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이집트, 요르단 7 - 시나이 반도 누웨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동쪽을 향해 버스로 달리는 일정이다.
카이로를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시나이 반도를 가로질러 시나이 반도의 동쪽 끝, 홍해 바다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 도시 누웨바 ( Nuweiba )가 오늘의 최종 목적지이다.
사막 고속도로로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라 최대한 편안한 복장을 하고, 하루종일 차내
에어컨을 쏘이면 또 배탈이 날까봐 배를 덮을 겉옷도 챙기고 무료함을 달래줄 MP3도 잊지않았다.
커다란 생수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옷으로 감싸서 챙겼다가 배가 아플 때나 에어컨이 심해 추울 때 끌어
안고 있으니 아주 요긴했다.
시나이 반도를 가로지르는 길은 구약시대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고있는 유대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 40년간 헤매던 광야이며 출애굽의 경로이다.
그러므로 성지 순례를 오는 사람들은 시내산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경로이다.
우린 시내산은 방문하지 않기로 했지만 기독교와 함께 이슬람, 카톨릭의 성지이기도 한 시나이 반도를
횡단한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조차도 시나이 반도의 끝도 없이 펼쳐진 광야에 서면 자신의 영혼 밑바닥을 마주할
수 있다는 무념의 땅이라는데...
황량한 사막 고속도로
우리가 타고 간 버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들른 휴게소
말이 휴게소이지 시설도 열악하고 물건도 별로 없다
시나이 반도로 들어서기 전 지나친 허름한 마을의 사원
마을 전체가 별로 사람이 살지 않는듯 폐허이다
한참을 달리니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체크 포인트가 나왔다. 워낙 말썽도 많고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니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나이 반도로 들어서기 전 검문을 하고 있었다.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차량을 검문하고 인원도 파악하고 검문이 철저했다. 인솔자와 버스 기사가 군인들과
일 처리를 하는 동안 밖을 보니 다른 차량도 있고 시나이 반도에서 카이로 쪽으로 넘어오는 버스도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한국인들이 탄 성지 순례 차량이었다.
검문을 하는 초소 근처엔 군인들이 많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장한 군인들과 경찰에 장갑차마저 보이니
살벌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외무부에서 시나이 반도 여행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여러번
보내오니 내가 위험 지역에 와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시나이 반도로 가는 차량, 무슨 짐을 이토록 바리바리 실었는지...
성지 순례를 하고있는 한인 관광버스
군인들이 도로를 막고 검문을 하고 있다
외국인의 이용이 금지 되었다는 도로의 표지판 ( 군사 지역인가보다 )
검문 초소의 장갑차
곧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시나이 반도로 들어서게 된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잇는 운하로 아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두 대륙간의 경계가 된다.
지중해 포트사이드 항구와 홍해의 수에즈 항구를 연결해주는 거대 수로인 수에즈 운하는 배로 통과하는
수로만 있는게 아니라 운하 밑 37 미터 지점에 자리잡은 아흐마디 함디 터널이 있어 차로 시나이
반도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준다.
이 지역에 운하를 건설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B.C 7세기 무렵 이집트의 왕조에서 한 것으로 이집트 삼각주
유역의 교역이 늘어나자 나일강과 홍해를 잇는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나 예언자들의 반대로 중단되었다.
그 뒤에 몇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1,869 년 프랑스가 완성했다. 이로써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뱃길이
무려 6,400 킬로미터나 단축되었다.
1,888년 콘스탄티노플 조약에 의해 국제화된 운하는 1,956년 나세르 대통령이 이집트의 국유화를 선언
하고 이집트의 영토가 되었다. 그러나 1,967년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인 중동 전쟁이 발발하여
폐쇄되었다가 1,975년 다시 개통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수에즈 운하로 가기 직전의 도로 ( 터널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쉽다 )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 했던 나세르 대통령은 중동 전쟁에 패배해서 시나이 반도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고
그 후 실리 외교를 펼친 사다트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해주고 시나이
반도를 되돌려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사다트는 이집트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했고
아랍 국가들한테서는 배신자라는 따돌림을 받았으며 결국 반대파에 의해 암살되고 말았다.
시나이 반도는 대륙의 정거장이라고 불린다. 서쪽으로는 수에즈 운하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아라비아
반도 , 이스라엘에 접해서 아시아 대륙을 잇는 삼각형의 반도이다.
중북부에는 황량한 광야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남부는 험한 산악지대로 이곳에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약속의 땅, 시내산 ( 시나이산 )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코란에도 무하마드 ( 마호메트 )
선지자가 시내산을 두고 맹세한 것이 있어 이슬람 교도 들에게도 성지가 되고 있다고 하니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하며 물도 귀하고 식물이 거의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인 이곳엔 베두인족만이 유목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배낭 여행자들의 최고의 가이드 북인 론리 플래닛이 풀 한포기 보기 힘든 험한 산악지대
아니면 사막으로만 구성된 황량한 땅인 시나이 반도를 2,011년 최고의 여행지 1위로 선정한 것이다.
이색적인 지형과 아름다운 홍해 연안의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 세계에서 가장 맑다는 아름다운 바다,
물가도 싸고 스쿠버 다이버들의 천국이라는 다합 등이 점수를 많이 받았나보다.
중간에 식당은 찾아볼 수 없으니 한인 식당에서 싸준 도시락을 버스 안에서 점심으로 먹으며 이동했다.
도로 양편에는 험준한 산과 바위들 아니면 끝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다
버스 안에서 먹은 점심 도시락
험준한 산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동으로 동으로 몇시간을 이동했다. 사방이 험준한 산지여서 휴대폰은 자주 전파 방해가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 기지국도 없을테고 당연한 일이었다. 온통 붉고 누런 바위만 보일 뿐 초록색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해발 1,200 미터 정도 되는 고산 지대여서 귀도 먹먹했다.
지난 남미 여행 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황량한 사막은 또 사막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녔고 난 또 그 아름다움이 좋다.
산악 지대에서 점점 내리막길을 슬로프를 타듯이 내려가니 평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남하를 하는거다. 다시 검문소가 나타났고 간단히 조사를 하더니 보내준다. 시나이 반도 초입의 검문소 보다는 덜 살벌한 분위기 였다.
타바 ( Taba ) 항의 표지판이 나왔다. 이곳에서 30여분 정도 더 남하하면 누웨바 항구, 우리의 오늘
최종 목적지이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홍해 바다이다.
이동을 하며 보니 바닷가에 건설하다가 만 리조트 단지들이 보였다. 아름다운 홍해 연안에 휴양도시를
건설 중이었으나 시나이 반도의 테러 사태와 경기 불황으로 자금줄이 막히고 계획은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아름밥고 인적 드문 바닷가에 흉물스럽게 변해 버려진 건물들이 즐비해 안타까웠다.
해안가 지대 도시 초입의 검문 초소
검문소의 남자는 전화로 무언가 확인하고 있다
짓다만 리조트의 기초를 닦은 모습이 보인다
거의 완성 단계인 채 버려진 리조트
누웨바 마을은 작은 어촌으로 페트라 관광을 위해 아카바 항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항구 도시이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고급 대형호텔은 없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호텔로
안주인이 인솔자와 친한 한국인이었다.
잘생기고 마음씨 좋은 이집트 남자와 결혼해 시내라는 이름의 예쁜 딸아이를 가진 정 OO라는 이름의
그녀는 긴 생머리를 맵씨좋게 늘어뜨린 젊은 미인이었다.
이집트에 와서 카이로에 살다가 어느날 자전거를 타고 시나이 반도를 횡단해서 누웨바의 호텔에 도착해
너무 지쳐서 죽은듯 이틀 내내 잠을 자고 방에서 나오는 검은 생머리의 미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 호텔 주인이
지금의 그녀 남편이다. 그 역시 이집트에서 꽤 부유하고 유력한 집안의 아들로 카이로를 떠나 작은 호텔을
경영하며 지내던 중 인연을 만난 것이었다. 둘의 사랑은 종교적 이유로 난관에 부딪쳤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의 어머니가 무슬림인 사위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혼식에도 참석치 않으셨다고 했다.
자전거로 그험한 산길을 횡단하다니...그리고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이 머나먼 땅에서 감행하다니...
그러나 이 영화같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생글생글 너무나 잘 웃고 쾌활하고 행복해 보였다.
가냘퍼 보이기까지 하는 작은 체구에 순하디 순한 웃음을 가진 그녀에게서 그런 당찬 용기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집트 전체에 닥친 관광객 감소가 시나이 반도에 미친 영향은 더욱 커서 근래 손님이 뚝 끊기다시피 했던
이 작은 호텔에선 우리가 몹시 반가운 듯 했고 환영의 의미로 바베큐를 준비해주었다.
쇠고기와 양고기, 닭고기를 골고루 양념해서 푸짐하게 숯불에 굽고 새우도 구워주고 샐러드와 싱싱한 채소도
듬뿍, 그외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파티를 열어 주었다. 모두들 흡족해 했다.
비록 3성급 호텔이고 ( 이 작은 마을엔 5성급 호텔 따윈 없다. 최고 등급이 3성급이다. ) 오랫동안 손님이 없어
사용을 하지않아 우리방 샤워기에선 더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않고 어느방에선가는 에어컨이 말썽을, 또
다른 방은 열쇠가 말썽을 폈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 호텔에서 바로 걸어 나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맑고 이쁜 홍해는 나를 매료시켰다.
음식도 맛있고 오랜 버스 여행 끝에 찾아온 달콤한 휴식과 한잔의 맥주가 피로를 덜어 주었다.
호텔 Casa Del Mare 의 해질녘 전경
호텔 내부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 들어간 일행이 주운 성게 - 살아서 움직였다
엄마를 닮아 예쁘지만 엄마보다 더 예쁜 아가 시내
시내의 친구 착한 녀석 골든 리트리버 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