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外

2012 이집트 , 요르단 9 시나이 반도 화이트 캐년

게으른 웬디 2013. 3. 23. 17:13

 

 

 

피곤한 일과였는데도 페트라를 다녀온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탓인지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아직 동이 트지않은 바닷가로 나가 새벽 바다를 즐겼다.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바다로 정평이 나있다. 홍해로 흘러드는 강이 없다고 들은적이 있는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한적한 바닷가를 여유롭게 거닐고 있으니 상쾌했다.

아침식사는 바닷가 쪽의 그늘막에서 했다. 비록 다소 낡았지만 양탄자를 모래사장 바닥에 깔고 쿠션을

놓아둔 유목민 천막 느낌의 그곳이 내마음에 들었다.

 

 

 

새벽의 바닷가

 

 

 

 

 

 

 

 

아침 식사

 

 

짚차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화이트 캐년을 향해서 북쪽으로 출발했다.

짚의 운전사는 베두인 족 아저씨였는데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분과 기념 촬영도 했다. 한참을 달리자  사막의 오프로드로 들어서게 되었다.

 

 

 

 

 

 

베두인 족 운전 기사 아저씨와

사막 초입에서 작은 기념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조잡한 기념품을 사달라고 졸랐다

사막 오프로드를 달려준 짚

 

 

길도 아닌 사막을 들어서 달리자  흰색의 석회암과 사암으로 된 캐년이 나타났다.

자연이 만들어낸 절묘한 지형이 펼쳐진 모습을 보고 우린 탄성을 질렀다.

관광객들이 와글거리는 곳이 아니고 우리 밖에는 다른 이들이 보이지 않는 바위산에서의 멋진 트래킹이

시작이다.  저마다 인디아나 죤스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불필요한 짐은 짚에 놔두고 장갑도 끼고 운동화

끈도 고쳐 매는 등 단단히 채비를 했다.

베두인 족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는 대로 따라 갔다. 곧 바로 그리 높지 않은 절벽이 나타나고 로프를

잡고 내려 가는 것이 트래킹의 시작이었다. 차로 높은 지대에 데려가서 그곳에서 시작하여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다가 산길이 나오면 다시 오르기도 하며 캐년 지대를 탐험하는 것이다.

험한 길이 나오면 안전하게 잡아 주기도 했지만  약 두시간 동안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가는 그들을 따라

가려니 힘도 부치고 그늘 한점 없는 산길이 매우 더웠다.

우리 팀은 연령층이 대개 50대 중 후반에서 60대까지 아우르는데다 ( 70대 어르신도 두 분이나 계시고 )

여성이 훨씬 더 많은 구성인지라 안전에 매우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고 보니 총 16명 중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인솔자를 제외하고는 셋 뿐이었다.

잠깐이기 하지만 로프를 잡고 바위 언덕을 내려가기도 하고 아주 좁은 협곡을 지나기도 하고..

협곡을 나서면 이번엔 높은 바위산이 나타나면서 탁트인 전망을 보게 해준다.

일행 중엔 어제의 사람 바글거리던 페트라보다 화이트 캐년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캐년이었고 즐겁고 인상적인 트래킹이었다.

지루하지않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우릴 맞아준 화이트 캐년은 아직 사람 손을 많이 타지않은

숨어있는 시나이 반도의 또다른 보물이었다.

 

 

 

길이 따로 없이 그냥 사막을 달린다

 

 

 내 생애 처음으로 타본 로프, 많이 높은 절벽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 사다리가 기다린다

 

 

로프를 잡을 때도 사다리를 내려올 때도 후덜덜했지만 뿌듯했다

좁은 협곡을 지나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

 

 

 온통 하얀 바위산이 아름답고도 특이하다

 

 

 

 

 

 

 길을 걷다 만난 쇠똥구리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하얀 골짜기에 흰옷 입은 베두인 

 

 

 

 

 

 

꽤 힘든 길이었지만 워낙 경치가 좋아 즐겁게 걸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정신이 없다

 

 

 베두인 족 가이드 

 

 

 

 바위산을 넘어

 

 

 

바위산을 하나 넘고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바위산 옆으로 어느새 넓지는 않으나 평평한 모래 사막이

나타났다. 물론 주위엔 기암괴석 들이 즐비하다. 바위도 주로 흰색의 석회암이나 사암이 주종이더니

역시 모래의 색도 누렇지않고 매우 희다. 특이한 지형이고 특이한 색깔이었다.

인솔자의 설명으로는 이집트엔 백사막과 흑사막이 있어서 백사막은 석회암 성분이고 흑사막은 철분이 많이

포함된 모래가 주종이라고 했다.

바위 위에 도마뱀을 보고 다들 즐거워 했다. 녀석은 이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호색을 지니고 있어 얼핏

봐서는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칠 뻔 했다.

 

 

 

 

 

정말 아주 가끔 보이는 풀 한포기가 너무도 귀하게 보였다

 

 

물기라곤 조금도 없어보이는데 생물체가 보이는게 신기했다

 

 

야호 ! 사막이다 !!!

 

 

 

 

 

 

 

사람들이 이제 많이 지쳐갔다. 험한 바위 길을 빠른 걸음으로 두시간 여 걸은데다 날도 더운데 뜨거운

직사광선을 오래 쏘여 땀이 비오듯 했다.

그런데 풀 한 포기 보기 힘든 바위산과 사막 지형에서 눈 앞에 갑자기 푸른 대추야자 나무 숲이 나타났다.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였다. 규모는 작지만 어엿한 오아시스이다.

마을 초입을 대추야자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고 샘물도 있고, 실제로 베두인 족 사람들이 거주하며 얼마 안되는 관광객들을 위해 식사도 팔고 차도 파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서양인 관광객도 서너명이 있었다.

목도 마르고 너무 지쳐 이곳에서 준 차 한잔이 감로수 같은 느낌이었다. 차를 마시며 베두인들이 사는 집도

구경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작은 기념품 구경도 했다.

난 물건을 파는 아이들 몇 중 가장 어려보이는 아이한테 다가갔다. 가격을 물어보자 조그만  팔찌 하나에

 1달러라고 대답하며  핸드 메이드라고 얼른 덧붙이는 아이가 야무지게 보였다. 간단한 영어로 똘똘하게

의사 소통도 할 수 있는 이 아이는 윤곽이 뚜렷하고 아주 예쁘게 생겼다. 내가 팔찌를 하나 사주자 우리

일행들이 그 아이한테만 우르르 모여 들어 다들 하나씩 사주었고  다른 조금 큰 아이들이 매우 실망하고

급기야는 성난 표정이 되었다. 본의 아니게... 그애들한테 미안해졌다.

 

 

 

나무들이 보이자 무척 반가웠다

 

 

 

 

 

오아시스 마을 전경

 

 

 

 

마을 어귀의 간판 (?)

차를 마시고 있는 화이트 캐년  트래킹 스텝들

베두인 족 아저씨와

 

 

마을에 사는 꼬마 아이 - 좀 씻으면 훨씬 더 예쁠텐데...

 

 

기념품을 팔고있는 똘똘한 아이, 꼭 다문 입매가 야무지다

마을 어귀의 특이한 바위 앞에서

 

 

 

좀 쉰 후 다시 짚을 만나 누웨바 쪽으로 다시 남하하여 홍해를 바라보는 산중턱에 위치한 캐슬 자아만

( Castle Zaman ) 이라는 독특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정말 제목답게 중세의 성곽을 연상시키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고 입구로 들어서면 산 아래로 맑은 홍해

바다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원래 주로 회원 들한테만 개방하고 미리 예약을 꼭 해야만하고 일반인 들한테는 잘 개방을 하지않는 곳

이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데 레스토랑의 오너와 우리가 묵는 누웨바 호텔의 주인이  친한 친구 사이

라서 예약이 가능했다는 설명이었다.

들어가보니 이해가 가는게 그 넓은 레스토랑엔 손님이 별로 없고 그 적은 수의 손님 들을 위한 그림같은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 작은 갤러리와 넓고 예쁜 데크와 바, 정원까지 별천지였다.

누웨바에서 25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있고 건물을 짓는데 금속이나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않고 건축하는데

사용한 돌은 모두 근처의 산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빈부 격차가 심한 이집트의 부호들만 드나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인당 35 유로의 가격을 내고 우린

호화스러운 식사와 함께 반나절을 즐기기로 했는데 현재 이집트의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난 액수였다.

게다가 무료 와이파이 죤이어서 다들 반색을 했다.

 

미리 예약을 해놓아 넓고 쾌적한 홀에 곧 음식이 준비되었다.

전통 이집션 슬로우 푸드를 다양하고 푸짐하게 차렸는데 뱃속이 아직 완전히 편하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정신없이 먹어볼 수 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일찍 나서서 아침 식사도 부실한데다 두시간 여 트래킹 하느라

몹시 허기가 졌고, 더구나 비주얼도 근사한 귀한 요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양고기 요리, 칠면조와 쇠고기 요리, 고구마와 감자, 가지 등 여러가지 채소를 찐 요리,  해산물과 특이한

곡식을 넣은 요리, 샐러드 등 이름도 잘 모르는 요리를 눈과 입으로 실컷 즐겼다.

파라오를 위한 요리들로 그 중 특히 칠면조와 해산물 요리는 이집트 전통 토기에 넣어 재료의 육즙이 충분히

나오도록 저온에서 장시간 굽는 파라오 요리 특제 레시피 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음식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다.

 

 

 

 캐슬 자아만의 입구

 와이파이 라는 글자가 어찌나 반갑던지...

 

 언덕 위에 중세의 성채 같은 건물이 보인다

 

 건물은 모두 친환경의 컨셉으로 지어져 있다 

 

 

 

 

 

 

 

 수영장 너머 보이는 홍해의 물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카메라는 도저히 내가 본 바다빛을 재현해주지 못한다

 

 

 

 

 해산물 요리를 자르고 있다

 

 

 

 

 

 

 

커다란 뼈에 붙은 고기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시는 일행분 ( 얼굴은 가려 드렸다 ㅎㅎ)

 

 

 

 

다음은 각자 흩어져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거다.

바로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우나를 가는 사람, 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 바 ( Bar )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

난 우선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작은 전시장 구경도 했다. 여러가지 핸드 메이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곳이었다.

수영복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건 귀찮아서 수영장은 구경만 했는데 너무 예쁜 수영장이어서 사진만 찍고

마는게 살짝 아깝기도 했다. 수영장 너머엔 또 물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저녁 때까지 눈과 입이 실컷 호사를 부려 잠깐 이국의 부유한 귀족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림 같은 수영장과 바다가 보이는 바에서 맥주도 한병 사서 마셔보고...

 

 

 

 

 

 

 

 

 

 

 

 

 

 

 

 

 

 

 

 

 

 

 

 

 

 

 

 

 

 

 

 

 

 

 

 

 Bar의 모습

 

 

아쉬운 마음으로 캐슬 자아만을 나섰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에서 물도 사고 약국에 들러 지사제와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샀다. 워낙 집 나서면 배탈이 잘 나는 체질인데다 더위 때문에 자꾸 에어컨을

쏘이니 매일 뱃속이 편치 않아 가져온 배탈약이 동이 나버렸다.  

호텔로 돌아와 각자 하고싶은 일들을 하며 보냈다. 밀린 빨래를 하는 사람,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

동네 한바퀴를 돌며 마을 탐방을 나선 사람, 정원에 앉아 여행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다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이젠 많이 친해졌다

 석양이 지고 있는 호텔 앞 풍경

 석양이 물드는 홍해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얘기는 이어졌고... 여행온지 수일이 지나고 매일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제 사람들이 꽤

친해져서 삼삼오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얘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며 지낸다.

난 인솔자와 대학 선배님, 목포에서 오신 정년퇴임하신 교수님 한분과 친해져서 패밀리라 부르며 많은 것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호텔 안주인까지 함께 앉아 밤 늦도록 수다꽃을 피웠다.

오늘이 시나이 반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