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15 1월 스페인 그라나다 1

게으른 웬디 2015. 2. 6. 21:46


아침 비행기로 그라나다 ( Granada ) 로 이동해야 해서 아직 동도 트지않은 캄캄한 새벽에 숙소를 나섰다.

호텔이 아니고 아파트라 체크아웃할 때 직원을 만나지 않고 집안 식탁 위에 키를 둔채 그냥 나오면 된다는 설명을 미리 들어서 그렇게 하고 나왔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까지는 저가 항공 부엘링을 이용했다.  비행기 안에서 큰 목소리로 줄곧 왕수다를 떠는 여자와 바로 뒷자리의 계속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아주 짜증이 났다 ㅠㅠ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렌트카를 픽업하러 미니 셔틀버스를 타고 렌트 사무실로 갔다. Atesa 라는 렌트카 회사인데 직원의 영업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우리 부부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필요없다, 안하겠다, 그냥 예약한대로만 하고싶다...우리도 버텨봤지만 그는 끝도 없이 말을 시키며 절대로 차를 내주지않아서  결국 항복 !  보험과 차종 업그레이드 등 그가 원하는 것 중 한가지를 들어주고 겨우 차를 건네받았다. 늘 대충 원한걸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한번 버텨보자 했다가 결국은 ... ㅋㅋ 암튼 이렇게 질긴 강매는 처음 당해봤다. 으 ~~~  이런 XX 같은 $%&*#@@!%

겨우 차를 받고나니 혼이 털린듯 정신이 없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구글맵을 작동시켜 미리 출력해온 지도와 함께 보며 그라나다 시내를 향해 가는데 사방에 눈덮힌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보여 감회가 깊었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인 한인 민박으로 어렵지않게 잘 찾아갔다. 여행가서 한인 민박에 묵어본적이 단한번도 없는데 이번엔 그라나다 야경투어와 플라멩꼬 공연을 함께 예약하면서 하룻밤만 자보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차를 파킹하고 야경투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슬슬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민박집 사장님으로부터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 근처 몰에 가서 우선 점심 식사를 했다. 간단히 먹는다고 버거킹에 들어갔는데 주문을 받는 점원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우린 스페인어를 못하고 ...  주문한 음식을 받고보니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모든 메뉴가 다 빅 사이즈라 다먹지 못하고 남겼다 ㅠㅠ

택시를 타고 구시가지로 가서 누에바 광장 등 시내 구경을 했다. 아랍 찻집 거리에서는 장미차와 블랙티를 마셨다. 대성당 앞 광장이 시끌시끌해서 보니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과 기타를 치는 사람이 서로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자리 싸움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도 시끄럽고 렌트 사무실에서도 그렇고 이젠 광장에서 거리의 악사들까지... ㅠㅠ 도무지 정신이 없다.

 

 

 

그라나다 대성당

 

 

 

 

그라나다 시내

 

 

 

스무살이 되어도 여전히 장난꾸러기인 아들녀석 ㅋ

아랍인 거리

 

 

시내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둔 알함브라 궁전 티켓을 출력해서 준비해놓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야경 투어에 참여했다. 

대중교통인 미니버스를 타고 알바이신 ( Albaicin ) 지구로 이동해 오르막길을 숨차게 걸어올라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경치를 조망하며 설명을 들었다. 알바이신은 그라나다 도시의 한켠 알함브라 궁전과 마주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성채로 13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30개 이상의 이슬람교 사원이 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알바이신 지구엔 안달루시아의 전통 양식과 무어인들의 토속 양식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보존지역이라 건축물의 레노베이션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일반인의 거주지역과 귀족들의 거주지역이  성문으로 구분이 되어있어 귀족들이 높은 지역에 거주했다. 거주 지역은 말들이 속도를 낼 수 없도록 골목이 많이 꺾일수록 더 안전한 지역으로 여겼다고 한다. 

투어 내내 언덕길을 쉴 새없이 빠른 속도로 걸어다니는건 힘들었지만 야경도 멋있었고 알바이신뿐 아니라 그라나다의 역사와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밤이 되어 플라멩꼬 공연을 보러갔다. 누에바 광장에 있는 플라멩꼬 전용 극장인 La Alborea 에서 하는 공연이었는데 정말 한마디로 어메이징 그자체였다. 세비야의 플라멩꼬는 가수 위주의 정적인 스타일이 강점이라면 그라나다는 애드립으로 진행되는 파워풀한 댄스 중심의 공연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됐고 !!  정말 피를 토하듯 쏟아내는 여가수의 목소리에 숨을 쉴 수가 없게 몰입하게 되었고 그녀가 토해내는 슬픈 울음에 눈물이 절로 솟구쳤다. 또한 남녀 댄서들의 절제된 그러나 힘있고 드라마틱한 몸짓에도 경의를 표한다. 특히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여성 무용수의 카리스마는 압권이었다. 공연을 한다기보다 자신의 춤에 깊이 빠져서 무아지경으로 보이는 그녀의 춤추는 모습에 나역시 넋을 잃고 ...

공연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게 맥이 풀려 있었다. 정말 혼이 탈탈 털리도록 완전히 빠져서 보고 듣고 느꼈던 공연이었다.

나중에 세비야에서도 한번 더 플라멩꼬 공연을 봤지만 그라나다에서 봤던 공연이 단연 최고다 !!  세비야의 공연은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은 상업적인 맛이 많이 가미된 것이라면 그라나다의 공연은 훨씬 거칠고 생생하게 살아 펄떡거리는 날것의 느낌이다.

공연이 끝나고 민박집에 가서 숙박. 성수기가 아니라 우리 가족 외엔 손님이 없어 그나마 편했다. 그래도 민박집 사장님 가족과 한 건물에 묵는 것보다는 호텔이나 우리끼리 지낼 수 있는 아파트가 훨씬 편한게 사실이다.

 

 

 

 

매혹적이다 못해 홀딱 반하게 한 한이 서린 노래를 부르던 여가수와 기타리스트

카리스마 넘치는 춤사위를 보여준 댄서

격정적인 남자 댄서

기타리스트까지 모두들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