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월 뉴욕 1
대학 1학년 때 독서 서클에서 만나 그때부터 만나온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했다. 몇년전 하와이 여행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함께한 해외여행이 된다. 시간을 내기 매우 힘든 친구가 한명이 있어 무조건 이친구의 시간에 맞추다 보니 10월 중순에 떠나게 되었다. 10월 말이면 결혼 기념일이라 난 꾀를 내보았다. 뉴욕의 가을을 보고 싶다는 친구들과 미국 동부에 갔다가 서부에서 남편과 만나 여행을 이어나가면 국제선 비행기를 두번 타지않고 두번의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JFK 뉴욕 공항에 내려 예약해둔 렌트카를 픽업해서 첫 행선지인 롱아일랜드로 향했다. 지난번 하와이 여행처럼 난 보조석에 앉아 지도와 이정표를 보는 담당을 하고 운전이 능숙한 두친구가 번갈아 운전을 하기로 했다. 버젯 렌트카에 예약해둔 차엔 우리 다섯명의 짐이 다 실리지않아 한단계 큰 차로 변경하고보니 차는 크고 좋은데 좁은 주차장에선 부담스러울 크기였다.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하러 먼저 치즈케익 팩토리를 찾아가서 식사를 하고 예약해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다음날 롱아일랜드의 대서양을 감상하러 죤스비치 ( Johnes Beach )로 갔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즐기고 하이웨이를 달려 맨하탄 북쪽의 우드버리를 향했다. 타판지 ( Tappan Zee ) 브리지를 건너 뉴저지로 넘어가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길에 보이는 단풍이 아주 아름다웠다. 중간에 베어마운틴 ( Bear Mountain ) 에 들러 오래전 뉴저지에 잠시 머물렀을 때 주말에 가끔씩 들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호수도 있고 산도 있는 베어마운틴을 친구들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오래 머물진 못하고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베어 마운틴 주립공원
오랜만에 보는 베어 마운틴의 호숫가는 그대로네...
단풍이 들기 시작한 길가가 아름답다
우드버리 아울렛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은 좀 낡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방에서 냄새가 나서 방을 한 번 옮기기도.
여행 초기부터 쇼핑을 하는건 좀 우습지만 맨하탄 구경을 할 땐 렌트카를 반납할 예정이라 여행 루트상 초기에 우드버리 아울렛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내 경우엔 서부에 가서 한참을 더 여행해야 하므로 쇼핑을 해서 짐을 늘릴 생각은 없었지만.
우드버리 아울렛을 들러 쇼핑들을 하고 저녁식사 후 근처 월마트에도 갔다. 살게 없는 난 마트 내 의자에 앉아 1시간쯤 기다렸는데 추워서 힘이 들었다. 따뜻한 옷을 거의 챙기지않아 걱정이 됐다. 가디간이나 바람막이라도 하나 사든지 해야겠다.
다음날 숙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스톰킹 아트센터 ( Storm King Art Center ) 를 찾아갔다. 친구가 찾아본 곳인데 아름다운 조각전문 야외 미술관으로 단풍과 어우러진 멋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하필 우리가 간 날이 휴관일이었다 ㅠ
갑자기 일정 하나가 날아가서 뉴저지로 내려가 동네 구경을 하고 점심으로 유명한 북창동 순두부를 먹으러 갔다. 식사후 Edgewater 로 가서 강변에서 강건너 바라보이는 맨하탄의 모습을 구경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버겐센터 쇼핑몰을 구경하고 숙소로 갔다.
스톰킹 아트센터를 가다 보이는 한적한 이쁜 동네에서
문 닫힌 스톰팅 아트센터 입구
에지워터 강변에서 바라본 맨하탄
멀리 조지워싱턴 브릿지가 보인다
다음날은 뉴저지 뉴포트에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뉴포트 아파트에 체크인을 하고 남은 맨하탄 일정을 소화하는게 원래 일정이었다.
우린 렌트카를 그냥 반납하는게 아쉬우니 트래픽이 붐비지 않는 이른 새벽 차로 맨하탄 구경을 잠깐 해보기로 하고 동도 트지않은 새벽에 숙소를 나와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맨하탄으로 들어갔다. 맨하탄 남단 배터리파크 근처에 무료 파킹 을 찾아내서 39 불이나 하는 주차비를 아끼고 기분좋게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였다 !!
숙소 예약을 담당한 친구가 잠시 메일을 확인하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뉴저지 아파트 예약이 취소됐다는 메일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니 체크인 당일날 이렇게 나오면 어쩌라는건지.... 어째 이런일이 ㅠㅠ 그리고 그대신 뉴저지 Edgewater 의 다른 아파트를 주겠다는데 얼른 위치를 확인해보니 교통이 불편해서 거기에서 몇일동안 묵으며 맨하탄을 매일 다니기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너무 힘들겠어서 그 아파트는 포기하고 다른 숙소를 찾기로 했다. 일단 맨하탄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뉴저지로 다시 건너가서 안전한데 차를 세워놓고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뉴저지 한남 마트 앞에 주차를 하고 이왕 이렇게 된거 차라리 맨하탄에 숙소를 찾는게 낫겠다 싶어 숙소를 뒤졌다. 인원이 5명이나 되니 얼른 숙소가 찾아지질 않았다. 여름 성수기도 아닌데 왜이리 빈방이 없는건지...
할 수 없이 일단 한인 민박집을 찾아 통화를 해보고 거기로 가기로 했다. 뉴포트로 가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민박집에서 체크인 가능 시간이 저녁 6시라고 해서 뉴포트의 맥도날드에서 한참 대기를 했다가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맨하탄 한인 민박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왜 6시 이후에나 체크인을 하라는지 이해가 갔다. 도심의 건물에 세들어있는 그 민박집은 불법으로 영업하고 있는 민박집이어서 건물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짐을 들고 드나드는걸 신고할까봐 다른 사람들이 퇴근하고난 시간에 들어오라한 것이었다. 다섯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안되고 두명씩 따로 조용히 ...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들어가는 것도 기가 막혔는데 들어가보니 더 기가 막혔다. 방이 좁고 지저분한데다 우리가 잘 침대도 부족해서 두명씩 좁게 끼어 자도 한명은 바닥에서 자야하고 좁아터진 거실을 간이 칸막이로 막아 거기에도 다른 여행객이 묵고 있는데 욕실 한개를 그렇게 여러명이 나누어 써야하는 말도 안되는 곳이었다. 두당 가격을 받는 시스템이니 아주 저렴한 것도 아니고 이 가격을 주고 불편함을 참을 수는 없었다.
눈치를 보니 숙소를 예약했던 친구는 원래도 마음이 약한 편인데 자기 실수라고 생각해서 멘붕 상태이고,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가 너무 신경을 쓸까봐 위로를 하며 체념을 한 듯 참고 있을 수 있다고 하고.... 하지만 몇일씩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난 결단을 내렸다. 그집을 뛰쳐나가 근처에 보이는 햄턴 호텔로 들어가 방이 있는지 알아 보았는데 위치가 아주 좋은곳이라 가격이 상당히 비싸고 게다가 그날 5명이 잘 방은 일단 없다는 얘기.... 내가 너무 불쌍해보였는지 프론트의 직원은 내 사정을 물어왔다.
사정을 말하니 그 직원은 일단 하루는 할인된 가격으로 최대 4명이 숙박 가능한 하나 남은 방을 주겠지만 인원이 초과되니 알아서 자고 다른 직원들이 모르게 해달라고 했다.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고 최대한 애써서 도와준 그 직원이 너무나 고마웠다.
휴 ~~ 일단 하루는 벌었다. 우선 그 말도 안되는 숙소를 빠져나와 그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짐을 옮겨놓고 숙소 알아보는 싸이트도 뒤져봐서 가능하다는 아파트 주인과 안되는 영어로 통화도 해봤지만 가격도 비싸고 조건이 맞지않아 근처의 호텔을 한참동안 뛰어 다니며 다시 알아보러 다녔다. 결과는 참담했다. 인원이 다섯명이나 되는데 맨하탄 한복판에서 갑자기 숙소를 알아본다는게 참으로 힘들었다.
아주 비싼 방이라면, 아니면 다른 지역의 숙소로 교통이 불편한걸 감수한다면... 어떤것이든 포기해야 했으므로 친구들과 어떻게 할지 회의를 한 후 약간 비싸도 그냥 그 호텔에 방 두개를 쓰면서 더 묵기로 결론을 내렸다. 또다시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숙소를 옮기며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면 또 하루의 일정을 거의 날리게 될 것이고, 다들 하루를 완전히 날리고 마음 고생을 이렇게 극심히 했으니 그냥 이곳에 머물면서 버린 시간과 에너지를 세이브하는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아파트가 아닌 것 말고는 미리 예약해둔 뉴포트 숙소보다 아주 많이 비싼 것도 아니고 뉴포트에서 매일 허드슨 강을 건너다니며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 잘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날은 너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