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월 미서부 6 Canyon de Chelly , Petrified Forest
모뉴먼트 밸리를 떠나 남동쪽으로 달려가 아리조나 주의 캐년드 셰이 ( 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 ) 근처 Chinle 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오후 두시쯤 됐길래 예약해둔 호텔에 가보니 체크인 시간이 되지않았다고 방을 주지않는다.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 그냥 좀 주지, 깍쟁이 인디언 아줌마 같으니라구...
좀 쉬었다가 꼼꼼하게 캐년 드 셰이 구경을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냥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캐년 드 셰이는 노스림과 사우스림으로 나뉘는데 우린 사우스림 쪽으로 갔다. 우선 정션 오버룩과 화이트 하우스 룩아웃을 먼저 봤다. 체력이 허락하면 화이트 하우스 트레일을 걸어가서 유적지를 보고 싶었지만 3 마일이나 되는 트레일 길이에다 안내 표지판에도 물을 꼭 가져가라는 말이 있어 꽤 힘든 코스임을 느끼고 큰 고민 없이 포기했다. 걷는거 싫어하는 우리 부부한텐 무리이지.... 특히 오르막길에 엄청 취약한 내 체력으론 내려갔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험난해보인다. 나바호족이 협곡의 바닥에서 농사와 목축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하더니 계곡 아랫쪽에 말들이 보였다.
인디언 원주민의 사는 모습을 전시해놓은 전시관이 있어 구경
화이트 하우스 트레일을 걷는 사람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저 아래 절벽에 숨어있는 유적을 봐야 하는데...우린 깨끗이 포기다
미 서부엔 정말 협곡들이 많지만 그 모양들이 각각 다르고 나름대로 다 멋이 있어 놀랍다.
와보기 전엔 몹시 생소한 이름이었던 캐년 드 셰이는 또 한번 그 규모와 웅장함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나바호 Nation 의 일부이기도 한 캐년 드 셰이는 아름답고 장엄한 협곡이며 또한 나바호 인디언의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1800년대 중반
나바호 거주지에서 발견된 금광 때문에 미국 정부는 나바호족을 강제 이주시키려 했고 이에 반발한 나바호족과 미 기병대가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다. 바로 캐년 드 셰이 전투이다. 결사항전을 벌였던 나바호족은 노스림 지역의 포트리스 록이라는 곳에서 고립되었다가 결국 8천명이 항복을 했고 강제 이주를 당했다. 그러나 이주지가 너무나 황폐한 지역이라 정부로부터 다시 귀환 명령을 받고 돌아왔는데 워낙 혹독한 환경 탓에 살아남은 사람이 적어 겨우 40 퍼센트만 돌아올 수 있었다 한다.
원래 주인은 말그대로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이건만 백인들은 그렇게 잔인하고 파렴치하게 주인을 내쫓고 학살하고 핍박하고... 보호구역이라니 누가 누굴 보호한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아주 씁쓸하고 기분이 더러워지는 느낌이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구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그 지역에선 나름 유명한 식당인지 손님이 꽤 많았다.
스테이크와 찹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는데 음식이 괜찮았다. 밤이 되니 날씨가 상당히 차가워졌다.
10월 29일 목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체크 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서니 비가 제법 거세게 내렸다. 친리에서 남쪽으로 가다가 아리조나 주를 관통해서 동서로 놓인 4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보면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 (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 을 만나게 된다. 공원 입구에서 우비라도 사입으려 했는데 없어서 점퍼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큰 카메라는 포기하고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조금씩 찍으며 구경을 했다. 처음 페인티드 데저트 ( Painted Desert ) 비지터센터 쪽 입구로 진입해서 구경을 하며 레인보우 포레스트 ( Rainbow Forest )박물관까지 이동을 하며 구경을 했다.
페인티드 데저트 지역, 제목 그대로 사막에 페인트를 칠한 듯한 색깔들의 대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비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않아 사진엔 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블루 메사 지역, 이곳엔 트레일이 있어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할 수 있지만 날씨가 나빠 할 수 없었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지금부터 2억 3천만년 전부터 1억 8천만년 전 까지 고생대 페름기와 중생대 쥐라기의 중간인 중생대 트라이아이스기의 화석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 여행을 계획하기 전엔 난 전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유명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학술적 가치가 있어 지질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들도 많이 방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태고에 화산재나 진흙 속에 묻혔던 나무가 오랜 세월동안 지하수에 녹아있던 광물질인 규토와 미네랄이 침투해서 세포조직이 단단한 돌로 변하는 것을 석화작용 ( Petrification ) 이라고 하며 이로 인해 화석이 된 나무를 규화목이라고 한다. 규화목은 땅 속에 묻혀있다가 토사가 유실되면 땅의 표면으로 표출이 되어 토양의 움직임에 따라 부서져서 땅위에 흩어지게 된다.
규화목들은 빛깔도 아름답고 귀한 것이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엔 많은 양이 반출되어 팔렸다고 한다. 지금은 엄격히 규제되어 반출하다 적발되면 높은 벌금을 물게 되어있고 공원 곳곳에 경고문도 붙어 있다.
날씨가 나빠서 트레일은 걷지 못하고 차를 타고만 돌아보아도 공원이 넓어 시간이 제법 흘렀다.
화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박물관 내에 전시되어있는 공룡화석도 구경하고
아쉬움을 남기며 40번 도로를 타고 세도나 ( Sedona ) 로 가기 위해 서쪽으로 이동했다. 날이 개기 시작해서 다행이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계속 이동을 하다 남편이 피곤해해서 운전을 교대하여 플래그스태프를 지나 89A 도로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도 치고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비가 퍼붓는데 남편은 시차와 피곤함 때문인지 곤히도 잔다. 깨우기 안쓰러워 천천히 해보자 싶어 전조등도 키고 최대한 침착하게 운전을 했다. 설상가상 해발 2106 미터인 플래그스태프에서 해발 1310 미터인 세도나로 가는 89A 도로는 엄청나게 꼬불꼬불한 내리막 경사길이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이지만 악천후에 남편은 자고 나 혼자서 하는 운전은 살짝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 경치를 즐길 여유가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ㅎㅎ
천신만고 끝에 세도나에 입성하니 저녁 때가 다 되었다. 세도나에 한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찾아가봤는데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한참을 헤매었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일단 예약해둔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찾아가보니 식당은 이사를 가버리고 없었다.
허탈해져서 숙소로 돌아오다 켄터키 치킨을 테이크 아웃해다가 컵라면과 햇반과 함께 먹고 말았다. 다시 다른 메뉴를 생각하기도 귀찮고 지치기도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