 물방울까지 온통 정신이 없었다. 한참을 폭포 감상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굴포스 휴게소 같은 곳으로 들어가 샌드위치와 수프와 빵 셋트를 샀는데 가격이 놀랍다.
굴포스의 위용
폭포의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