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外

2012 10월 이집트, 요르단 1 - 룩소르 ( Luxor ) 첫날

게으른 웬디 2012. 11. 1. 20:46

 

 

 

몇년전부터 꼭 한번 가고싶다고 생각해온 곳이 있다.

바로 페트라...

요르단의 깊은 협곡 속에 숨어있는 신비의 고대 도시...

워낙 여행에 관심이 많아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 읽어보는게 즐거워 여행 카페에

두어군데 가입을 해놓았었다.

오래전에 가입해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카페인데 어느날 받은 쪽지에 이집트와 페트라를 갈거라고 동행자를

모집하는 글이 보이는게 아닌가.

평소엔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쪽지를 읽지도 않고 그냥 삭제해버리는 편인데 그날따라 우연히 읽어보게 되었다.

이집트는 언젠간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와서 그닥 흥미가 없었지만 페트라 라는 세글자에 온통 마음을

뺏겨 버렸다.

중동 쪽은 금방 여행갈 깜냥도 되지않는데다 페트라 하나만 보겠다고 일정을 짜기도 애매했던 터라 가슴이

터질듯 두근대며 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못가면 큰일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너무 좋은 기회야...이번 기회를 놓치면 꽤 오랫동안 가기 힘들거야...

갖은 구실과 핑계를 만들어 붙이며 내자신한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떠나보자...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도 걱정되고 다른 가족들한테도 미안하지만 밀어부쳐 보기로 했다.

우선 남편을 설득했다. 원래 거의 모든 여행을 남편과 했던터라 ( 그는 가장 편하고 든든한 여행 파트너이다 )

가장 미안하기도 하고 먼저 양해를 구해야 했다.

시기적으로 보아 약 보름간이나 직장을 비우긴 힘들테니, 게다가 주로 유적지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곳을 방문할테니 조금은 흥미도 덜할거라고...이번엔 나 혼자 가보겠다고...당신은 남아서 아들과 가정을 지켜 달라고...

그렇게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남편은 오래전부터 내가 페트라 노래를 부른 사실을 알고 있어 얼마나 가고 싶어 하는지 이해했다.

마침내 흔쾌히는 아니지만 암묵적인 허락을 받아내고 난 바로 여행 신청을 해버렸다.

다음은 딸아이... 하필 내 여행기간이 중간고사 기간이랑 겹쳐서 너무나 미안했다.

내가 없으면 가장 바쁘고 해야할 일이 늘어나는 사람이 딸아이니... 그래도 엄마를 이해하고 정말 많이 도와줘서 늘 고마운 아이이다.

 

여름에 신청하고 가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불안한 소식이 들려왔다.

9월중순경 미국에서 개인이 제작하여 예고편을 유투브에 올린 영화 한편으로 이슬람권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영화는 아주 조잡한 내용으로 무슬림을 모독하고 신성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에 격분한 이슬람권이 일제히 반미 시위를 벌이고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몇명이 피살되기에 이르

렀다.

연일 시위가 일어나고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남편은 차라리 잘됐다는 듯 여행비 예약금을 손해보더라도

여행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난 못가게 될까봐 안달이 났고 인솔자에게 문의도 했으나 기다려보자...별일 없을거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남편은 불안해했지만 우린 떠나게 되었다.

남편이 동행하지않아 짐을 모두 내가 건사해야하니 다른 때보다 더 신경써서 최대한 줄여보고자 했으나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조금씩 짐은 늘어갔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훨씬 줄인것이다.

 

 

목요일 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 0시 50분 비행기로 출발 예정.

낯선 사람과 룸메이트를 해야한다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공항에서 첫 대면을 한 동행들은 다행히 다들

인상이  좋았다. 

카타르 항공으로 도하까지 가서 도하에서 이집트 룩소르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

약 9시간여를 타고 도하로 가는데 양 옆자리가 모두 우리 여행의 일행이었다.

카타르 항공은 기분인진 몰라도 늘 자주 타던 대한항공보다 기내 좌석 간격이 좁게 느껴졌다. 숏다리인

나도 이리 불편한데 키 크고 덩치 큰 외국인들은 엄청 피곤할 듯 싶었다. 

한국인이 많이 타서 그런지 기내엔 한국인 승무원이 두엇 있었다.

비행기에서 잘 못자는 난 역시 자는둥 마는둥 버텨냈고 마침내 도하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 40분 비행기를 벗어나니 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새벽인데도 많이 더웠다.

얼른 라운지를 찾아가 대강 씻으니 살 것 같아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빈속이라 그런지 속이 좀 쓰려왔다.

갈아타는데 보딩시간이 유난히 일러서 왜 그런가 했더니 셔틀 버스를 타라고 했고 버스는 하염없이 활주로를 

질주했다.  공항 청사가 비좁아 멀리까지 셔틀을 타고 가야 비행기를 탈 수 있나보다.

 

한참동안 활주로 투어를 한 후 룩소르 행 비행기를 만났다. 아주 작고 시원찮아 보이는 비행기였다. 

작고 비좁긴 마찬가지였고 이륙하자마자 밖을 보니 바로 연베이지 빛의 사막이 펼쳐졌다.

3시간여의 비행이지만 엄연히 국제선이므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드디어 룩소르 ( Luxor ) 공항에 착륙.

공항 청사를 나서니 수많은 짐꾼들과 택시 기사들이 몰려들었다. 대절한 버스에 얼른 올라타고 바로 카르낙 신전으로 갔다.

룩소르는 기원전 2,100년경 고왕국 시대가 끝나고 중 왕국이 시작되며 멤피스에서 옮겨진 수도로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도시이다. 유적지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며 약 천년동안 중왕국과 신왕국의 수도였으며 고대 이집트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다. 왕조시대의 이름은 와세트 였고 그레코 로만 시대의 이름은 테베 ( Thebes ),  이슬람 시대에 룩소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최전성기 때엔 인구가 천만명이 넘는 번성한 대도시였다고 한다. 럭셔리라는 말의 어원이 룩소르에서 온 것

이라고 할 만큼 풍요로웠던 이 도시는  나일강의 중류 정도에 자리잡은 사막 도시로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동안과 서안으로 나뉘어  동안엔 신전의 유적들이,  서안엔 무덤과 장례와 관련된 유적들이 있다.

 

 

카르낙 신전은 현존하는 이집트의 신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신전이며 오래된 신전으로 최고 신 아문을 위해

약 4천년 전부터 축조를 시작해서 그후 2천년에 걸쳐 수많은 왕들이 왕권의 강화와 국가의 번영을 위해 개축, 증축을 해온것이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중앙에 가장 큰 아문 신의 신역, 그외 무트 신역, 멘투 신역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 아문 신의 신전 만을 방문했다. 초입부터 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쭉 도열을 하고 첫번째 탑문을 지나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오벨리스크와 거대한 기둥이 나오고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이 있다.

람세스 2세의 석상은 아문 신의 신관 피네젬이 자기 이름을 석상에 새겨놓아 피네젬의 석상이라고 불리운다.

 

두번재 탑문을 지나면 큰 기둥 홀이 나오는데 람세스 2세 때 완성된 것으로 134개나 되는 파피루스 꽃 모양의 기둥들이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기둥에 새겨진 당시의 역사적 사료와 왕들의 업적 등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외 여러 탑문을 지나며 그 거대함과 예술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걸출한 여왕 핫쳅수트의 누워있는 오벨리스크였다. 한개는 서있고 한개는 넘어진 채 있어

윗부분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이점 (?)이 있었다.

원래 오벨리스크는 쌍으로 제작되는데 한개만 눈에 띄는 경우가 꽤 있어  이상하다 여겼더니 나폴레옹 등

침략자들이 전리품으로 또는 이집트 측에서 선물로 반출되어 한개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람세스 2세의 석상 앞에서 ( 신관 피네젬의 석상 )

 

 

 

                                   탑문에 기대어 있는 이 남자는 무료하고 피곤해 보였다 

 

 

 

밤을 새워 날아온 탓에 다들 피곤했고 너무 더워 일단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식사한 뒤 좀 쉬고 저녁에

룩소르 신전을 구경했다.

룩소르 신전과 카르낙 신전은 원래 참배길로 연결이 되어있어 나일강이 범람하기 시작하면 연례행사로

열리던 오페트 축제에서 최고 신 아문과 무트 여신, 콘스 신의 세 신상을 배에 실어 참배길을 따라 카르낙에서 룩소르 신전까지 모셔가면서 축제가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일강의 범람은 비가 적은 사막에 사는 이집트 인들에겐 더할 수 없는 축복이었고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일강의 선물이었다.

카르낙보다는 소규모이지만 저녁에 조명이 켜진 룩소르 신전은 또 다른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보여 주었다.  

 

 

 

        어딜가나 신전에선 람세스 2세의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권력과 과시욕...

 

람세스 2세의 두상 - 파라오의 수염은 수염주머니 때문에 조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데 곧고 두껍게 표현되어있으면 살아있을 때의 모습이고 길고 끝이 말려있으면 죽은 후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룩소르에 유일하다는 한인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반찬이 통 시원찮았다. 사람들은 너무하다며 불평했지만

인솔자는 이집트에 8년이나 살았던 사람이고 진심으로 이집트를 걱정하고 사링하는 사람이었다.

요즘 이집트에 관광객이 끊기다시피 해서 식재료 수급도 원활하지않고 별로 오지않는 손님을 위해 많은 반찬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힘들거라며 이집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걱정했다.

그 마음이 이입되며 나도 걱정이 되었다. 사실 한끼 식사의 질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관광객이 평균 1년에 1,200 만명이 방문을 했는데 그 중 7만명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시위가

잦아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하여 요즘은 정말로 경기가 썰렁하다고 했다.

어서 모든것이 안정이 되어 정말 긴 세월동안 외세에 시달리고 독재와 가난에 시달린 서민들한테 밝은 미래가

와주길 바란다.

두명씩 한조가 되어 마차를 타고 룩소르의 번화가와 시장을 돌아보았다. 워낙 낮엔 더운곳이라 해가 지고

나서 오히려 시장 등은 활기를 띈다고 한다. 밤을 거의 새운 탓에 약 한시간 가까이 마차를 타는 동안

후반엔 꾸벅꾸벅 졸았다.

 

 

        우리 마부는 자꾸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는데 밤을 거의 새워 몽롱해서 굴러 떨어질까봐 사양했다.